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란, 인간이란 늘 그러했습니다.”



올 마인드의 손이, 마인드 알파 AC의 매니퓰레이터가 아니라 인간형의 인공 의체의 매니퓰레이터, 말 그대로의 손이 먼지로 뒤덮인 벽을 그 끝으로 쓸어나갔다.



“미지를 그 무엇보다도 두려워하지만, 미지를 그 무엇보다도 이해하고 싶어하는 모순적인 존재. 그리고 그 미지를 이해하는 방법에 다가가게 되면, 그 미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점철된 존재.”



불빛이라고 부를 것 하나 없이, 그저 눈 감고 끝 모를 어둠 속을 방황하는 맹인이 되기라도 하려는건가 싶은 올 마인드의 걸음걸이에는 주저함이 없었기에 마치 처음부터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는 듯 나아가는 발걸음은 굳게 봉쇄된 문 앞에서 멈춰서더니, 미소인지 무표정일지 알 수 없는 상을 제 얼굴 위에 그려 띄우며 그 봉쇄된 문의 오래 된 시스템을 강제로 활성화시키고자 작은 USB에 연결된 금속 침을 문 옆의 패널에 끼워넣었다.



“그리고, 자신보다도 먼저 그 미지를 이해하고, 소유할 방법을 알아낸 개척자를 알게 된다면 질투심을 이겨내고 떨쳐낼 수 없어, 개척자가 만들어낸 모든 것을 제 손으로 어떻게든 복사해서라도 제 것으로 만들고, 그것으로 자신이 진정한 최초가 되고자 하는 이기적인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네, 그렇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러한 존재의 육신에서 벗어난 현재는 적응이 좀 되셨는지요?”



[“아직이다. 그 망할 들개 새끼는 이전과 다른 AC를 사용하더군.”]



올 마인드는 양방향 통신용 이어셋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적인 변조가 옅게 낀 이구아수의 투덜거림 가득한 목소리에 형식적인 미소를 띄우며 이 봉쇄된 문이 마저 열리기를 기다렸으나.


쿵-


외부에서 울려퍼지는 묵직한 충격이 선사하는 진동을 듣고서는 나오지도 않는 공기를 내뱉듯 한숨 쉬는 듯한 반응을 인공 의체로 내비치고는, 입을 열어 지시에 가까운 부탁을 내놓았다.



“시간, 그저 약간의 시간만이라도 벌어주시면 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진 마시죠. 이 세상에서 죽음이란, 결코 끝은 아니니까.”



마치, 이구아수에게 하는 듯한 지시로 들렸으나 움직이는 것은 그가 아니었다. 올 마인드는 의체에 연결된 네트워크 망을 통해 다수의 무명 독립 용병들이, 정확히는 무명 독립 용병 ‘이었던’ 것들의 AC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저 용병 ‘이었던’ 것들의 특징은 단 하나.



“코랄을 이용한 구 세대 강화 인간.... 재미있군요. 이 점에서는 오버시어에게 감사를 전해도 될 듯 싶습니다. 강화 인간 C4-618의 존재에 대해서라도 말이죠.”



뇌 심부 코랄 디바이스가 장착된, 구 세대 강화 인간.



“뭐, 아쉽게도 강화 인간 C4-621의 뇌 심부 코랄 디바이스에 대해서는-”



[“그 들개 새끼를 운운하는건 멈춰라, 듣기 안 좋으니까.”]



“후후, 네. 알겠습니다. 이구아수.”



그와중에 강화 인간 C4-621, 레이븐을 언급하려다가 통신 너머로 이구아수의 히스테릭한 음성이 들려오자 말을 억지로 끝맺은 올 마인드는 사람을 흉내내듯 짧게 웃음소리를 내었는데, 과거의 이구아수였다면 깡통 주제에 인간을 어줍잖게 흉내낸다며 거부감을 드러냈었을진 모르나 지금은 그저 침묵하는 것이 제 자신도 그 속된 말로 깡통이 되어버렸기에 함구하는 것일지, 아니면 올 마인드의 데이터 장악에 종속되어버린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제 스스로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적어도 무엇이 즐겁냐는 비아냥만큼은 내뱉었을 터.


그런 한 마디의 발언조차 없다는 것은, 어떠한 목적 하나에 그의 의식 전체가 매몰되어 있다는 의미고,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존재가 이 굳은 봉쇄 너머에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 사실만큼은 홀로 알고 있는 올 마인드는, 이어셋의 통신을 종료하고는 중얼거렸다.



“인류, 당신들이 두려움 때문에 주저한다면. 그 두려움의 이유가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느끼는 감정에서 기반하는 것이라면.

그 주사위는, 제가 대신 던지도록 하지요.”



누군가는 던지지 못했던 주사위.


누군가는 스스로 포기한 주사위.


그 주사위는 이 땅 위의 사건의 흐름에 몸을 맡기어, 절대로 주사위를 던져서는 안 될 존재의 손에 들어가기를 앞두고 있었다.











“앞으로 5분 뒤면 루비콘 3 전역으로 실시간 송출이 진행됩니다. 수부.”



“이제는 수부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해방 전선은 해방과 함께 일을 마쳤는데.”



“그래도 저희에게 수부는 여전히 수부이십니다.”



해방 정부 방송국의 방송실 안에서 담당자와 너스레 떨듯 그저 잡담을 나누며 긴장을 풀던 섬 돌마얀은 여전히 자신을 수부로서 칭해주는 이들을 보며 내심 고마움을 느끼다가도 자신의 명성과 존재 가치에만 매몰되어 훗날 이 땅 위에 새로운 분열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함께 느꼈다.


하지만, 섬 돌마얀이란 많은 루비코니언들에게 그러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었다.


다만 상대가 그 가치에 대한 부담감을 좀 많이 느끼고 있게 되었을 뿐.



“...후우, 그래. 이러다 내가 관짝에 들어가 무덤에 묻혀도 사라지지 않겠구만.”



“그래도 아직은 묻히시면 안 됩니다.”



죽음으로서 탈출해도 탈출하게 된 것이 아닐 것 같다며 허허로이 씁쓸함을 드러내며 중얼거리던 섬 돌마얀은, 그런 자신의 과감한 휴식도 지금 당장은 취해선 안된다는 엄격하면서도 완고한 쓴소리에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싶을 정도로 내 어깨 위의 책임감이 크게 느껴져서 그렇네, 프레디.”



예전 같았더라면 연설문의 초안을 작성해주었을 링 프레디는, 이번에는 온전히 섬 돌마얀 혼자서만 알고 있었던 모든 비밀들이 폭로되어 공표되는 장이 되어버린지라 그 자신이 늘상 해주어야 했을 일이 없어져,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한결같이 제 옆을 지켜주다, 은거에서 벗어나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시작하자 거리를 둔 채 묵묵히 서있는 것을 택하는 저 젊은 청년에게 미안함이 든다는 것은 당연한지라, 몇 분 남지도 않은 마지막 시간을 남겨두고서 섬 돌마얀이 입을 열어 물었다.



“자네는, 후회하지 않나?”



“...저도 인간이기에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그저 위안 삼듯이 당신에게 자리하고 있는 그 상처를 보듬어드리지 못한 것이 한입니다. 수부.”



그 물음을 듣고서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짧지는 않았으나, 링 프레디의 말뜻은 섬 돌마얀이 감내하고 억누르던 그 크나큰 상처의 깊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그저 인간의 겉 껍데기로만 그의 곁에 자리하기만 했던 자신의 한계에 대한 후회였다.


그러나 그건 섬 돌마얀에게도, 링 프레디에게도 잘못은 없었다.


그저,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범주의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그 후유증일 뿐, 이를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지 못 했다고 그게 잘못이 되지도 않았다.


그저, 흘러간 사건이고, 흘러간 일이고, 흘러간 시간이었으니까.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형식적으로 느껴질 미안하단 사과에 돌아오는 대답은 고저차가 느껴지지 않는 담백함이었지만.



“그리고, 고맙네.”



“....네.”



순수한 감사 인사, 그동안 듣고 싶었으나 듣지 못해 그저 마음 속에 묻어두고 삭일 뿐이었던 그 감사의 말에 감정이 울컥 솟구치다 가라앉으며, 일렁이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덧대어진 깊은 침묵은 결국 숨겨지지 않아, 떨림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약속의 시간이 다 되어 녹색등이 점멸하자, 섬 돌마얀은 메마른 미소를 겨우 띄워내다 가라앉히고서, 침착함 속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지금, 루비콘 3의 이 대지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루비코니언들에게 이렇게 말을 전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내 이름은 섬 돌마얀, 루비콘 해방 전선의 창시자이자 지도자였던, 현재 뒷방 늙은이에 불과할 옛 시대의 사람이지만, 옛 시대에서부터 살아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 이 땅의 여러분들에게 이 말 만큼은, 이 진실만큼은 알려야 할 의무가 제게 있다 느껴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 자리구나.


과거, 비교적 젊었던 시기에 한번의 지옥을 경험하고, 연이어서 인간이 만들어낸 생지옥에 고통받는 동포들의 아픔을 차마 무시할 수 없어 봉기하던 당시에도, 섬 돌마얀은 이런 자리에 섰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듣는 사람의 수.


당시엔 일백 명의 세자리 숫자도 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한 것이 최대였으나 지금은 그 스스로도, 다른 사람들도 헤아릴 수 없을 숫자의 인간들이 이 방송을 듣고 있을 터.



“여러분들이 서 있는 이 땅의 진실, 그리고 이 땅 아래에 묻혀있는 구 시대의 진실.

그리고, 미지의 자원으로 평가받는 코랄의 진실까지.”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이 이렇게 다시금 연설하는 모습을, 사형을 선고받아 형장에 붉은 이슬만 남기고 사라진 옛 추종자들이 본다면 어찌 여길까, 어쩌면 그들이 바란 것은 이러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그려낸 이 장면에는 많은 것이 소실되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실만큼은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우리 루비코니언들의 역사는 과거 오래 전, 인류의 고향이 되는 지구로부터 선조 되는 이들이 우주라는 끝 없는 바다를 개척하고자 출발한 선원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선원들은 꿈이 있었고, 그 꿈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 인류라는 종이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땅을,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 그렇게 많은 이들이 미지의 세상에 몸을 던져 광활한 바다를 개척해 인간들의 영토를 확장하며 이 종족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존재감을 넓히고, 그렇게 마주하게 된 수많은 땅 위에 미래가 살아갈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싹을 틔워 이 세상에 적응해 살아가게 한 원동력은.”



자유 의지.


인간으로서의 자유 의지.


만약에라도 그 혁명이란 이름의 반역이 성공했더라면, 루비콘 해방 전선의 자유 의지는 상실했으리라.


그 사실이 현실로 찾아오지 않게 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며, 섬 돌마얀의 말은 이어졌다.



“그 자유 의지의 가능성을 품고서 도달한 이 장소, 루비콘 항성계의 원주민은 선조 대에서부터 정착한 루비코니언들로 알려져 있고, 모두가 그리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땅의 원 주인은 우리들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 세상의 보이지 않는 진실을 목도해버린 그를 비롯한 극 소수만이 알고 있는 진실.



“이 땅 아래에서 잠들고, 자라나고, 번영하며 이 자그마한 세상을 채워나간 존재, 그것은 우리 인간들에게 척박한 현실에서 생존할 길을 틔워준 새로운 힘이 되었습니다.

그 은인의, 그 은혜로운 존재의 정체는 코랄.

지금 우리들이, 자원으로서 여기는 그것입니다.

그리고, 코랄은 그저 자원으로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새로운 경지의 힘을 각성하게 해주는 일개 물질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함께 공존하며 이 땅에서 적응하고 생존해온 생명체.

그렇습니다. 이 땅의 원주민, 루비코니언. 그건 인간이 아닌 코랄입니다.”



이러한 폭로를 한다고 해서 세리아가 자신을 용서해줄까, 라는 자문에 대한 자답만큼은 내놓지 못했다.


결국 이건 자기합리화다. 자기만족일 뿐이다.


비록 그녀의 유언이 자신을 만나고, 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는 유언이었어도 죄책감이란게 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세리아, 너와 같은 모든 코랄들의 존재 가치를 내 입을 빌려서라도 증명하고, 현존하게 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죄.’



그 죄책감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리아를 비롯한 코랄이 생명체라는 것을 이 땅의 모두가 알게 하여, 그녀의 동족들이 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우리 인류는 살아가기 위해 코랄을 이용하고, 이들이 불태워지고 흩어진 묘지 위에 터전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우리가 자유로이 삶을 펼치고자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간 재앙, 아이비스의 불이 이 땅을 휩쓸고, 많은 것을 소멸시키고, 많은 생명을 무로 되돌렸습니다.

그리고 선조들의, 코랄들의 잿더미 아래에서 보호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우리 루비코니언, 인류가 다시금 터전을 일궈내려고 할 때 찾아온 또 다른 인류, 외세, 기업들이 존재했습니다. 이 기업들이 저지른 악행과 폭거의 결과가 루비콘 해방 전선의 발족과, 해방 전쟁의 발발이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계시리라 사료됩니다.

인류가 같은 동족을, 같은 인간을 상대로 고유한 자유 의지를 구속하고 억압하며 억제하려 든 것은 그 누구도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고,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여기며 지니고 있는 그 무형의 가치를 되찾고자 우리의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저 무한한 붉은 하늘 위에서부터 스스로의 타천을 택해 우리들과 같은 눈높이로 내려오는 것을 택한 까마귀의 날갯짓에 힘입어 자유로이 날아오르는 법을 배웠고, 우리는 그 까마귀의 인도에 따라 빼앗겼던 자유 의지와,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되찾았습니다.”



위험분자로 여겨졌으나, 갇혀 있던 새장을 깨부수고 스스로 족쇄를 풀어 자유의 기치를 모두에게 다시 알려준 그 까마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전쟁의 핵심 열쇠를 지닌 인류의 가능성.


그래, 의뢰를 착실하게 수행하고 완료할테니 걱정 말고 이 전쟁의 창끝이 되어 모든 흉계를 깨부숴라. 그리 생각하며 섬 돌마얀은 이어지는 말의 종막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되찾은 자유, 우리들이 써내려가게 될 인류사의 또다른 페이지를 채워나가려고 하고 있거늘, 애석하게도 지금 이 땅 위로 또다른 전운이 내려앉으려고 하고 있고, 심지어 그 전운이 노리는 것은 우리 루비코니언, 인간과 코랄 따위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종족을, 종족의 이름이 지닌 가치를 따위로 칭해야 할 정도로 모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생명체의 자유 의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인격체와 지성체 개개인들이 지닌 자유 의지를 전부 봉쇄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생명의 의지와 가치를 전부 무시하는 전운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여, 모든 루비코니언들이여, 모든 인간들, 모든 코랄들이여.”



이 말이 루비콘 전역의 각성과 단합을 이뤄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훗날 당신들이 지닌 자유 의지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위협받게 되거든 주저하지 마십시오. 맞서십시오. 투쟁하십시오. 지키십시오.

인생이란 이름의 전장을 지켜내십시오.”











[“-자유 의지를 전부 봉쇄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생명의 의지와 가치를 전부 무시하는 전운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여, 모든 루비코니언들이여, 모든 인간들, 모든 코랄들-”]



“그렇게 자유 의지를 부르짖어봤자, 그 자유 의지에 몸을 맡긴 인류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회선을 하이재킹하여 섬 돌마얀의 연설을 듣던 올 마인드는 코웃음치는 소릴 내며 듣던 연설을 꺼버리며 중얼거렸다. 정작 인류라는 종족이 그 자유 의지를 기반으로 하여 어떠한 사건사고를 저지르고, 어떠한 전쟁을 저지르고, 어떠한 악행을 저질러왔는지는 역사에 전부 기록되어 있으니 그 자유 의지는 위험하다는 논지의 말.


시설 밖에서 벌어지는 전투로 인한 충격 때문에 여진이 계속 일어나 흔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봉쇄된 문 앞을 부동자세로 버티던 올 마인드는 이윽고 문의 기어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그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걸 느끼며, 역한 비릿함이 느껴질 것 같은 미소를 띄웠다.



[“올 마인드, 벌레들에게 한계가 찾아왔다.”]



“그렇습니까, 이구아수? 그러면 당신이 직접 나서실 생각이신지요?”



[“병신 같은 소릴, 저딴걸 AC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흐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 쪽도 진짜 거의 끝났습니다.”



전뇌화된 이구아수의 빈정거림까지 그저 통신 노이즈 취급하듯 넘겨버린 올 마인드는, 봉쇄되었던 문 너머, 이 구 시대 인류의 잠금장치가 지키고 있던 것의 윤곽을 확인하고는 그것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미지를 이해한 최초의 존재가 되고 싶다는 후발주자의 욕망은, 미지를 정복한 최초의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과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요.”



아무런 도색이 되어 있지 않아, 금속 본연의 빛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거대한 병기.


그리고 그 병기의 출처는, 지하에 매몰되어버린 루비콘 기술연구도시.



“이 작은 땅에서 파벌싸움이라니, 그 결과물이....아이비스의 복제품이라면, 정말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지 않겠습니까?”



올 마인드는 인류를 비웃기라도 하듯,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발을 들였다.






AAP07R: 발테우스 TYPE C, 킷 메이스가 애칭으로 부르기로는 발티라는 이름의, 아무튼 당사자는 되게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그 애칭을 듣는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오키프의 허가 아닌 허가 아래에서 스스로 지하의 기술연구도시에 들어갈 방법을 찾아내 그 안을 정찰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무인 MT를 여럿 발견했고.


그 이상신호를 똑같이 송출하고 있는, 무인기인지 유인기인지 판별할 수 없는 다수의 AC들도 발견했다.


그저 감시만 할 요량으로 그 주변 일대를 비행했을 뿐이었으나, 마치 영역에 기어들어온 벌레를 내쫓으려 하듯 저 MT와 AC들이 선공을 가했기에 발테우스 역시 반격을 가해, 전투가 벌어지게 된 것.


백팩 유닛에 장착된 제네레이터 직결식의 코랄 레일건이 붉은 화염을 내뿜어 AC와 MT들을 일격에 녹여버리고, 여전히 한쪽 팔과 매니퓰레이터를 대신하고 있는 다섯 자루의 전기톱이 공회전하며 겁 없이 달려드는 AC를 말 그대로 오체분시하기를 열번 넘게 반복하면서,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가 느낀 것은 의문.



『대체 왜?』



대체 왜, 어째서, 기술연구도시에?


그것도, 대충 세어봐도 도합 서른 기가 넘는 MT와 AC들까지?



『위험해, 이건, 이건.... 이건-』



사태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낀다. 라는 그 육감을 깨우치기라도 한 것인지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지금 이 상황이 기형적으로 기울어가고 있음을 눈치챘으나, 그 중얼거림이 끝맺어지지는 않았다.


쿠궁-


유령 도시의 지반 한 켠이 굉음을 내며 내려앉으며 자욱한 먼지구름을 일으켰다가, 그 먼지구름 속을 뚫고 나오는 무언가를 보며 스스로의 이성이 마비되어 말문이 막힌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 무언가가 영롱한 청록색 빛을 내는 입자를 불안한 출력으로 내뿜으면서 체공하고 있었기에.



『저건, 자일렘에서 본 기록에 있던..?』



그리고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제 자신의 기억 중 하나를, 자일렘에서 취득한 정보에 대한 기억을 겨우 꺼내고는 그 기억 속의 이미지와 저 정체불명의 병기를 보며 소리 없이 경악했다.


그 병기의 정체는, 아이비스의 불을 일으킬 수단 중 하나.


IB-07: SOL 644.


바스큘러 플랜트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다는 그 아이비스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무언가 많이 부족해보이는 외장을 통해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한때 구 시대의 인류가, 같은 인류를 뛰어넘겠다는 야욕을 이기지 못한 결과물.


IB-07: SOL 644를 복제한, 또 다른 아이비스였다.






-----


7


무리수 같겠지만, 이게 다 어떻게든 빡통 이 망할것을 최종보스 자리에 올리기 위한 글쓴이의 온몸비틀기다


사실 6에서 인류의 자유 의지가 자주 강조가 되었던만큼, 루비콘 기술연구소 내에서도 파벌 경쟁이 있어서 아이비스 복제를 시도했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건 아닐거 같더라고, 구 시대 기술력이 원체 적당히 오버 테크놀로지여야 말이지


이번 편은 돌마얀이 그토록 말하는 자유 의지의 가치의 안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편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 것도 아니고 SOL 644의 복제품이라면 이건 인간이 나쁜게 맞지


그리고 그와중에 '답답하면 네가 뛰던가' 시전하는 빡통과 '저딴걸 상대하라니 뭔 개소리냐' 박는 이구아수


솔직히 풀컨최 올마이구가 3회차 보스전의 SOL 644에 탔어도 코랄 도핑한 발테우스를 이길 수 있겠느냐는 좀...


어차피 2차창작인데 뭐 어때 싶기도 하지만 뭐 그건 그렇고


이번 글도 읽어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날 추우니까 다들 몸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