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하렘가. 기업 소유의 공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은 미래를 입에 담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낡은 의자에 앉아. 제 방 책꽂이에 몇 권인가 꽂혀 있던 닳고 구겨진 옛 만화책 하나를 제 엄마에게 두 손으로 들어 보이는 소년은. 해맑게 웃으며 그렇게 외쳤다.

"나도 히어로가 되어서. 나쁜 녀석들을 혼내줄 거에요.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 만화책의 표지에는. 푸른 타이즈의 히어로가 서 있는 건물 옥상 위로 만화책의 제목과 히어로의 이름이 크게 쓰여 있었다.


'Celebrity Ash'


















"뭐. 종합하자면 이번에도 별로 힘든 임무는 아닐...어이. 모로 군. 듣고 있나?"

"어. 엇. 미안. 오닐 씨. 듣고 있어."




상념에 빠져있던 (딴생각 하던) 단 모로는 자신을 부르는 중개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상체를 세웠다.

어영부영 전쟁이 끝난 시대라고 해도 일정 이상의 무력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언제나 있다. 예전처럼 벌이가 시원하다곤 도저히 못 하겠지만. 아쉬운대로의 일거리라도 있다면 다행이지.

그런 기분으로. 통상 전력으로 하기엔 좀 버겁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실력있는 링크스를 끌고 나오기엔 또 하찮은 애매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맡아 처리하는 독립용병 단 모로는 GA의 중개인과 모니터 너머가 아닌 아닌. 어느 술집에서 대면해 의뢰를 듣고 있었다.

자기 밑의 한 명은 그냥 철거반. 다른 하나는 블랙옵스라는 매우 뒤늦게 밝혀진 사유로 사실상의 기권을 해 따낸...현재는 유명무실해진 컬러드 랭크 기준으로나 뭘로 보나 대단한 실력은 아니라는 평을 받는 그는 간만에 일거리를 든 채 찾아와 맥주를 들이키고 입가를 훔치는 GA의 중개인 조지 오닐을 바라보았다.

수트 아래로 보이는 근육은 분명 중개인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아닐 텐데. 그 부분에 대해 물으면 조지 본인은 구세대. 옛날옛적  혁명군에 몸담았다던 오닐 가문의 조상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일 뿐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크. 여기 맥주는 드물게도 오줌맛보단 낫단 말이지. 하여간. 요약하자면 기업련의 구호물자 수송단 호위다. 한 입씩 뜯어먹으려는 얌체들에게 주먹을 을러대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




높으신 분들의 말대로라면. 이라고 조지는 뒷말을 흐렸다.

아프리카 쪽은 예나 지금이나 반쯤 무법지대라. 테러리스트들이 거점을 만들기에 적절한 곳이었다. 세상천지 전쟁통이라지만. 나름대로 기업들이 여단과 함께 우리우리 잘 살아보세 운동을 펼치는 와중에 여전히 군벌끼리 내전을 벌이고. 아예 도시국가를 선포하는 데도 드물지 않게 있는 곳이 암흑대륙 아프리카렷다.





"10여년 전에 큰 축인 마그리브 해방전선이 망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이놈저놈 깃발을 들고 뿔뿔이 흩어져버린 꼴이다. 한놈 한놈 때려잡으려도 끝이 없어요 이게. 그래서 통제력이 닿는 곳만 간신히 어떻게든 하는 실정이다. 뭐 그래도 각 군벌의 전력들 자체는 대단하지 않아. 고물 전차. 산업용MT. 기껏 해봤자 레트로테크 노멀들 정도지."

"레트로테크?"

"그 동네는 가내수공업으로 AC를 만든다더군. ...농담이야. 진지하게 입을 벌리고 믿지 말라고. 하지만 땅에서 부품을 파내다시피 해서 기워 만든 노멀들을 굴리는 건 진짜다. 크기도 작은 편이고 성능도 MT보다 썩 대단할 건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AC다. 물량으로 밀고 나오면 귀찮아지겠지. 그래도 그 정도의 세력을 가진 놈들은 별로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마."

"오닐 씨는 참 말을 제대로 똑부러지게 해주는 법이 없네."

"중개인이니까. 들은 말을 전달하는 것 뿐이야. ...그래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건 있다. 장기 출장이 될 테니 탄약비는 일체 저쪽에서 부담하겠다는군. 수틀린다 싶으면 뒷일 생각하지 말고 쏘라고."




이 정도일까.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해볼 텐가? 라는 식의. 본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마무리 멘트를 던지는 그에게 어깨를 으쓱 해 보인 모로는 기꺼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

모래바람이 부는 황야의 도로에서 차량들의 엔진 트러블로 잠시 멈춰 선 수송행렬을 습격하려는 놈들이 없는지 정찰중인 넥스트. 셀레브리티 애쉬의 콕핏 안에서 모로는 칼로리바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분명 한 번쯤은 예정되어 있었을 습격 같은 건 전혀 없어서. 오히려 불안하기만 한 여정이었다.

지금쯤이면 행렬 앞을 가로막는 도적들이 있긴 있어야 할 텐데...하고 걱정하며 경계를 하는 것도 사흘 내리가 되니 신경이 피로해질 지경이라. 지금은 적당히 유시계로 주변을 살피고. 모래바람으로 영 상태가 안 좋은 레이더도 곁눈질로 살피고. 그 정도만 하게 되었다. 정말로. 진짜 아무 일도 없어 불안한 것만 빼면 꿀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낮이고 밤이고 부는 모래바람 때문에 경치 구경 같은 건 도저히 못 하는 것도 빼고. 어차피 사막에 있는 거야 모래와 선인장과 전갈과 낙타뿐이라지만. 그래도 사막 너머 수평선과 푸른 하늘이 보이는 것과. 지금처럼 200m 너머 뒤로는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 아닌가. 이래서야 발밑이 보이긴 하나 싶은 생각에 무심코 자신이 걷던 도로변의  지면을 내려다본 셀레브리티 애쉬의 카메라에 무언가가 잡혔다.



"아잇 이런 씨ㅡ"



사막에 사는 주민들이 으레 그렇듯. 후드를 쓰고 천을 입가에 둘러 가린 채. 온 몸도 길다란 겉옷으로 둘러싼 인영이 카메라에 잡혔다. 방금 내딛으려던 셀레브리티 애쉬의 발 바로 앞에. 황급히 조종간을 틀어 다리를 옆으로 내린 그는 외부 마이크를 통해 외쳤다.



"이봐! 뭐 하는 거야! 위험하잖아!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실상은 모로 자신이 딴 데를 보고 있었고. 멈춰달라는 소리는 모래바람 소리에 흘러가 그의 집음용 마이크에 닿지 않았던 탓이지만. 아무튼 모로에겐 이게 무슨 유인책이 아닌가 싶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정작. 뒤로 넘어진 채 벌벌 떠는 인영은 자신에게 호통을 치는 AC에게 뭐라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모로는 슬쩍. 주변을 둘러본 후 그 앞에 무릎을 꿇고서 자세히 인영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뭐 하러 왔어?"



설마 자신이 함정에 걸려든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초조함은 그의 어조가 다소 날카롭게 되는 것에 일조했다. 하지만. 잠시 뒤 모로는 가냘픈 목소리가 서툴게 외치는 단어를 확실하게 들었다.

"도...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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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의 요청으로 윈디로이를 써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기존 갤문학과 비슷한 퀄리티라도 낼 수가 없다는 스트레이드를 마주한 돈카넬 같은 기분으로 퇴근하던 차에 문득 쓰기 시작한 틈새시장글

과연 단 모로는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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