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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재가 발생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벨리우스와 비교하자면, 중앙 빙원은 그냥 사소한 불장난이 일어난 정도에 불과했다. 그야 루비콘 해방 전선의 총본산인 벨리우스 지부와 일종의 극지 전초기지에 가까웠던 중앙 빙원 지부를 비교하기엔 규모와 인프라의 격차가 상당했고, 인원 수도 비교가 의미 없을 정도로 큰 편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빙원 쪽은 버트럼 구 우주 공항이었던, 현재 루비콘 우주 공항으로 개편된 지역에 인력과 인프라가 몰려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우주 공항은 아예 반란의 한 획조차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슈나이더, 펄롱 무장 선단, 해방 전선이 한데 모여 있는 장소여서 애초에 반란 세력이 봉기할 장소로 삼는 것을 고려하지도 않았다.
아무튼 사소한 불장난 수준에 불과했던 중앙 빙원 지부의 반란 행위는 당시 때마침 코랄을 이용한 신경 재건술을 받아 팔의 심각했던 부상을 완전 회복한 러스티가 대기중이었고, 당시 때마침 엘카노 파운드리에서 직배송한 러스티의 전용기, AC 스틸 헤이즈 오르투스가 도착해있는 상황이었기에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뭐 그런 전개다.
반란의 주역 및 가담자들은 구속하여 벨리우스의 상황이 정리될 경우 재판을 받게 하기 위해서 벨리우스에 보내기로 한 상황에서 러스티는 바스큘러 플랜트에 있을 오키프의 긴급 연락을 받고는 뻐근함을 느끼며 그리드 한복판으로 향해야만 했다. 물론, 자신의 AC와 함께.
‘오키프가 그렇게까지 다급하게 부탁했던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중대사항이 맞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리드에 찍혀있는 좌표, 정확히는 GPS의 마크로 보이는 곳에 도착한 러스티는 이 일대에 벌어졌던 참극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목도한게 아님에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눈에 선히 그려지는 것 같은 광경을 지나갔다.
마치 사람이 산채로 녹아 그대로 눌어붙은 모습을 연상시키듯, MT들이 순간적인 고열의 파도 속에서 융해되어 그리드의 구조물에 완전히 녹아들어버린 참혹함, 그리고 그 참혹함의 원인이 녹여버린듯한 거대한 금속 관문, 그리고 그 너머의-
‘잠깐, 저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러스티 그 자신을 죽음의 문턱으로 밀어넣었던 기괴한 형태의 붉은 AC.
그리고, 저 붉은 AC 못지 않게 독특한 형태를 띄고서 흰 바탕에 연한 코랄 빛 적색의 포인트가 돋보이는 AC가 붉은 AC를 받쳐주고 있었고, 그 AC의 손 위에는 다행히 살아있는듯한 제 전우, 레이븐이 있는 것을 보며 내심 안도했던 러스티는 그의 옆에 앉아서 기도하듯 손을 올리고 있는 여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일단, 레이븐과 접점이 있었던 여성들이 있긴 했지만 저런 이미지의 여성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일단 루비콘 해방 전선 내부에선 리틀 쯔이가 있지만 이쪽은 그냥 동료였고, 레드 건의 MT 파일럿인 올버니 역시 동료. 그리고 어쩌다보니 해방 전선 행정직 1이 되어버린 V.VI 마테를링크의 경우는.
그게 누구였지?
라는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이븐이 먼저 했을 정도로, 애초에 기억에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도 않더라.
뭐 어쨌든 그런 이유에서 낯선 인상의 여성이 레이븐과 함께 있고, 그의 손을 붙잡으면서까지 간절하게 기도하는 순간을 지켜보던 러스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븐이 의식을 되찾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멀리서 카메라로 봐도 성치 않은 몸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킨 레이븐이 그 여성을 와락 끌어안는 기승전결의 일부를 확인하고는 제 눈을 내리감으며 눈치를 챙겼다.
‘사람 맞다니까.’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진짜 남자도 맞구나.
레이븐은 억눌러졌던 감정이 다시금 솟아오를 것 같아 심호흡했지만, 자신의 어깨가 격하게 동요하며 떨리는 것은 멈출 수 없었다. 예전의 이런 상황이었다면, 이런 자신의 곁에 누군가 있어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혼자서 감내하고, 혼자서 감정을 죽이고, 혼자서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세워야 했겠지만.
슥-
자신의 떨리는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이 기이한 포근함이, 서늘하게 느껴지는듯한 이 온기는 모든 것을 그 혼자서만 감내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아, 결국 때 아닌 홀로서기를 경험하며 극한까지 몰아붙여지고, 벼랑 끝으로 몰려야만 했던 어린 까마귀는 제 몸을 뒤흔드는 감정의 파도에서 허우적거리는 대신, 그 파도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 파도에 휩쓸리고 수중에 잠겨 심연으로 끌려가 익사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 이 흐름 속에서 자신이 무너져 흩어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존재가 짧은 시간의 이별로 인해 그리워했던 그 존재라는 것은, 레이븐에게 있어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기에,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레이븐은 낯설면서도 그리웠던 품 안에서 억눌러왔던 것을 모두 토해내고, 에어는 자신이 돌아오고자 한 자리를 곁에 두고 있는 이 남자의 심신이 어느 쪽이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몰려있었단 사실에 슬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보다도 크나큰 슬픔을, 그 이상의 절망을 느꼈을 레이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이제... 괜찮습니다. 레이븐…”
그를 안심시키고, 그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그 아래 쓰러진 제 몸을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것.
위로받지 못한 슬픔은 스스로를 좀먹어 파멸로 이끈다면, 위로받은 슬픔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도록 안내해주는 입 없는 여행 가이드와 다름없기에.
레이븐은 잔잔한, 마치 코랄이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며 남은 잔향과 같게 느껴지는 에어의 위로를 받으며 억눌러왔던 모든걸 눈물과 담아 토해내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몸은.... 어떻게...?”
아무런 설명조차 없이 이렇게 나타났으니 놀라는건 당연했기에, 에어는 레이븐의 눈가를 타고 흐르던 마지막 눈물방울을 제 손으로 들어 그의 뺨을 감싸며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듯 훔쳐주며 담담하게, 이 사실을 가장 알려주고 싶었던 이를 향한 들뜬 흥분을 애써 억누르듯 대답했다.
“바스큘러 플랜트의... 구 시대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코랄의.. 실체화..”
“...네, 맞습니다.”
코랄을 압축해 빚어올린것으로 추측되던 백골 한 구. 하나뿐이고 반쪽짜리도 되지 못하는 실험 결과와, 무수히 많은 실험 자료들만 이용해서 에어가 이 몸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레이븐이 경악에 가깝게 감탄하듯 두 눈을 크게 뜨자, 에어는 여전히 담담하고 평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활동을 위한 육체.... 이 몸을 만드는데에 쓰인 코랄은 저, 에어라는 이름의 코랄 한 개체 뿐이었습니다. 제 자신을 시험관 안에서 녹여내고, 찢어내고, 느슨하고 얇은 선으로 연결된 의식을 한데 뭉쳐내고. 이게... 그 결과입니다.”
얼마든지 직접 확인해봐도 된다고 말하듯, 에어는 마치 거리감 없이 천연적인 면모를 지닌 여인처럼 레이븐의 손을 잡아 이끌어서 자신의 뺨으로 가져다대게 만들었다. 거친 손이지만, 부드럽게 느껴지는 그 손길 안에 제 뺨을 담고서 그 손길을 느끼려는 듯 부비는 행위에 레이븐은 살며시 몸을 떨면서도 제 손을 그녀에게 맡기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려고 시도했다.
“잠, 잠깐만.”
“왜 그러시죠?”
아래로 향하던 시선을 겨우 위로 끌어올린 레이븐은 에어의 뺨에서 손을 뗀 다음, 의아함을 드러내는 그녀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BAWS제 작업복 재킷의 지퍼를 풀어 벗은 뒤, 그녀의 몸에 둘러주었다.
에어는 제 몸을 감싸주는 두터운 방한 재질의 옷에서 느껴지는 옅은 혈향에 눈 사이에 옅은 골을 패이게 하며 찡그리다가, 이윽고 그 혈향 아래 묻혀있던 체취의 흔적을 확인하려고 하듯 옷깃을 끌어당겨 제 코를 갖다대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창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새하얀 눈송이같은 피부와 머리카락, 그리고 그 사이에 갈라진 틈처럼 새겨져 잔잔하게 흐르는 코랄. 그리고 그 코랄을 응축한듯 선명한 붉은 빛을 머금고 있는 눈동자. 인간처럼 생겼으나 인간의 범주에 겨우 발을 걸친 듯한 미모의 여성이 마치 낯선 물건 속의 익숙한 냄새를 맡으려고 애쓰는 강아지처럼 굴고 있는 모습에 레이븐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가 퍽 귀엽게 보여, 손을 들어서 그녀의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얹으려고 시도했다.
[“저기, 이제 눈 좀 떠도 될까, 전우?”]
‘......’
저 멀리서 외부 확성기를 통해 간섭하는 러스티만 아니었다면 말이지만.
레이븐은 이 순간 처음으로 러스티가 미웠다.
“그러니까, 음.... 내가 이해한게 맞다면, 너는 정체가 코랄이고, PCA의 워치 포인트 델타에서 전우를 처음 만났고, 그 이후로 쭉 전우와 함께하고 있다가.... 바스큘러 플랜트에서 코랄으로 물체를 만드는 실험 기록을 보고, 그걸로 인간의 몸을 만들었다는거지?”
“네, 축약하자면 그렇습니다.”
에어는 자신의 몸을 앞에 서서 가려주려고 애쓰는 레이븐 때문에 러스티의 앞으로 직접 나설 수는 없었으나, 러스티는 오히려 앞으로 나올 필요는 없으니 그렇게 레이븐의 뒤에 서서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권유했다.
그 이유를 ‘아직은’ 이해하지 못했던 에어는 레이븐의 행동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러스티의 행동은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좀 시간이 필요하다는듯한 반응으로 해석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오키프가 다급하게 연락을 했던 이유가 있긴 했었네....
…
아니, 그보다! 전우! 날 그렇게 못 믿은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러스티는 조금 심통난 표정을 지으며, 레이븐을 불렀다.
“이런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면, 내가 깨어났을 때 먼저 이야기 해줬어도 될 일이잖아!”
“...그때는 바스큘러 플랜트 장악도 없었고, 코랄에 대한 정보도 모르던 때인데.”
“아니, 음, 그게....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이건 반박을 못하겠네.”
레이븐은 러스티가 할 말이 없다는 듯 쩝 소리를 내며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안도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신을 그렇게나 신뢰하고 있어줬기에 저렇게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이는구나. 그 사실을 확인한 것 같아서.
그러나, 해결해야 하는 자그마한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전우를 믿으니까, 전우가 보증한대로.. 에어, 너의 존재를 믿고 신뢰할 수 있어.
오키프는 진작에 이야기가 되었을테니 문제 없고, 프로이트랑 레드는 이 쪽으로 그렇게 심각하진 않을건데…”
“루비콘 해방 전선의 일원은 다른 이야기겠죠.”
왠지 존재감 없는 한 사람이 언급에서 빠진 듯 하지만, 그걸 신경쓰지 않는듯한 러스티의 말을 가만히 듣던 에어 역시 그 사실을 신경쓰지 않는지 그의 말에 동조했다. 흐려진 말끝이 의미하는 바는 루비콘 해방 전선이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했을테니까.
더군다나, 반란 세력의 폭로로 인해서 레이븐의 정체가 밝혀져버린 상황에서 그 정체가 진실이든 거짓이든 레이븐의 존재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랄이 생명체라는 사실과 그 코랄 중 하나가 육체를 얻어서 이렇게 나타났다는 전개는 절대로 쉽게 해결될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한 명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할거다.”
“수숙을 말 하는 거라면, 그래도 한계가-”
“아니, 미들 플랫웰이 아니야.”
그러던 와중 나오게 된 레이븐의 발언을 잠자코 듣던 에어가 입을 열었다.
“...네, 한 명이 더 있습니다.”
머리를 굴려보며 둘의 말뜻을 헤아리려 애쓰던 러스티 역시 눈치를 챘는지, 설마 자신이 생각해낸 사람이 맞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 아래 기저에 깔린 본심은 거짓말은 하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부탁이었고 말이다.
벨리우스를 덮쳤던 대화재는 어느덧 연소를 억지로 멈춰지게 되어 천천히 진화되기 시작했다. 물량과 광기만을 앞세웠던 붉은 늑대의 MT 부대는.
“아냐, 이건 말도 안 되는-”
“어째서냐, 어째서! 우리의 대업이 어째ㅅ-”
레드 건과 해방 전선의 MT 부대, 그리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조하며 지휘하는 AC 허밋에게 쓸려나가다 못해, 정말 뒤늦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펄롱 무장 선단 소속인 AC 파이어웍스와 AC 풀 코트의 가세로 인해 먼지털이로 인해 털려나가는 먼지처럼 말 그대로 산화해버렸다.
[“...지원 감사합니다. 세인트 로렌스 선단주, 그리고 에덴 부선단주.”]
[“허허, 몸이 조금이라도 더 젊었다면 더 빨리 왔을텐데 아쉽게 됐군.”]
“그래도 그 이상의 디에이징 시술은 건강에 안 좋습니다. 선단주님.
…
아무튼간에 이번 사태가 여기서라도 끝나서 다행이군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주 멀쩡하게 재건되어 제 기능을 하던 벨리우스를 협상권자로서 자주 오갔던 에덴은 화마에 휩쓸린 결과로 인해 폐허에 가깝게 변해버린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쓴맛을 느꼈는지 혀를 차며 입을 닦았다. 혹여라도 벨리우스 전체가 점거당해 이 내란 사태에 본격적으로 휩쓸리게 될 최악의 경우를 염려하여 재빠르게 움직이려고 했으나, 자신의 상관인 세인트 로렌스가 그건 염려하지 말고 사후처치를 위한 지원 인력과 물자를 편성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선단주의 예상은 들어맞아, 루비콘 해방 전선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긴 했으나 실질적 수도인 벨리우스가 무너지게 두지 않았고 결국 지켜내는데에 성공했기에 이미 전의를 상실해서 추격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후퇴하고 있는 붉은 MT들을 바라보던 그는 AC를 움직여 화재 진화 및 긴급 복구를 돕고 있는 무장선단의 병력들과, 그들과 합을 맞추며 움직이고 있는 레드 건 부대 소속의 대원들, 그리고 루비콘 해방 전선의 병사들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기업 소속과, 기업 소속이었던 자들과, 기업들에게 핍박받았던 자들.
불편한 삼각 동맹일수도 있으나, 저들의 표정에는 그 불편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고, 도와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움직인다. 그 뿐.
크흠, 몇 번이고 말씀드리지만 선단주님, 이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인 세상이 아닙니다.
낭만적인 세상이 아니기에 낭만을 품는 것이다. 부선단주.
해방 전선의 중책인 미들 플랫웰과의 협상장에서 나왔던 짤막한 대화를 떠올린 에덴은 피식 웃음지으며 낭만이라는 단어를 입으로 굴려보았다. 이 척박한 세상 속, 겨우 하루하루를 평안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가 그걸 하루아침에 상실해버렸음에도 저기 있는 루비코니언들의 얼굴에는 희망과 의지가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희망과 의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다는 이타심이 막연하게 드리워져있는 저 이방인들이 지탱해주고 있는 상황.
“그래, 그렇군요. 이게 낭만이란 겁니까.”
[“음? 뭐라고 중얼거린거냐.”]
“아닙니다. 일단 저희도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해야겠군요.”
그리고, 한때 저런 이들을 직접 이끌었을 존재가 타고 있는 구형 AC로 시선을 돌린 에덴이 덧붙였다.
“아무래도, 다음 협상은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벨리우스에서 난동을 피우는데에 쓰였던 8기의 마인드 알파 AC, 그중 하나를 프로이트의 AC 록스미스가 기습으로 베어 제거했다고는 하나 정보상으로는 AC 조종에 손을 대기는 커녕 모든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저 은둔하고 있었다는 인물이 탄 구형 AC는 누가 봐도 많이 부족해보이는 카탈로그 상의 성능과, 그간의 공백기에 반비례하듯 단신으로 4기의 AC를 전면전으로 격파한 뒤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AC 록스미스는 하드웨어의 성능과,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그리고 파일럿의 기량까지 전부 합쳐 적 AC를 한 기씩 유리한 상황으로 유도해가며 착실하게 격파했다지만 AC 아스트힉은 그런 기교를 부리는 대신 효율적으로 재빠르게 4기를 격파했다. 에츠진을 비롯한 약한 실탄 사격은 외장 프레임의 장갑으로 받아낸 다음, 펄스 블레이드의 전개를 유지한 상태로 ACS 수동 입력과 강제 입력을 번갈아가며 한번 분사된 부스터의 반동을 끊임 없이 전부 사용해 물흐르듯 AC들 사이를 헤집어 휩쓸었으니까.
짧고 굵은 활약을 펼쳤던 바쇼 풀 프레임의 AC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천천히 기체를 돌려, 오버드 레일 캐논의 벼락이 날아왔던 그 하늘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시선 움직임을 따라 펄롱 무장 선단도, 레드 건도, 전직 베스퍼도 시선을 움직여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 하늘 끝자락에 드리워진 회색 빛 먹구름을 뚫고 날아오는 것은 세 기의 AC였다.
러스티의 AC 스틸 헤이즈 오르투스.
레이븐의 IB-C03: HAL 826
“...이 행성에, 다시 불길이 드리워지려는 것인가…”
루비콘 기술연구소의 무인 AC인, AC 에코.
AC 아스트힉의 콕핏 안에서, 섬 돌마얀은 화면 너머로 보이는 기억 속의 그 기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하늘 아래 강림하게 되는 이 상황을 운명의 장난으로 여겼다.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한 남자.
그 남자의 선택을 비웃으려고 하는 것 처럼 보이는 존재가 찾아오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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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그냥 푹 쉬려다가 손이 너무 근질거리고 참을 수 없어서 그냥 글을 썼다
친한 친구의 순애무드 신경써준건 좋았지만 끼는 타이밍을 조금 일찍 잘못 잡아버린 러스티는 621에게 미움 아닌 미움을 사버렸다
어째 예전에 프로이트도 그렇고 오키프도 그렇고 아무리 스파이로 들어갔다지만 러스티까지 순애무드 도중에 눈치 못챙기는건 베스퍼 특징인가보다
그리고 딱히 서술할 필요가 없어서 서술하지 않았지만 저렇게 도망가버린 MT들 대다수는 그리드로 돌아갔다가 콜드콜한테 따잇당했다고
암튼 곧 50을 채우겠구만
이번 글도 읽어준 모두에게 늘 감사하고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길 바란다
돌마얀할배가 에어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세리아 생각나서 트라우마 스위치 눌릴거 같긴 한데
그와중에 존재감 없음으로 존재감을 어필하는 마음의변화 ㅠㅠ
@spare15 역설적으로 존재감을 없애야 존재감이 생기는 기이한 캐릭터성
사실 러스티가 레이븐이랑 꽁냥대는 에어가 질투나서 딴지 건거임 암튼 그런거임
(이레귤러표 호감스택 적립 1스택)
전부해결되고 둘이 꽁냥대는거 보고싶다..
나도 그걸로 한편 꽉 채우고 싶지만 진행시킬 이야기가 아직 더 남았다...
교신(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한뼘도 안 되는 거리)
그러니까 에어쟝 저기서부터 지금까지 나신이었다는거죠? 그나저나 할배 트라우마 재발 확실하구만 - dc App
드디어 그 묘사에 대해 말한 사람이 나타났다! 트라우마 스위치 ON!
돌마얀 할배는 에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건 스포일러
지금 돌마얀 할배는 그러니까 히로시마 상공에 B29 떠있는걸 본 당시 생존자라는거잖아 - dc App
그런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