이제는 바지를 내리기가 겁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기력하게 제자의 목소리가 굵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 뿐
GAE를 숙청할 수밖에 없었던 GA의 심정이 이랬을까?
이건
지옥이다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냐 갑자기."
"오늘은 평소보다 빠르게 취하셨네요."
"그러니까 너무 드신다 싶었는데..."
'이게 뭐지.'
이제는 심심하면 모여서 노가리를 까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링크스 여성진들의 모임. 처음에는 푼수즈와 윈디. 피오나. 릴리엄 정도였던 멤버는 어쩐지 하나둘 불어나.
올 때마다 아리사와 과수원의 사과를 필두로 이것저것 사들고서 미팅룸의 냉장고에 쑤셔박는 안주 담당 메이 그린필드라거나.
알제브라와 테크노크라트 계열 인원들의 유배지 PN-N51에서 돌아와 어디서 소문을 또 듣고 왔는지 초대받지 않은 손님마냥 들어와선 술을 얻어마시며 꼰대 도스와 윗대가리들 욕을 늘어놓다 마주친 메이와 시비가 붙은 건으로 징계먹고 다시 유배지로 끌려간 샤미아.
그리고 푼수즈들이 목줄에게 2차성징의 조짐이 보인다며 일제히 우울해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 오르카의 초창기 멤버 줄리어스 본인도 어쩌다 보니 그 일원이 되었다.
클로즈 플랜을 위해 암약하던 토러스의 지령에 따라 물밑에서 방해물들을 치운 공로로 드디어 수면 위로 나와 인정받는 중인 테레지아 여사도 이따금 들렀다 가는 것 같지만.
은옹 그 노인네 챙겨주는 김에 갖고 왔다며 준 묘한 맛과 향이 나는 캔디는 릴리엄이 무심코 먹었다가 체통이고 공주님의 이미지고 뭐고 끄우에겍하며 뱉어버린 이후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 귀여운 동생의 '에렌베르크'에! '자연'이! '숲'이 자라버리고 만다고요!"
"조카를 구하지 못하는 이 무력함...정말 속상하다..."
'진짜 뭐지.'
아무튼. 말로만 들었지. 나름대로 이것저것 일이 있어(제럴드 집에 침입하기. 휴가를 받은 제럴드 불러내기. 제럴드 출장지에 우연을 가장하여 나타나기 등) 바빴던 그녀는 오르카의 홍일점이란 이유로 릴리엄의 합류 직후부터 릴리엄의 옆에 꽤 자주 들락거렸었고. 이 자리도 그녀와의 대화 도중 '다과회 겸 교류회' 라고 듣고서 참석한 채였다.
뭐. 대단한 걸 기대하진 않았다.
적어도 굴러다니는 술병과 필터없이 나오는 음담패설과 남자들 '오더 매치' 공략법 공유같은 걸 기대하고서 온 건 아닌 건 확실했다.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쪽이라고 기대했던 윈디 팬션 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녀는 이미 포기했는지 세 여인네들의 통곡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서 창 밖에만 시선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분위기가 참 기묘하게 흘러가니. 안 그래도 처음으로 온 상황에서 영 말을 섞을 부분도 찾고 있지 못하던 그 때. 그녀의 옆에 앉은 메이 그린필드가 잔을 내밀며 웃어보였다.
"곧 익숙해질 거에요."
"...그게 좋은 겁니까?"
서로 딱히 면식은 없지만. 메이 그린필드라는 사람이 또 원체 골든 리트리버같은 면이 있으므로. 누구나와 빠르게 친해지게 되는 친화력에 감화되는건 줄리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예외는 옐로카드 할당량이 없는 샤미아뿐이다. 나무삼!
"이러다가. 그 녀석이. 어딘가의 멀대같은 어른으로 자라버린다면...!"
"잠깐. 그 말은 흘려넘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테르미도르님이 외관만 멋지고 속은 부실해서 챙겨주지 않으면 자기 기체처럼 금방 무거운 짐에 주저앉을 것만 같은 사람이라지만..."
아직 스트레이드의 소년에게 무리한 일을 맡긴 이래 별로 감정이 좋아졌다 하기 힘든 스미카의 말에 긁힌 릴리엄이 언제 마셨는지 와인잔을 내려놓고 난장판에 끼어드는 것을 관전하며 메이는 끄덕였다.
"그렇게 익숙해지다보면 줄리어스 씨도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될 걸요? 여기가 원래 그런 곳이라서."
"..."
"여긴 다 서로 누군가 있으니까요. 자랑도 하고 푸념도 하고 그러는 거죠. 줄리어스 씨도 그런 사람이 있으실까요?"
원래 그런 곳이라는 말에 진지하게 탈주를 고민하던 그녀에게 던져진 물음에. 그녀는 무심코 미간을 좁혔다. 왠지 속이 타는 기분은 어째서일까. 그 겉멋 든 기사 놈이 생각나버리니 그녀는 반사적으로 눈앞의 맥주캔을 잡아 한 모금 길게 마셨다.
"둔해졌구나. 제럴드 젠들린."
"어째서 네가. 줄리어스 에머리..."
카팔스에서 여러 의미로의 재회를 한 뒤. 서로가 기체도 멘탈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싸우고 난 뒤의 소강상태가 되자.
트러블이 난 토션트를 대신해 투입된 스트레이드와.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격파되면 반파된 아스테리즘은 그렇다 치고 그 스트레이드까지 낀 2대 1은 자신 없었던 트라센드가 뒤이어 난입한 상황에서.
트라센드의 AP가 빠르게 사라지는 광경 (일방적인 폭력이라고도 한다)을 배경으로 사실상 멘탈과 조종간을 놓아버린 제럴드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카팔스의 벽에 밀어붙이고 아스테리즘의 콕핏에서 나와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초강수까지 두며 붙잡는 데 성공한 희대의 쿨계톰보이육식녀 줄리어스는.
그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관계에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어째서일까. 이렇게나 집요하게 쫒아다니면 좀 넘어올만 하지 않나. 클로즈 플랜이 사실상 종료되고. 전쟁도 끝난 그 날까지 빅 박스 지하의 독방에서 손수 음식과 물을 먹여준 게 누구냔 말이다. 사실상 24시간 밀착케어를 해주고. 지금도 가끔씩 (일주일에 2ㅡ3번 복사 키와 해킹 툴 등을 이용해) 그의 집에 들어가 청소와 요리를 해주고 있는데도.
엠블렘처럼 쇠대가리인 건지 이 남자는 좀처럼 넘어올 기미가 없다. 아하! 색기가 부족한 건가? 싶어 어느 날은 수영복 차림으로 맞이했지만 오히려 "이런 식은 곤란하다!" 거나. "옛날에는 좀 더..." 라는 소리만 듣고 내쫒긴 참이라. 실마리가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을 정도였다.
"어..."
뭔가 알 것 같다는 듯 딱한 얼굴을 하는 메리의 모습에. 울컥한 건지 그녀는 다시금 연거푸 맥주를 마셨다.
"뭡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십시오. 그런 자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아는 로젠탈의 제럴드 젠들린...이라는 사람은. 상당히 고결한 성격이라고 들었으니까요. 음...아무래도. 그런 식의 노골적 어프로치는. 받아들이기 힘든 게 아니었을까 하고..."
"...아?"
그런가? 차분한 어조의 설명에. 맥주를 넘기던 목이 멈춘다.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차려진 밥상을 안 먹을 정도의 기사도 덩어리라고? 그런 의문을 가지던 그녀의 뇌리에는 순간. 아스피나 기관 시절의. 빈민가에서 굴러다니다 뽑혀온 자신과. 로젠탈의 엘리트 도련님 티가 확확 나던 제럴드의 모습이 지나갔다.
"그 시절에는..."
그 옛 시절에는. 자신은 그저 우울한 계집애였다. 기업 인사의 자녀도 뭣도 아닌. 기관의 실험체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의외로 먼저 다가온 것은 그 제럴드였다. 링크스로서 만난 이상. 출신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며. 자신을 스스럼없이 전우라고 말한. 뿌리부터 고결한 인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 시절의 자신은 그와 어울릴 수 없었을지도. 그에게 자신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기관에서 탈주해 오르카에 합류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적잖았을 테지. 지금의 성격은 어쩌면 그 시절의 보상심리라도 되는 걸까. 생각지도 못한 상념의 격류에 잠시 '스태거' 상태에 빠져있었던 그녀는 가만히 맥주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달랐죠. 확실히. 저나. 그나..."
"그의 안에 있던 줄리어스 에머리란 사람은. 어쩌면 아직 그 시절의 그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
하지만 이제와서 뭐 어쩌란 말인가. 그는 그대로 너무나 고결한 기사가 되었고. 나는 밑바닥 혁명세력의 전사가 되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 그 시절의 나라고 해도 이제는...
"아아. 뭐. 딱히 이미지 체인지를 하란 건 아니고요. 음...조금만. 조금만 더 부드럽게 다가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에요."
그녀의 표정을 본 메이는 자신도 한 모금을 더 하며 말을 이었다.
"이게 또. 톱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기댈 여자를 필요로 하더라구요. 들어보면. 여단장이시란 그 분도. 저기 계신 왕녀님에게 반쯤 쥐여 사는 것도 같은 게 그런 이유고. 저도...뭐. 그런 ...아기 같은 사장님이 있고 말이에요."
에헤헤 하며 얼굴을 붉힌 그녀를 마주 보던 줄리어스는 흘끗 그녀와 엇비슷한 크기와 용량을 자랑하는 자신의 '제네레이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거라면. 어쩌면. 뭐...해볼 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도리어 성대하게 망쳐버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원래 후회는 죽고 나서나 할 일. 그녀는 예기치 못한 깨달음을 얻게 도와준 메이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언. 좀 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그 뒤로 어떻게 그녀가 제럴드와 '오더 매치' 했는지는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확실한 건 그녀의 '크레이들' 에 '입주'가 성공했다는 것과. 유독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날마다 남몰래 그녀의 '제네레이터'에 얼굴을 묻고 있는 제럴드의 목격담이 수면 밑에서 오갔다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갈굼의 강도가 줄어든 혜택을 받은 리자이아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 자이자이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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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줄리어스 얘길 쓰려고 한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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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생긴 에렌베르크는 쑥쑥 자라서 세상에 궤도 엘리베이터가 되었어요
어디까지 천원돌파를 하는거냐 세상에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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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괴문서처럼 느껴지는 앞부분을 넘기고 나면 상당히 담백한 맛이 나는게 홍탕 백탕 반반씩 있는 훠궈를 먹은 기분이다
실제로 진짜 별 생각 없이 쓰다가 어쩌다보니 화자가 줄리어스가 되어버린 탓에 그렇다 - dc App
의도하지 않게 드리프트가 되었다지만 앞부분에 짤막한 러닝 개그 넣었다가 분위기 확 뒤트는 이런거 좋아함 글 잘썼음
@나르개 칭찬은 글쟁이를 '발사' 하게 한다...앞으로도 계속 쓰겠지만 과연 또다시 쓸 기분이 올 날은 언제일까 - dc App
뭐 여러 의미로 *성장* 해버린 목쮸리의 또다른 매력에 저 푼수버니즈가 푹 빠져버리는 날이 언젠가는 오듯 글을 쓰고싶어서 미칠거같아지는 순간도 언젠가는 오겠지 글쓰는 취미를 가진 글쟁이들의 공통점 같은거니까
지들 *B7* 생각은 하지도 않는구만 욘석들
에이뿌 누나는 입구 벌초하고 있대 - dc App
@바타나 남편 본인이야 어떻든 좋다 입장이지만 그래도 물리적으로 불편한 건 있단다 하지만 정리할 때 날붙이를 잘못 쓰면 단면이 날카로워져서 닿는 사람의 촉감이 안 좋아지니 그 부분도 신경쓰기야
@로네베 돈이 없어서 날이 좋은 걸 못 쓰는 걸 나름 또 신경쓰고 있어서 딜레마일지도 - dc App
다음은 로이윈디도 보거 싶구나...
도전해보고는 싶지만 윈디는 생각보다 주역으로 쓰기 어렵더라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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