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모든 행동 원리가 대의에서 비롯된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탐욕에서 기반했다는 이 믿기 어렵지만 사건의 전말을 이해한다면 지극히 그러고도 남으리란 감상이 당연하게 여겨질 이 사실은 마냥 내란 세력의 수괴에게만 국한된것이 아니었다. 라는 점은 자유분방한 인상과 다르게 욕설도 입에 별로 담아본 적이 없는 러스티가 제대로 열받아서 총기난사를 일으킬뻔한, 조금 어이 없는 해프닝을 일으킬뻔한 상황을 만들어내고도 남았던지라 고문의 후유증이 없다시피한 인덱스 더넘이 나서서 러스티를 붙들고 진정시켜야만 했다.


뭐, 저런 분노를 드러내는건 다른 해방 전선 소속들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원로 파벌에 속하지만 않았을 뿐, 꽤나 보수적인 시선을 갖고 있던 구성원들이나 원로를 섬 돌마얀과 동일선상에 놓으며 웃어른 대우를 깍듯하게 하던 이들도 쿠데타를 일으킨답시고 벨리우스를 테러리스트들의 밥상머리 앞에 진상해버린 저치들을 향해 이를 갈다 못해, 섬 돌마얀이 이 자리에 있는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총부리를 들이밀든 어쩌든 해서 공개처형을 시켜버리겠다고 중얼거릴 정도였으니까.


이러다간 없는 죄까지 만들어서 있는 죄로 만들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가 과격하게 흘러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 뿐이었다.



“모든 가담자들을 법정에 세워서, 법에 의거해 처리하도록.”



외세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해방 운동의 시초부터 저 원로들과 함께해온 섬 돌마얀이 느끼고 있을 배신감과 충격이 그 누구보다도 거대할진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분노를 씹어 삼켜서 그 증오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를 억지로 내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권유를, 아니, 지시했다. 실권자의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 여전히 해방 전선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자리만큼은 그가 원하지 않아도 굳건했기에 다들 그의 지시에 싫은 티를 조금 내면서도 동조할 뿐.


더군다나 은거하던 정신적 지주가 직접 AC에 탑승한 채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 한창때처럼 등장하여 위기에 처한 해방 전선을 구하고 테러리스트들과 내란 세력의 AC들을 참살하는데 앞장섰다는 그 과장 없는 사실은 BAWS와 엘카노 파운드리에 전달되어 그저 친 해방 전선 성향이던 기업들의 균형에서 아예 성향을 배제하고 그냥 해방 전선 소속 기업으로 바꿔버릴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여담으로 펄롱 무장 선단의 실제 협상권자인 세인트 로렌스는 섬 돌마얀의 그런 과거-현재의 활약을 듣고는 자기랑 비슷한 사람이 이런 외딴 행성에도 있을 줄은 몰랐다며 감탄하는 듯 했고, 정작 그런 선단주의 호방함에 일찍이 질린 부선단주 에덴은 그렇지는 않을거라며 나지막히 반박했다지만 어쨌든.



“...그래도 새로 쌓은 법이 흔들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겨우 러스티를 진정시키고 온 인덱스 더넘의 말에, 섬 돌마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내란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구 시청 건물이었던 법원은 화마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화를 면했고, 리모델링을 마치며 새로이 문을 열었으니 첫 판례로 삼기에는 이번 일로 인해 나타난 죄인들의 죄목이 절대 쉬이 짚고 넘어갈 수 없는 것들이라, 꽤나 많은 이목을 끌 것 같았다.


문제는.



“독립 용병 레이븐도 법정에 세우도록.”



“예?! 그, 그 말씀, 진심이십니까??!!”



섬 돌마얀의 은혜 덕분에 루비콘 해방 전선에 들어오게 된 인덱스 더넘조차 화들짝 놀라 기함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파격적이며 충격적인 발언이라, 근처에 있던 해방 전선 소속들은 흠칫하며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며 더넘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펄롱 무장 선단 측의 지원 인력은 무슨 일인가 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에, 레드 건 부대 소속들은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없어 그 외침을 듣진 못했다.



“이 일에 대해서 가해자 된 입장이든 피해자 된 입장이든 그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끝맺음되지 않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닐세.”



“그, 그렇습니까. 다만, 루비콘의 해방자를..... 강제로 재판대에 세워버린다면 적지 않은 반발이 발생할것으로 사료됩니다.... 특히, 러스티를 위시한 젊은 친구들이요.”



레이븐을 루비콘의 해방자라 칭하던 인덱스 더넘은 자신을 마치 흘겨보는듯한 섬 돌마얀의 곁눈질에 자신의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나 하듯 말끝을 흐리다가도 제 하고자 하는 말 만큼은 멈추지 않고 마쳤다. 섬 돌마얀을 향한 존경심이 여전하긴 했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는 방금 전 해방 전선의 분열을 봉쇄하고 봉합하고자 한달음에 달려온 이 정신적 지주 되는 노인의 발언이 분열을 부추기는듯한 발언으로 여겨질 수 있었기에.


물론 섬 돌마얀도 자신의 발언이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단순한 인정만으로 넘어가기에는 아무리 내용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쉽게 넘어갈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점은 어쩔 수 없었으니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절 한 톨의 악의나 의심 없이, 그저 견해를 알아보고 싶었기에 돌마얀이 조금 소리 낮춰 묻자, 인덱스 더넘은 이게 새로운 시험인가 싶단 생각을 잠시 하다가도 좀 멋쩍다싶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루비콘의 해방자에 대해서 물으시는 거라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예,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루비콘의 해방자라는 단어를 언급할땐 처음에는 슬쩍 눈치를 보는가 싶다가도, 물음에 답할 때 두 번째로 사용하는 것은 눈치를 보지도 않고 아예 자연스레 언급했기에, 그 사소한 차이를 들은 섬 돌마얀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이 으레 짓는 힘 없는 옅은 미소를 띄웠다.


한창 때의 돌마얀 자신의 기억대로, 굽힘없고 우직한 강단으로 나서며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AC의 파일럿으로서 선봉에 서서 병사들을 이끌었던 인덱스 더넘은 변함 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우직함은 말투에서도 묻어나와, 레이븐을 향해 무의식적인 신뢰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섬 돌마얀이 해야 할 일은 하나 뿐이었다.


독립 용병, 아니, 루비콘의 해방자 레이븐을 만나 그 문제의 폭로에 대한 진실을 자신이 먼저 듣고, 진위여부와 연관 없이 그를 설득하고 법정에 세워 그 진실을 스스로 밝히게 하는 것.


계획은 그러했다.







“...나를 놀릴 생각인가?”



그런 생각으로 비가 그친 밖으로 나선 섬 돌마얀이 자세 제어가 풀려 한쪽 무릎을 꿇어 자세를 낮춘 HAL 826의 그늘 아래 있는 레이븐에게 다가가 그를 불렀다가 그의 옆에 서있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인간과 비교한다면 낯선 느낌이 드는 여성의 정체를 묻고, 그 정체에 대한 답을 들었을때 보인 반응이 저러했다.


자기 발 밑의 땅이 존재하지 않는 무저갱 심연으로 통하는 공동이 뚫린것만 같은 허무하기 그지없는 기분이 들었지만, 레이븐이 누구에게 굳이 장난을 칠법한 그런 위인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 쯤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온 돌마얀이 직감적으로 눈치채고 있었기에 장난이 아님은 진즉 눈치 챈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낮게 흘러나온 레이븐의 대답은 상당히 건조했는데, 저 말의 뒤가 애매하게 끝맺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뒤에 붙어 나올 말이 ‘장난을 칠 이유가 있나?’ 라고 되묻는 말이라 그걸 굳이 덧붙여서 섬 돌마얀 자신의 신경을 긁어댈 필요가 없다 여겼기에 그저 침묵으로 긍정한 돌마얀은 레이븐과 시선을 마주했다가, 그의 곁에 자로 잰 듯 손을 가지런히 모아 서있는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입이 열리니.



“신뢰가 형성될만한 말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청아하고 감미롭게 느껴지지만, 그 아래에 미세하게 펼쳐진 경계심은 저 듣기엔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듯 건조함만이 가득한 말로써 흘러나와 귓가에 맴돌아 앉으려다 사라졌다.


귀를 간질거리는 은은한 속삭임 같은 음색은, 섬 돌마얀에겐 낯선 것이 아니었기에.



“...레이븐, 자리를 옮겨도 되겠는가.”



낯설지는 않으나 그리워하였기에 마음 속에만 담아둔 과거의 추억이 피어오를 것 같아, 그 추억이 제 목을 흔들어 쥐어짜버리려는 악독함을 애써 참은 섬 돌마얀은 듣는 귀가 없을 곳으로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다.


그 말을 들은 한 쌍의 남녀는 서로를 잠시 마주보다 시선을 다시 정면으로 돌렸지만, 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은 섬 돌마얀에게 있어 기억의 상자 속에 담긴 것에 칼끝을 쑤셔박아 찔러 끌어내는 것과 같았기에 눈가가 살며시 떨리는 것은 어찌 할 방도가 없었지만 말이다.


존재하지 않는 주사위를 채 굴리지 못해 손에 쥐고만 있는 남자에겐, 최악의 경험일지도 모를 일이다.






자리를 옮긴다는 선택지로 인해 결정된 새로운 자리는 오버드 레일 캐논의 급습으로 벽이 뚫렸을 당시 긴급 민간인 소개를 행한 인근의 이름 없는 주택이 되었다. 문조차 닫지 못하고, 필요한 최소 분량의 생필품을 챙겨 다급하게 나서야만 했을 가족의 거취가 느껴졌기에 섬 돌마얀은 이곳에 발을 들이면서도 이 집에 살았을 사람들이 무사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집의 주인 되는 가족이 다급하게 이 안식처이자 소중한 집을 뛰쳐나올 일을 만든 원흉과 다름없어진 자신을 향하여 자조하듯 입술을 짓씹었다.


덜컥-


바람에 밀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섬 돌마얀, 레이븐, 그리고 에어는 한때 이름도 얼굴도 모를 가족들의 포근한 식사 자리였을 탁자 앞에 마주앉게 되었지만, 지금 이 셋 사이를 흐르는 공기는 포근함과는 정 반대되는 싸늘함과 긴장만이 맴돌았다.



“독립 용병....아니, 세간에선 이리 칭하더군, 루비콘의 해방자라고.

그래서, 루비콘의 해방자 레이븐. 내 그대에게 요구할 것이 있다.”



“..말해라.”



격식과는 거리가 먼 레이븐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돌마얀의 얼굴 표정 변화는 없었다. 상대가 강화 인간이고, 말주변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은거하던 시절에도 주기적으로 갱신된 정보를 통해서는 알고 있었던데다, 굳이 자신에게 존칭을 해달라고 정정 요청을 할 정도로 꽉 막히지도 않았으니까.


그저 동등하게 일 대 일, 거래자 대 거래자 느낌이 나는 지금이 그에게 있어선 입을 열어 말하기엔 짐짓 편한 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사태를 일으킨 내부 분열 세력을 법정에 세울 계획이다. 그리고 이 사태에 관해서는 그대에게도 연관성과 책임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 법정에 서도록.”



“알겠다.”



단도직입적인 요구에 일 초의 고민도, 타협 시도조차 없이 단숨에 받아들이는 모습에 눈꼬리가 살짝 휘어지며 일순간 이채가 서려질 정도라, 레이븐에게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는 그리 대답한거냐고 다시 질문했다.



“...내가 한 말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맹독이 될지 알고 있지도 않을터인데?”



“사태의 주동자들을 일거에 처리하면서 내부 숙청이라는 이미지가 내부에서 덧씌워지지 않게 하되 새로 구성된 루비코니언의 정부가 대외적으로 지극히 멀쩡한 상태임을 공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저러하니 되돌아온 대답은 굳이 부연설명을 덧불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걸작이라, 섬 돌마얀의 무표정하던 얼굴에서 입꼬리가 아주 찰나의 순간동안 끌어올려지며 신기루 같은 옅은 미소로 화하다 사라질 정도였다.


말주변이 없다더니 그저 말을 잘 하지 않을 뿐, 사람의 의중을 꿰뚫어보거나 제 스스로 생각하는 수준은 평범한 인간들 못지 않게 정상적이지 않은가. 만약에라도 이런 인물이 루비코니언에게 있어선 최악의 적이 되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물이, 이 행성이 다시 화마에 휩싸여 모든 것이 절멸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돌마얀은 이 상당한 통찰력을 지닌 청년에 대한 평가를 내부적으로 고쳐잡았다.


정작 레이븐은 옛 주인 되는 핸들러 월터가 훗날 휘하 강화 인간들이 재수술을 받아 평범한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지식의 일부나마 자리잡으라는 뜻에서 읽어준 다양한 서적들 덕분에 할 수 있었던 말이었지만.



‘...생각하는 바는 깊으나, 대체 어째서?’



스스로 그리 평하면서도 레이븐이라는 청년에 대한 이유 모를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목소리에서조차 적개심이 느껴지지 않는 이 강화 인간 청년은 대체 무엇을 위해 자신의 출두 요청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가?



“레이븐의 입을 통해서 폭로된 오버시어의 진실에 대한 진위여부를 알기 위함입니까?”



더군다나 옆에 앉은 여성, 둘이 설명하기로는 이름이 에어라는 저 여성이, 스스로를 코랄이라 주장하는 저 여성에게서 튀어나온 말에도 기실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는 듯 담담한 레이븐의 반응은 돌마얀 자신에게 있어서는 일말의 섬찟함으로 변하여 느껴질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에어가 내놓은 답이 맞는 말이었기에 돌마얀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말을 듣고서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어 진실을 내뱉게 되었을 때 레이븐에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 여겼던 에어는 슬쩍 손을 들어 레이븐의 팔 위에 손을 올렸으나, 레이븐은 그 마음을 몇 분 이해하긴 하는지 제 팔에 올려진 에어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덧대 겹치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띄워올렸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 의미.


저렇게 사소해보이는 둘의 행동 하나하나가 맞은편에 앉은 당사자의 아픈 상처를 후비고 있다는 사실만은 모르는 것 같았으나, 차라리 저 둘은 모르는게 나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섬 돌마얀은 레이븐이 자신의 요구에 우호적으로 나오긴 했으나, 그렇다고 우호적인 시선으로서 계속 지켜봐도 되는지에 대하여 확신을 얻고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레이븐, 내가 그대의 도움을 받아 동지들의 손에 구출되었을 때,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



잠시 기억을 되짚듯, 탁자 위에 올린 손가락을 툭, 툭, 소리를 조그맣게 내어 탁자를 여섯 번 두드린 레이븐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븐의 이름을 듣고, 의지의 표상이라 평하면서도 허무주의자의 탄식이 묻어나오듯 모든 것은 꺼져가는 불씨에 불과하다고 외친 그 발언을 설마 기억하겠느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인상 깊게 받아들였기에 기억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던 돌마얀의 귓가를 때린 것은 레이븐의 대답이었는데, 이 대답이 내놓은 것은 그 발언 이전의 대화였다.



“쯔이에게 해방 전선의 격언을 두고 무엇을 아느냐고 했던 것도 기억한다.”



분명 뭘 마시고 있는 상황에서 들었다면 사레가 들릴법한 말이었기에 돌마얀은 낮은 침음을 흘릴 뿐이었고, 에어에게 있어선 그녀는 전혀 모를 일들이었기에 레이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의아함을 드러내듯 고개를 갸웃해보일 뿐.



코랄이여, 루비콘과 함께할지니!



루비콘 해방 전선의 격언이자 또다른 구호. 레이븐이야 일찍이 들어서 알고 있던 것이고, 에어는 그저 지나가듯 희미하게 듣기만 했었던 격언에 대한 이야기,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을 진실이 흘러나왔다.



“루비콘의 해방자여, 우리의 격언에는 뒤가 있다.

코랄이여, 루비콘과 함께할지니.

코랄이여, 루비콘의 안에 있을지니.

그 주사위를, 던져서는 아니 된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는가?”



섬 돌마얀은 이 숨겨진 격언의 의미를 제 앞의 청년이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자신의 손 안에 보이지 않는 주사위가 쥐어져 있는 것 처럼, 이 청년도 자신만의 주사위를 손에 쥐고 있을 정도로 모든 진실들에 근접해있으리라 하는 기대였다.


레이븐은 곱씹듯이 그 숨겨진 격언을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코랄 릴리즈.

그것이 이 세상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군.”



“알고.... 있었는가..?”



“코랄의 해방, 그 붉은 수평선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섬 돌마얀 자신의 기대대로, 일말의 희망을 향한 기대대로 레이븐의 대답은 그 누구에게도 쉬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마음 속에 억눌러담고만 견뎌오던 고독한 노인에게 있어서는 낯선 이해자를 만난 기분이었기에 자기도 모르게 코랄의 해방 이후에 벌어질 일을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인간 세계의 비참한 말로.”



“인간 세계의 비참한 말로.”



“인간 세계의 비참한 말로.”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셋의 각기 다른 목소리가 똑같은 말을 메아리치듯 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섬 돌마얀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으니.



“...스스로를 코랄이라고 밝혔으면서, 코랄 릴리즈에 반대하듯 말하다니?”



코랄 릴리즈의 위험성을 알고 있고, 전부 이해한다는 듯 옅은 그늘이 진 표정으로 코랄 릴리즈의 결과를 논한 에어를 보는 돌마얀의 얼굴빛에는 경악에 가까운 감탄이 서려있었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이지만 에어의 표정을 읽을 수는 있었다. 코랄 릴리즈에 대한 일말의 미련과 아쉬움이 읽혔으나 그것을 뒤덮은건 그 아쉬움을 떨쳐내야 할 정도로 무언가를 향한 강인한 결의였으니까. 그리고 그 결의에 대한 답을 위해, 에어가 입을 열었다.



“코랄 릴리즈를 원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제 개인만을 위한 욕망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제 자신을 스스로 루비코니언이라 칭하여 가치관과 시야를 논한다 한들, 실체가 있는 루비코니언으로서 이 땅 위에서 살아온 당신들의 가치관, 시야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저 저 자신만을, 저라는 개인만을 생각한다면 코랄 릴리즈에 찬동했을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절대로.”



그렇지 않는 연유에 대해서 물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으나,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다.


에어의 발언 그 직후, 그녀가 레이븐을 바라보며 신뢰가 깃든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이 보였기에.



‘같은 듯, 다르구나.’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는 감정 중 하나인 질투는 삶에 대한 미련을 나이가 든 현재에선 어느 정도 내려놓은 섬 돌마얀이라 한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왠지 평행선을 그리는 어떠한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라 질투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자기 자신을 향한 혐오감도 늘어나기 마련. 똑같이 주사위를 손에 쥐고 있으며 던질지 아닐지 그 선택권도 갖고 있는데, 어째서 이리 다르단 말인가?


대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저런 제 3의 길을 깨우치지 못한 것인가?


눈 앞에 보였기에 경험하게 된 상황을 향한 의문과, 자기 자신을 향한 회의감이 섬 돌마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을 때 들려온 목소리가 읊는 기억 속의 단어는 그의 정신을 곧장 깨우치게 만들고, 두 눈을 부릅뜨게 하기엔 충분했다.



“수부, 섬 돌마얀. 당신이 목소리를 보았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갈 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공존과 공생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당신에게 코랄 릴리즈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존재.

그리고, 당신의 의지를 존중해주겠노라 선언해주는 그 존재.”



그렇게 말하는 에어, 그녀의 시선은 레이븐이 아니라 섬 돌마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핏빛으로 보일 정도로 선명한 코랄 빛의 눈동자는, 마치 심상을 꿰뚫는 것 같이 느껴졌고.



“...그 코랄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습니까?”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섬 돌마얀의 마음에 비수로써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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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티 : 야이 반란군놈의 쉐끼들아! 늬들 거기 꼼짝말고 앉아있어! 내가 AC를 끌고가서 네놈들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결국 돌마얀 트라우마 스위치를 눌러버리는 에어였다


근데 에어가 육체를 갖게 되어서 실체가 존재하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전개인걸...


이건 인게임 스포일러지만 돌마얀이랑 레이븐이 나눈 대화는 3회차 자일렘 알트미션에서 돌마얀 대사


사실 뉴비유입이 많아졌어도 이 문학 읽고있는 순간부터 스포당하는거긴 한데...


아무튼 이번 글도 읽어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