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해방 정부, 다른 말로는 루비콘 신정부라 불리는 새로운 정부가 발족되고 나서 열흘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젠 못 버티겠다는 듯 아예 프로이트가 레이븐을 찾아와버리고 말았다. 물론 프로이트가 뭔 짓을 할지 모르는 관계로 감시역인 러스티 역시 따라왔고, 프로이트의 기행을 의도치않게 많이 알아버린 G6 레드 역시 프로이트의 갑작스러운 급발진을 막을 브레이크 역할을 하기 위해 따라오는 상황. 창문 너머로 셋이 계속 투닥거리며 다가오는걸 본 레이븐은 본능적으로 귀찮은 일이 생겼음과, 이제 이유 없이 연장될 휴식은 없음을 깨닫고는 복잡한 기쁨 서린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오는 건가요?”



레이븐의 한숨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이 마냥 부정적이지 않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던걸까, 에어는 이제 움직이는게 익숙해진 걸음걸이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스윽, 동결 건조 티백이 담긴 찻잔을 내밀었다.


RaD의 브랜드 홍보 목적이라도 되듯 자사의 로고가 큼직하게 프린팅 되어있는 스테인리스 잔. 그 찻잔을 받아든 레이븐은 에어 역시 자신의 손에 그 찻잔을 쥐고 있는 것을 보며 희미하고 옅은 미소를 띄웠다. 확실히 코랄이 무언가를 섭취하는 것은 무의미했고, 섭취는 가능해도 체내의 코랄이 금세 전부 분해해버려 영양소가 흡수되지도 않는 것 같다고 그녀는 증언했었다.


그럼에도 찻물 담긴 잔을 들고 있다는 것은, 이 섭취 행위가 그녀에게 무의미하게 도움 없다 하더라도 레이븐이 하는 그 행위를 따라하는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이 육체가 지닌 답답함을 해소해주고, 또 그녀 스스로가 인간에 더 가까워졌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줌과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레이븐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응, 귀찮은 손님.”



“손님..인데 귀찮은 손님이라니, 그건 받아서는 안 될 손님인가요?”



레이븐의 말에 대답한 에어의 목소리는, 당장 오지 못하게 치워버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약간의 경계심과 불안이 녹아있는 반응이라 레이븐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저.....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려는거지.”



“..그렇군요.”



이젠 휴식을 끝낼 때가 되었음을 레이븐은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하는 에어 역시 어렴풋하게 느껴왔다. 열흘이라는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짧지도 않은 휴식은 끝을 내야만 한다. 그리 여겼는지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열흘간 천천히 자신들의 흔적으로 채워온 집 안으로 시선을 향했다.


처음엔 삭막함만 가득하던 실내에는 여전히 필요한 것 그 이상으로 무언가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온기가 느껴지면서 포근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상태.


일명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공간이 되어, 이 둘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 즉 집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기에 자연스럽게 이 자리에 싫든 좋든 정이 남아 붙는 것은 당연했다.


툭-


찻잔을 내려놓고서, 레이븐은 에어의 왼손에 자신의 오른손을 가져다 대어, 손등을 마주하고 그대로 안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어 그대로 붙들어.



“그렇지만, 네가 돌아왔기에....우리가 돌아갈 장소가 생겼어.

집,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장소가, 이 공간이 존재하는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여기로 돌아오게 되겠지. 그러기 위해서-”



입을 열어, 에어의 아쉬움을 달래듯.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끝내야 해.”



그리고, 잠시 잊고 있어도 괜찮았을 일을 떠올리게 하듯.


레이븐의 말을 통해서 현재 소재 파악이 불분명한 상태인 올 마인드와 이구아수가 촉발시키게 될 코랄 릴리즈에 대한 위협을 끝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에어는 제 손을 잡아준 레이븐의 손을 바라보다, 이윽고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말이 맞아요. 레이븐.

그보다는, 일단 지금 찾아온 사람들을 상대하는게 우선이지만요.”



현관 너머로 선명하게 들려오는 실랑이 소리를 언급하는 에어의 말에, 레이븐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이마를 짚었다.



“그래, 우리 귀찮은 손님들의 이야기도 들어는 줘야지.”



누가 봐도 저 베스퍼 출신 둘이 하려는 말이 자신의 복귀를 촉구하는 것이겠거니 하며, 레이븐은 발걸음을 옮겼다.






뭐, 문이 열리고 들어오자마자 러스티와 프로이트는 동시에 입을 열어 레이븐의 복귀를 요청했다.


물론 프로이트는 레이븐과 합법적으로 대결을 벌일 목적으로, 러스티는 이러다가 프로이트가 뭔 사고를 칠지 감당을 할 수 없으니 최소한의 억제 담당이 되어줄 수 있는 레이븐이 돌아와야 한다면서. 둘 다 열정적으로 레이븐을 설득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첨예하게 의견을 대립했는데,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이라.



“알겠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 라는 것이 아니라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희는 할 말 마음껏 하면 된다. 라고 상황이 설계되어 있었다는 듯, 레이븐은 소숫점 아래 숫자만큼의 시간이 흐를 정도의 고민조차 하지 않고 러스티와 프로이트의 공통된 요구사항인 복귀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프로이트와 러스티가 일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단호하고 깔끔한 수락이라.



“...전우, 뭐 잘못 먹은 건 아니지?”



“이상하군, 그래도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고민을 하거나 거부할 줄 알았는데.”



레이븐의 수락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반응을 보이던 러스티와 프로이트가 한데 입을 모아서 수군거릴 정도였다.



“뭐, 네 성격이라면 그런 반응을 보일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G13 레이븐.”



오히려 저 둘과 반대로 G6 레드는, 자신이 아는 레이븐이라면 저러는게 오히려 정상이라는 쪽이었고.



“...레이븐, 대체 어떤 인상을 심어주면서 지내셨던 건가요?”



저 셋의 상반된 반응에 오죽했으면 에어조차 어처구니 없단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레이븐은 복귀를 하겠다고 응답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냐는 대답을 하려다가 그런 쓸데없는 말을 덧붙일 성격은 아니었기에 그냥 담아두는 것으로 끝냈다.


프로이트는 레이븐의 바로 뒤에서 그림자가 따라붙듯 가까이 붙어 대답하는 에어의 목소리를 듣고는 힐끗, 한번 그녀를 쳐다보다가 별 신기함을 느끼진 않는다는 무덤덤한 반응이라 오히려 그녀의 존재에 놀랐던 러스티가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넌 위화감을 느낀다거나, 의아하다거나 하진 않는 거냐?”



“아니, 레이븐이 가끔은 정신을 어디 다른 곳에 팔아버렸거나, 이상한 곳에서 집중하는 경우가 있었거든. 거기다가.... 내가 많은걸 알진 않지만 공기 중에 코랄이 희미하게 떠다니는 것 같았고. 그래서 대충 정체가 코랄이거나 그에 연관된 존재겠거니 했지.

아, 물론 코랄이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직후에 보이더라고.”



감시하겠답시고 따라온 러스티가 평범한 인간은 맞긴 한건가 하는 반응을 보여서, 프로이트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며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는 듯한 대답을 내놓았다. 오히려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에어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단듯한 저 대답에 러스티는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그리고 레이븐은 제 몸의 털이 오소소하게 서버리는 섬찟함을 느꼈다.



“...그렇습니까. 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겠군요.

제 이름은 에어, 아무쪼록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프로이트.”



“오, 그래. 나 역시 잘 부탁하도록 하지.”



정작 에어는 놀라움을 느끼는 반응보단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무던한 반응을 보이며 프로이트에게 짧게 인사를 했고, 프로이트 역시 특별함 없이 짧게 인사를 맞받을 뿐.


반면 레드는 별 말이 없었는데, 그 침묵 속에 깔린 약한 수준의 경계심은 각 잡힌 군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어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레이븐이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권유할 정도였다.



“그래, 어차피 이 행성에 있으면서 신기하고 신비한 엄청난 상황들을 많이 겪었고, 앞으로도 더 겪게 될건데 아직 이 정도로 놀라기엔 이르다고, 레드.”



“아직....? 난 이미 엄청난 상황들에 여러번 휘말렸던거 같은데 말이다...?”



“일단 레이븐과 연관된 순간부터 그런 순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게 되는 법이지. 날 보라고, 나는 레이븐을 처음 봤을때부터 아주 재밌는 경험을 했다니까?”



듣고 보니, 예전 중앙 빙원에서 오키프와 첫 접촉을 했을 때 AC에 탑승해서 대기 중이던 자신을 평가해보려고 급습하던 프로이트의 돌발행동이 떠올랐던 레이븐은 그때 당시 에어와 대화 중이던 상황을 방해받았던게 떠올라, 기회가 된 김에 새 AC를 테스트하며 그때 제대로 못 치른 값을 치러보기로 결심했다.



“듣기로는 섬 돌마얀과의 모의전이 꽤 재밌었다고 들었었다.”



“아, 그랬었지. 내가 살면서 그렇게 몰려 본 경험이 별로 없었어서 말야..

레이븐, 그런 짜릿한 경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준비는 했겠지?”



프로이트와 레이븐의 미묘한 기싸움을 눈치챈 러스티는 제 손을 들어 미간을 짚으며 또 시작이냐고 중얼거렸고, 레드는 마치 관심병사를 보는듯 짜게 식은 시선으로 프로이트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에어는 이 상황을 중재하기보단 레이븐이 드물게 호승심과 투지를 조용히 드러내는 모습을 이렇게 직접 자신의 시야로 관측하는게 신기해서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레이븐이 그렇다 대답을 하려 입을 열었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아, RaD의 쓰리비, 그 쓰리비의 주인에게 연락해줬으면 한다.”



뜬금없이 언급된 RaD의 산하기업체인 쓰리비. 이에 레이븐을 제외한 넷이 의아하다는 분위기를 풍기자, 레이븐은 꼭 필요하다는 듯 이 업체의 관여가 없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결연함을 드러냈다.


레이븐이 머릿속으로 구상한 새로운 어셈블리의 AC, 그리고 그 AC를 현장에서 재조립하고 보수해줄 기술력을 지닌 존재가 쓰리비의 주인인 강화 인간 소녀였다는 사실은 레이븐만이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쓰리비의 킷 메이스에게 연락을 취하고 사흘 뒤 BAWS의 모의 훈련장.


물론 의도대로 상황이 잘 굴러간다면 루비콘 3이 아니다. 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 유명한 독립 용병 레이븐이. 루비콘의 해방자라는 걸출한 의미를 지닌 이명으로 불리는 그 레이븐이 기존 AC에서 벗어나 새로운 AC를 원한다는 소식은 당연히 새어나가, 레이븐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펄롱 무장선단 및 슈나이더와 슈나이더 산하로 편입되어 루비콘 항성계로 도주했던 아르카부스 선진개발국도 은근슬쩍 자리에 끼어들었다.



“우우와아아아…”



그냥 바깥 외출이 너무 오랜만이라 즐거워서 보인 반응인지, 아니면 이 장소에 모인 면면들이 어지간한 대규모 협상장에서나 볼법한 인물들이라 놀라움을 보인건지 모를 감탄사를 내뱉은 킷 메이스는 레이븐과의 첫 만남 당시의 모습 그대로, 토이박스 MT를 개조한 툴 박스에 탑승한 상태였다.



“킷, 너무 놀라기만 해서는 여기에 온 목적을 깜빡하게 될지도 모른단다.”



“네?.....아,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아빠는 날 아직도 애로 보는것도 아니고…”



“내게 너는 아직 아이란다, 내 딸아.”



거기에 제 딸이 걱정되어 따라왔는지, 아니면 산하기업체의 사장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러 온 CEO의 입장일지 모를 빌렘 메이스까지 참여했는데,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아예 이들은 중장 4각 MT를 한번에 셋 이상 수용해도 될 크기의 초대형 카고 트레일러를 끌고 와, 그 안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기업별 외장 및 내장 파츠를 한가득 채워 가져온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트레일러를 무려 넷이나 끌고온 모습은 상당히 진심이었던 모양.


휠체어에 탄 상태인 빌렘 메이스의 옆에서 툴 박스 MT에 탄 채 말로써 으레 가족답게 투닥거리던 킷 메이스는 자신들 쪽으로 레이븐과 에어가 천천히 다가오자 말을 멈추었고, 빌렘은 그대로 레이븐에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안 받아주시는 겁니까? 이런, 이건 좀 섭섭하군요.”



“그 정도로 우리가 친했던가?”



물론 레이븐은 바로 악수를 받긴 커녕, 예전에 코랄 제네레이터로 기동하는 개조된 발테우스에게 죽을 뻔한 기억 탓인지 어디서 친한척이냐는 어조의 비아냥으로 받아쳤으나 웃는 얼굴에 침은 못 뱉는다던가? 빌렘은 자신을 향해 대놓고 날아오는 욕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수양딸 되는 소중한 존재 앞에서 들었음에도 발끈하는 모습 같은건 보이지 않고 그저 생글생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계속 내밀고 있었다.


레이븐에게 있어서 빌렘 메이스는 좀 악연이 있다지만 그래도 킷 메이스와는 그런 인연이 있는게 아니었기에, 이 자리에 나와준 킷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기 때문에라도 레이븐은 빌렘의 손을 잡아 짧게 악수했으나.



“어라, 그 뒤의 숙녀분은 제가 두려우신가요?”



레이븐의 등 뒤에 바짝 붙어, 그의 옷깃을 붙든 채 빌렘을 빤히 노려보는 에어는 빌렘의 과도한 친근함이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RaD에게 좋은 기억이라고 할만한게 일절 없었으니까.


정작 지금의 빌렘처럼 레이븐에게 친숙함을 앞세워온 과거의 신더 칼라 역시, 결국은 그녀 자신을 비롯한 동족과, 레이븐과 같은 인간들을 다 불태워 죽이려는 비밀결사에 몸 담고 그 숙원을 이루고자 모두를 속여오지 않았던가?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한 당사자를 좋게 볼 수 있을까요?”



그러니 저렇게 날 선 반응이 튀어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어, 이 목소리는....그때 그.....맞으시죠?!”



다행스럽게도 이 얼음장이 펼쳐질듯 차가워진 분위기를 마냥 내버려두지 못할 것 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킷이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레이븐에겐 조금 곤란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라 그는 킷의 개입이 내심 기꺼웠다. 다행히 에어는 빌렘과 다르게 킷에게는 좋지 않은 사감이 있을리 만무해서, 무표정에 가깝던 그녀의 얼굴 표정에 아주 미미한 변화가 생겨 옅은 미소가 띄워졌고.



“그때 이후로....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군요.”



“우와, 대바아악.....어떻, 어떻게?! 대체 어떻게…”



적잖은 반가움이 은연중에 묻어나오는 에어의 인사를 받아, 코랄이 어떻게 인간과 흡사한 육체를 얻었느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킷은, 이 장소에 자신들만이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망각하지 않고 있어서 에어의 정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레이븐의 등 뒤에서 살며시 떨어져나와 툴 박스 MT 쪽으로 걸어간 에어는 조심스레 킷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해서, 그 모습을 마치 취미 생활과 일에 몰두하느라 밖으로 나가 친구 한번 사귀어본 경험도 없는 자식에게 첫 친구가 생긴 것처럼 바라보게 된 빌렘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푸근한 미소가 그려져 있어, 레이븐은 이 괴짜 성격파탄자도 피 한방울 안 섞였다 한들 제 자식은 어여삐 여기냐는 어처구니 없단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런 쪽으로 감정에 치우칠만한 위인은 되지 않았던 빌렘은 자신의 태블릿 단말을 꺼내며.



“아 참, 루비콘의 해방자. 당신 이름 앞으로 RaD에 물건이 하나 왔더군요…”



“물건?”



“네, 아마도 발송자는 당신의 소재지를 전부 파악하고 있던 듯 합니다만.... 제가 보기엔 일부러 벨리우스로 보내지 않은 것 같더군요. 여기, 이 물건입니다.”



누가 봐도 귀찮을 것 같은 일을 떠넘기듯, 태블릿 화면에 나타난 그 ‘물건’의 3D 그래픽과, 그 아래 적혀있는 형식번호를 레이븐에게 보여주었고, 그 화면을 본 레이븐은 멈칫, 하며 입가를 굳히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루비콘의 해방자, 당신에게는 낯설지 않은 물건일 것이라는 점은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워, 그렇게까지 무서운 표정을 지을만한 물건이셨습니까?”



레이븐이 대답조차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있는게 마음에 들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어처구니 없게 비추어졌는지 빌렘 메이스는 자기 자신이 느끼기에도 썩어들어갈거 같은 낮은 웃음을 내뱉었으나, 레이븐은 그런 웃음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착잡함 가득히 가라앉은 시선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HC-2000/BC SHADE EYE.


제 자신의 콜사인이자 현재 본명처럼 불리는 이름, ‘레이븐’의 주인의 애기인 AC 나이트폴의 헤드 파츠.


그것이 레이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강화 인간 C4-621에게 찾아왔다.



“이 물건에는 암호화 되어있는 메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암호를 풀 시도를 할 수 있었으나 그랬다간 발송자의 저의를 해하는 행위가 될 것 같아 미뤘습니다만,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더군다나 저 문제의 ‘물건’과 함께 찾아온 메세지는, 아무리 봐도 지금의 레이븐에게 전하려는 메세지가 들어있는 것 같아, 레이븐은 그 메세지를 확인해보겠다며 빌렘이 내민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자물쇠가 걸려있는 메세지 파일을 누르자 나타난 수수께끼 하나.


모두가 원하고 갈망하나 그 누구도 짊어지고 싶어하지 않는 짐덩어리인 것, 하나의 가치와 억의 가치가 평등한 것, 그 어떤 왕도 빼앗지 못할 수 있으나 한낱 미물인 벌레 한 마리는 빼앗을 수 있을지도 모를 것,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없으나 모두가 눈으로 보고 만지기를 원하는 것, 금액으로 가치를 매겨서는 안 되나 금액으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이 세상의 도리인 것.


이것은 독립 용병이 독립 용병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끝 없이 이 세상 하늘로 날아오르는 쾌감과 기쁨을 알고 있는 한 마리의 새가, 자신의 뒤를 이어 하늘을 날아올라 저 하늘이란 이름의 벽을 부수고 이 세상 너머를 확인해야 할 후발주자의 자격이 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마지막 관문.


그리고, 그 관문의 열쇠는 이미 강화 인간 C4-621, 레이븐에게 있었기에.


그는, 그 답을 적었다.


그러니 나타난 메세지는 한 문장도 안 되는, 그저 연결된 단어 한 토막.


날아오를 시간


그래, 그 말대로다.


강화 인간 C4-621, 그가 레이븐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동안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제 이름에 맞게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것.


레이븐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정체된 현재가 아니라, 길을 나아가고 그 땅을 박차며 날아올라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열어젖히는 것이었기에.


레이븐은 이 헤드 유닛을 자신이 새로 계획하는 어셈블리에 넣기로 결정하고는, 엘카노에서 제공한 AC 컨테이너 안에 탑재된 채 자신의 손을 기다리고 있을 IB-C03: HAL 826과 AC 로더 4를 떠올렸다.



“...새 AC가 필요하다.”



입을 열어, 짧게 목소리를 꺼낸 레이븐은 태블릿 안의 그 수수께끼와 그 해답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날아오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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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언급된 찐레이븐과, 찐레이븐의 상징인 셰이드 아이 헤드가 나왔다


그리고 이번 찐레이븐 언급이 마지막일거임, 내가 캐릭터 정리해놓은 개인 글에 이름만 올려놓고 등장 없다고 표기해뒀거든


로더 4에 HAL 파츠에 셰이드 아이 헤드면 조합이 상상될거임...아마도


그리고 저기 언급된 수수께끼는 브랜치의 행동 근원이자 동기이고 레이븐과 에어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두 글자로 된 개념' 이다


분탕은 아니다...


아무튼 이번 글도 읽어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