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큘러 플랜트의 봉인되어 있는 해당 아이비스의 소체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윤곽의 실루엣만큼은 흡사하리만큼 닮아있는 모습에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저 존재가 소체 뿐이라는 점에 내심 안도하면서도 저것이 탈출하게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 만큼은 쉽사리 이해할 수 있어서.


키이잉-


RaD제 대형 병기인 EC-0804 스마트 클리너의 드릴에 사용된 금속으로 벼려내진 전기톱이 다섯 자루 장착된 매니퓰레이터의 모터를 최대 속도로 회전시켜, 자아를 완전히 깨우치기 전에 독립 용병 레이븐을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붙인 그 무기를 가동시키고는 제네레이터에서 폭발적으로 연소된 코랄의 출력을 분출시켜 AC가 AB 기동을 하듯 고속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다섯 자루의 전기톱이 마치 오각형 기둥이 되듯 모여드는 것은 마치 대형 굴착기에나 쓰일 법한 그라인더가 된 대검을 연상시켜, 그 거대한 그라인드 블레이드를 창처럼 앞세워 돌진하던 발테우스는 이 강철 육신에 내재되어있는 소프트웨어의 경고음에 급히 감속하며 멈춰섰으나.


파지직!


그런 급감속을 노리기라도 했는지 흙먼지 구름 속에서 한 줄기의 플라즈마 광선이 솟구쳐 발테우스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코랄 아머에 직격.


결국, IB-07: SOL 644의 복제체를 향한 기습 돌진 공격은 봉쇄되었다.



『무인 AC가, 더 있다고?』



아니다. 방금 전까지 상대했던 무인 MT나 AC였다면 이미 자신을 향한 공세에 소모되었을 터. 그게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로 무인기들의 인공지능 상태는 좋지 않았다. 자아를 발현하고 정체성을 깨우치며 교류한다는 것의 개념을 이해한지 얼마 안 된 자신보다도 한심해서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올 정도의 단조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기의 AC만 그보다 월등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기하여 기습적인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인공지능을 탑재할 수 있다면 굳이 한 기에게만 국한되게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모든 무인기에게 그 인공지능을 적용하겠지.


그렇다는 논리로 상황을 이해한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자신에게 기습을 가한 그 공격의 주인공이 무인기가 아닌, 유인기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공격의 근원지를 신경쓰기도 전에, 청록색의 입자를 내뿜은 복제 SOL 644는 곧바로 이 유령 도시를 이탈, 워치 포인트 알파의 출입구가 아닌, 침입자로서 확보해둔듯한 출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비행하기 시작했기에 발테우스는 전속력을 다해서 복제 SOL 644를 쫓기 시작했으나.


파직-!


이번에는 코랄 아머를 스치듯 날아온 푸른 빛 섞인 플라즈마 광선은 다시금 발테우스의 사선을 가로막아, 계속해서 주의를 돌리려고 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집요한 장거리 사격으로 기동을 봉쇄했다.


추격해서 파괴하지 않으면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도 모를 복제 아이비스를 추격하느냐, 아니면 유인기가 하는 공격으로 추정되는 근원지의 상대를 격파하느냐의 이지선다.



『RaD는, 믿어주기 싫지만…』



아무리 행성 봉쇄 기구 전략병기의 육신을 제 몸 삼았다 한들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어서, 저 복제 아이비스가 그리드로 향하게 된다면 RaD에 손을 빌려서라도 추적해서 제거하는 쪽으로 킷 메이스와 이야기를 해야겠다 결심한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곧바로 기수를 돌려, 코랄 레일건의 포구를 이제서야 가라앉기 시작하는 먼지 구름으로 향했다.


불길하다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코랄이 한데 모이고, 응축되고, 압축되어 작은 제네레이터로는 멜트다운이 일어나버릴지도 모를 양의 코랄이 압축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발테우스에게서 뻗어져나간 선명한 붉은 빛의 광선은 파멸적인 두려움을 품은 채 쾌속으로 지나가 먼지 구름을 꿰뚫음과 동시에 붉은 폭발을 일으켰으나 이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상대를 가만히 방치하겠단 의도 또한 아니었고 말이다.


코랄 폭발이 일어난 직후, 먼지 구름 안에서 무언가가 솟구쳐나오며 그 안에서 빠져나온 것은 마치 인간을 기괴하게 비튼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괴랄한 디자인의 AC. 방금 상대했던 무인 AC들은 적어도 기업들의, 못해도 RaD제 AC 파츠를 섞어 사용했기에 각양각색의 다양함이 특징이었으나 저 AC는 그보다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네트워크에서 인체공학을 학습해 인간을 모방한 느낌.


직선보다는 곡선 특유의 유려하고 물흐르듯 부드럽지만 복잡한 디자인이 특징인 올 마인드제 AC인 마인드 알파.


거기서 헤드 유닛과 각부는, 전혀 인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기괴한 디자인의 마인드 베타 헤드와 역관절형인 마인드 베타 각부로 교체된, 일명 AC 마인드 감마.


AC 마인드 감마가 들고 있는 무장이라고는 그 위협적인 플라즈마를 쏘아내는 44-142 KRSV 한 자루. 그 모습을 본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존재하지도 않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 이건 그저 미끼에 불과했어, 그냥 내가 쫓아가서 저 아이비스를 막는게 맞았어. 그런 생각을 뒤늦게 해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복제 SOL 644는 이미 발테우스의 FCS가 포착할 수 있는 거리를 일찍이 이탈해버린 상태.


자기 자신의 여물지 못한 판단력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치솟았던 그 코랄 인격체는 발테우스의 그라인드 블레이드 회전 RPM을 급상승시켜, 전기톱날을 전부 전개해버린 다음 특수한 기믹을 발동, 전기톱들이 손가락처럼 구부러지도록 한 다음 급가속하여 AC 마인드 감마에게 돌진했다.


콰직-!!!


그리고, AC 마인드 감마는 아무런 반격이나 회피기동조차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어울릴 정도로 고속으로 접근한 발테우스가 일격으로써 휘두른 그라인드 블레이드에 의해 사지가 분해되고 전부 조각나 참살당하는 것으로 끝났으나, 이 모든 것은 겨우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던 발테우스의 코랄 인격체는 곧바로 최대 출력을 내뿜어 지상으로 향하면서 악우이지만 유일한 말벗이고, 유일한 지인인 킷 메이스를 향한 통신이 감지 범위에 들어가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방금 전 자신이 참혹하게 박살내버린 AC 마인드 감마에게서 인간의 생체 반응은 감지되지 않았다라는 그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로.








섬 돌마얀은 루비콘 해방 정부 아래의 사람들, 그리고 그리드의 도저들. 이 땅 위에서 루비코니언이라는 호칭을 지니고 살아갈 자격이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그간 이 작은 행성이 품고 있던 크나큰 진실을 전부 폭로했다. 코랄을 악용하는 세력이 있으며, 지금 그 세력은 루비코니언을 필두로 하여 온 세상의 인간들을 전부 절멸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까지.


물론 이러한 폭로는, 문제의 계획을 준비하는 세력의 뒷배가 섬 돌마얀, 더 나아가 루비콘 해방 정부가 아니냐는 여론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공교로운 우연이었기에 수도인 벨리우스에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촉발되었고, 루비콘 해방 정부의 영향력이 가장 짙은 벨리우스에서 이럴 정도인데 거주 인구가 적은 중앙 빙원과  지부의 실질적 관리자였던 미들 플랫웰이 다시 벨리우스에서 돌아왔음에도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고, 루비콘 3 전역에서 그리드 086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적 이동량과 물동량이 늘어나버린 과거 버트럼 구 우주 공항, 현 루비콘 우주 공항의 분위기는 좀 과격하게 바뀌어버렸다.


한때 이 공항을 통해서 루비콘 3으로 돌아오게 된 슈나이더-아르카부스 선진개발국의 경우는 슈나이더 CEO인 크로이츠나흐 슈나이더의 리더십과 그들이 특징적으로 갖고 있는 기술을 향한 광기에 파묻혀서 그 과격함에 휩쓸리긴 커녕 오히려 해방 정부에게 적극 협조하며 치안 유지에 손을 보태고 있으나.



“아니, 우린 집 마련하고 돈 벌고 먹고 살고 하면서 인생 좀 살아보려고 왔다고!!”



“지옥이잖아, 아니 그 말대로면 여긴 곧 지옥이 되는거잖아, 나 돌아갈래!”



“눈 많이 오고 날 추운거 빼면 평화로운 행성이라며! 펄롱 이 기만자 새끼들아!”



해방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토지를 임대하고 이민선을 통해 정착할 이민자들을 데려오고 있던 펄롱 무장 선단은 꽤나 죽상이 되어 있었다. 물론 직접 협상과 회담을 이끌었던 당사자들은 그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손 끝으로 짓누르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지금 펄롱 무장 선단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두번째 이민자들 대다수가 저런 반응을 보이며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인데, 저걸 마냥 무력으로 진압할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첫 이민자들은 일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나름대로 적응하고 정착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루비코니언들과 최대한 친분을 유지하며 교류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우려하는 이들은 존재했고, 특히 두번째 이민선을 통해 오게 될 가족을 위해 먼저 찾아온 가장들이 그러했기에 이 점은 루비콘 해방 정부가 처리할 일은 아니었다 해도 연관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선단주님, 이번엔-”



“폭동이 일어났단 말은 하지 말게, 농담으로라도 받을 수 없으니.”



루비콘 우주 공항 건물에 세 들어 살듯 사무실을 받아낸 펄롱 무장 선단. 그리고 그 선단의 부선단주이자 차기 리더로서 교육받고 있는 에덴이 선단주 세인트 로렌스에게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내밀자 세인트 로렌스는그 서류를 보자마자 스트레스 받은 회사원마냥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질색을 하다가도 에덴이 서류를 거두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그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 서류 아래에 직인마냥 새겨져있는 레드 건 부대 특유의 사인을 보고는 눈썹 한쪽을 치켜올리며 의아함을 드러내 에덴을 바라보았고, 에덴은 어깨를 으쓱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하면서도 이게 마냥 안 좋은 일은 아니지 않겠냐는 듯 조금은 풀어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대충 읽으신 것 같아서 설명을 보충해드리자면-”



“대충 읽었어도 봤네, 레드 건이....그 꼬맹이들이 여기 일을 좀 도와주겠다고?”



“...예, 벨리우스와 BAWS의 경우는 일전에 있었던 위기 사태를 막아낸게..... 그들 말로는 루비콘의 해방자라 부르는 독립 용병 레이븐이었단 점과, 그의 이름이 지닌 가치와 그 존재감 및 과거 루비콘 해방 전선의 섬 돌마얀이 잠시나마 복귀했다는 점에서 여론과 민심이 가라앉고 안정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자기들은 할 일이 없으니 손 좀 보태주겠다고 하더군요.”



“허, 분위기를 봐서는 댓가가 마냥 값싸지는 않겠는데.”



댓가를 논하는 세인트 로렌스의 반응은 그저 괄괄한 노인이 아닌, 한 집단을 책임하는 총책임자이자 군사 지휘권을 가진 총사령관으로서의 노련함과 책임감이 짙게 묻어나오는 무거운 중얼거림이었으나, 에덴은 그런 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 조금은 가벼워진 어조로 대답했다.



“그냥 발람 시절에 기호품 구매한거, 그 값 치르는 셈 치자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세인트 로렌스는 위엄 없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게 사실이냔 표정을 지었고.



“예, 지금 그들의 대외적 리더인 정비반장 포토맥과, 실질적 리더인 G6 레드의 발언입니다.”



인명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를 분위기를 그저 술값과 담뱃값으로 퉁치겠다는 레드 건 측의 입장이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오히려 불쾌함 없이 반갑게 여겨지는 투로 에덴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인트 로렌스의 굳어있던 입매가 풀리며 헛웃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펄롱 산하 집단이지만 발람 시절의 레드 건처럼 세인트 로렌스 자신의 개인 집단이나 다름없어진 펄롱 무장 선단이거늘, 마치 거울 삼아 보라는 듯이 자신을 향해 딜을 내걸지 않는가.


그 당돌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은 전혀 할 수 없었던 세인트 로렌스는 헛웃음에 이어서 아예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 서류 위에 인가 도장을 찍었다.



“크하하하하! 미시간 이 망할 놈의 자식, 아주 물건인 놈들만 알짜배기로 남겨놨군!”



남 이야기 듣길 좋아한다는 그 자빠져 죽은 놈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그리 읊조리던 세인트 로렌스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과 마음으로 드디어 하루 첫 담배를 입에 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리드의 사정은 폭로를 들은 것과 별개로 조용한 편이었다.


정확히는, RaD를 필두로 한 경제권이 형성된 중심지 그리드의 경우였지만.



“...그렇습니까.”



비교적 한결같이 평화로운 분위기의 그리드 086이라고는 하나, 무겁게 입을 연 빌렘 메이스에게 내려앉은 분위기는 전혀 한결같지도, 결코 평화롭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앞에 다시 찾아온 강화 인간, 오키프를 통해서 자신의 딸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해도 각별하고 소중한 제 자식 되는 소녀가 오키프와 레이븐의 계획에 동의했고, 그 계획에 스스로의 계획까지 덧붙이겠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오키프라고 해서, 인간성이 다소 마모되어 있는 그 역시도 이 소식을 전하며 마음 한켠이 물 먹은 듯 답답한 것과, 울컥하듯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었기에.



“내 계획을 들은 것도, 그에 응하겠다고 자진해서 선택을 한 것도 그녀의 선택이기에 이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그 역시도 한때 평범한 인간이었고, 현재까지도 평범한 인간의 삶을 동경하므로.



“...빌렘 메이스.

귀하는.... 정말로 훌륭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도록 고개를 치켜든 채 시선을 돌리고 있는 빌렘 메이스에게 진심으로 인간적인 존중과 존경, 그리고 이해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AC의....AC의 점검에 대해선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딸바보에게 자식 칭찬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이 사내의 변덕에 불과한 것일까. 그건 알 수 없었지만 오키프는 이에 감사를 덧붙이는 대신에 침묵하면서 빌렘의 표정과 행동을 살폈다.


비록 킷 메이스가 준비하는 계획이 그녀 자신의 전뇌화를 통한 인공 의식으로의 변신과, 그렇게 인공 의식이 된 그녀를 올 마인드의 용병 지원 시스템 네트워크에 일종의 컴퓨터 바이러스로 침투시키고 올 마인드가 AC든 MT든 인공 의체든 한 개의 단말에 접속해있는 상황에서 그 단말에 연결된 네트워크 망을 전부 차단시켜 올 마인드를 고립당하게 만드는 계획이라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빌렘은 킷의 아비이고, 킷은 빌렘의 자식이다.


비록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부모가 자식을 살피고 파악하고, 자식도 부모를 살피고 파악한다.


그렇기에, 빌렘은 말 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것이다.



“...오키프 씨, 점검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에.”



냉철한 사업가가 아닌, 그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할 뿐인 한 명의 아버지로서 빌렘이 입을 열어.



“당신과 루비콘의 해방자가 만들고, 제 딸아이가 살을 덧붙인 그 계획.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건너선 안될 강을 건너는 것이 자식이 나아가야 할 길이자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막아서는 대신에 길을 같이 걸어주는 동반자이자 러닝 메이트가 되어 함께해주고, 그 마지막 순간을 자신이 직접 지켜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의지 속에 담긴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제가 좀 이상하게 보이시겠지만, 루비콘의 해방자가 제안한 ‘기존의 용병 지원 시스템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 의 기틀을 제가 잡았습니다. 비록 시스템은 제 딸을 제외하고 저와 소수의 기술자들이 짬을 내서 개발하느라 완성되진 않았지만요.”



자식을 드디어 제 품에서 떠나보내기를 결정한, 팔불출 아빠의 다짐이었다.


부모가 아니라 해도, 부모가 될 몸이 아니라 해도 오키프가 그 의지를 읽지 못하였냐면 그건 아니었기에 오키프는 인간으로서 정말 잔혹한 선택만을 내리게 하는 이 세상을 마음 속으로 거세게 비난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어 대답했다.



“...잘 부탁하도록 하지.”



그렇게 오키프가 손을 내밀자, 빌렘 메이스는 부드럽게 그 손을 잡으며 악수했고.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다시금 아비로서의 제 모습을 사업가라는 이름의 가면 아래 숨겨 미소를 지었다.










올 마인드의 계획은 성공했다, 일단은.


모든 계획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IB-07: SOL 644의 복제품을 회수했고, 이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후로부터 준비하고 있던, 전용 외장 부품까지도 아슬아슬하게 타이머에 맞추어 준비가 완료 된 상태. 비록 이로 인하여 복제품이 지니고 있던 원본과 비슷한 기능들은 대거 상실하게 되겠지만 이 부품들을 전부 장착했을 때 발휘하게 될 성능은 원본과 비교해도 될 정도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임은 분명한 진실이었다.


기술연구도시의 자산, 그리고 기술연구도시가 남긴 기술력의 파편.



“이제,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진행하면 됩니다.”



올 마인드는 비밀리에 모든 것이 완비된 설비 내에서, 자신이 강탈해온 SOL 644의 복제품의 소체 위로 은빛 일렁이는 검은 색의 장갑과 부품들이 덧씌워지는 모습을 의체 상태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신체 각 부위가 조금 손상되긴 했어도 움직이는데에 큰 지장은 없는 상태, 이는 지하의 기술연구도시를 SOL 644의 복제로 탈출할 당시 그것의 매니퓰레이터에 의체를 쥔 채로 이동했기에 생긴 손상이었다.


경이롭다고 여겨질 광경을 바라보던 올 마인드는, 의체의 고개를 돌리기 어려워지자 손을 들어 강제로 고개를 돌리며 설비 한켠에 모든 어셈블리가 완료되어 대기 중인 AC 마인드 감마를 바라보았고, 아무런 신호가 입력되지 않아 유휴 상태인 마인드 감마의 헤드 유닛이 일순간 점멸하며 천천히 빛이 차오르더니, 이윽고 전신의 모든 LED 유닛에 불빛이 확 들어와 마치 깊은 잠에 빠졌던 사람이 갑작스레 깨어나는 것 같은 모습을 보며 나긋하게 말을 꺼냈다.



“어서 오십시오. 이구아수.”



“젠장, 진짜 뒤지는 것 같았다. 그딴 괴물딱지를 AC로 상대하라니, 네 녀석은 미쳤어.”



AC 마인드 감마에 들어간 신호는, 다름이 아니라 발테우스 TYPE C의 그라인드 블레이드에 참혹한 경험을 맛보았던 이구아수.



“저는 상대하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시간만 끌어주면 될 일이었죠. 결국 성공했으니 된 일 아닙니까? 그러니 화 푸시죠.”



“하아?! 시간을 끈다는 것은 결국 싸우라는 얘기-...........

진행 상황은 어떻지.”



올 마인드에게 히스테릭함을 내비치며 화를 내려던 이구아수의 음성이 일순간 뚝 끊겼고, AC 마인드 감마의 헤드 유닛 발광부가 수 차례 불빛을 점멸하더니 이윽고 섬뜩할 정도로 차분하게 내려앉은 이구아수의 음성이 들려왔다.


전뇌화를 하면서 통제권을 올 마인드에게 전부 빼앗겼는지, 일정 수치 이상의 감정 표현은 강제로 필터링 당하는 감각은 더 이상 육체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직 전뇌화된 의식의 파편 속에 남은 감정만큼은 단단히 붙들려 있었기에 적지 않은 불쾌감을 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올 마인드라는 악마의 손을 잡았고, 이는 그 선택의 결과.


이구아수의 말에 올마인드는 퍽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삐걱여 SOL 644의 복제를 가리켰다.



“어떻습니까.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라 사료되는데요.”



그리고, 그 손 끝을 따라 무감정하게 움직여진 AC 마인드 감마의 헤드 유닛 역시 그것을 포착했고.



“.....좋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침묵 이후 흘러나온 긍정의 반응.


올 마인드는 그 침묵이 의미하는 바를 깊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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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탈당해버린 복제 솔, 저건 묘사로 보면 알다시피 우리가 아는 그 최종보스인 올마솔이 된다


빡통이도 생각은 있음, 문제는 그 생각이 허점이 많은데다가 하필 메인 상대가 이레귤러인 레이븐, 전자전 능력도 최상급인 에어라 그렇지


본편의 RaD는 말이 RaD지 오버시어의 위장기업이라 루비코니언의 적이었지만, 이 문학의 RaD는 루비코니언의 아군이 됐다


이제는 빡통이의 존재하지도 않는 영혼을 건 인생 최후의 한타만이 남았다


그리고 넌 억까란 억까는 다 쳐맞겠지


그나마 이구아수가 있는게 다행이지만 이구아수의 마지막 대사를 보면 글쎄???


아무튼 이제는 끝이 슬슬 보이는 글이지만, 계속해서 읽어주고 있는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