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투, 그 끝에서 갈린 승패. 그러나 승자를 위한 축배 따위는 없었다.
그런 승자를 위한 환호조차도.
이 승패는 그저 한 쪽이 만족했기에, 그래서 일찍이 자신의 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전투를 비롯한 모든 기동이 불가능해진 AC 루치페르, 아니, 루치페르 였었던 AC의 코어 잔해 속의 레이븐은 그저 자신이 조금 더 오래 버텼을 뿐이고, 이구아수가 마지막에 자신을 인정하는 것으로 전의를 스스로 내려놓았기 때문에 자신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아챘다.
‘돌아가야.... 돌아가야 하는데…’
전투는 끝났다. 그렇기에 되돌아가야 한다. 있어야 할 곳으로, 기다리는 존재가 있는 곳으로.
그 존재와 함께 있어야 할 그 장소로.
그러나 레이븐의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SOL 644의 레이저 블레이드로 인해 코어 좌측이 휑하게 꿰뚫리며 다량으로 유입된 코랄이 그의 내부를 태워먹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레이저 블레이드로 인해 그의 왼팔과 왼쪽 눈이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바스라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콰앙!!!
결국 외형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중파된 제네레이터의 방향성 잃은 출력은 난전 속에서 피로가 누적되었던 AC 루치페르의 우측 완부의 결합 조인트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완부를 뜯어냄과 동시에 코어에 손상을 가했고, 그 손상으로 인해.
‘..아.’
비상 차폐막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휑하게 뜯겨나간 콕핏의 우측과, 그 우측의 파편을 따라 눈 깜짝할 새에 상실되어버린 자신의 오른팔을 확인한 레이븐은 이젠 헛웃음조차도 내뱉을 수 없어졌다.
폭발로 인해 파편 조각이 몸에 박힌 것은 그렇다 쳐도, 폭발이 그의 팔을 앗아간 것으로 모자라 아예 어깨의 그 상처를 불태워 막아버렸으니 이는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라기 보단, 보란듯이 채무 이자를 뜯어가놓고 선심쓰는 척이라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한쪽 팔을 잃고, 다른 팔은 심하게 손상되고, 한쪽 시야는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최악의 상황.
이 상황에서 기적을 발휘해 왼손으로 레버를 쥐고 움직인다 한들 그의 AC는 전투 불능을 넘어서서 기동 불능, 단어 그대로의 강철 관짝이 되어버렸기에 움직이지 않을 게 뻔했다.
게다가 전투의 하이라이트를 치렀던 장소는 다름아닌 대기권을 가르는 경계인 카르만 선.
이구아수의 마지막 육체였던 SOL 644가 중력의 사슬에 이끌려 저 아래로 추락해버리고, 발생하는 대기권의 마찰열과 지속적으로 부식시키는 코랄에 의해 검은 재를 깃털처럼 흩날리며 산화하는 광경을 방금 전에 목도했던 바, 그 광경의 또 다른 희생양이자 두 번째 타자가 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으리라.
‘그러고 싶진 않은데…’
그건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고…’
돌아가야 할 장소가, 그 장소에 함께 가줄 소중한 존재가 있는 이 세상을 등질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레이븐은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시야에서, 과거의 반쪽짜리 인간이던 시절보다 못한 현재의 처지에 자조하고 싶었음에도 이제 그의 몸은 숨을 내쉰다는 그 감각조차도 망각해가듯, 아무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숨소리마저도 묵음이 되어가고, 나른하게 힘이 풀리고, 한쪽 뿐인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졸음인 뿐인걸까. 레이븐은 잠들어선 안된다며 악착같이 버티려는 이성의 다그침을 따르려 했으나.
‘...그래, 피곤하니까.’
그의 이성마저도,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을 이기지 못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생각조차 이어지지 못할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는 의식 속으로 침잠하며, 레이븐은 눈 앞의 빛이 어둠 속으로 전멸해버려도 마지막으로 남은 감각, 청각을 통해 메아리 같은 외침을 들었다.
“레이븐!!!”
그리운 목소리.
그러나 대답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대답할 수 없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졸음 속으로. 휴식을 원하는 의식을 따라서.
레이븐의 어두워진 시야에 이어, 그의 청각도 닫혔다.
실체가 없었기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으나, 실체가 생김으로써 많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된 대신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감각을, 인연을 만들어 그 인연과 함께 시간의 흐름 속에 빠져든다는걸 경험한 루비코니언.
에어는 농도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데 응집되기보단 한 공간을, 한 장소를 보호하듯 감싸던 코랄의 장막이 자신의 진행 방향에 발 맞추어 길을 터주듯 갈라져 열리는 순간을 칼 같이 맞추며 AC 에코를 가속시켰다. 더군다나 방금 전, 붉은 장막 너머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까지 보았기에.
장막 너머 유일하게 존재하는 생명체란 그녀에게 있어서 현 가장 소중한 인연 뿐이어서, 그 폭발이 의미하는 바를 그녀가 모를 수는 없었다.
걷히는 대신 커튼 사이의 틈새처럼 길을 열어준 코랄의 장막이자 살아있는 벽 너머에서 확인한 것은.
‘안 돼요. 안 된다구요. 안 돼, 제발…’
더 이상 멀쩡한 AC라고 부르기 힘들어진 AC 루치페르의 잔해.
폭발로 인해 우측 완부 파츠가 떨어져나가고, 그걸로 모자라 흉곽을 들어내듯 코어까지 손상시켜 그 안의 파일럿까지 노출된 참혹한 잔흔에 경악했다.
그 정도의 선에서 그쳤다면 될 것을.
AC 루치페르의 코어 안에 있는 레이븐의 오른팔이 없다는 것과, 그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븐!!!”
절규에 가깝게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에어는 이 붉은 경계선 아래 땅의 인력에 이끌려가기 시작한 AC 루치페르를 향해, 광학 모니터 너머의 레이븐에게 손을 향했고.
그녀의 움직임에 동조하듯, AC 에코의 매니퓰레이터 또한 앞으로 쭉 뻗어나가.
철컥-
손길을 바라듯 내밀어진, 격전 속에서 심각하게 손상되어버린 AC 루치페르의 왼손을, 매니퓰레이터를 붙잡고는 그대로 땅의 부름에서 벗어나고자 고도를 상승시켰다.
분명 불렀음에도, 그 부름이 들렸음에도 반응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장 신경을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에어는 힘 약한 자석에 이끌리듯 AC 루치페르와 AC 에코를 향해 천천히 끌어당겨지는 코랄의 흐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그녀 자신에게 저장되어 있는 바스큘러 플랜트의 구조도를 떠올려, 최대한 가까운 에어로크로 향해 그 안으로 들어가고는 곧바로 공간을 격리, 순환 절차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에어로크 내부의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서 확실하게 안전을 확인한 다음 움직여야 하지만, 에어는 그럴 겨를이 없다는 듯 순환 절차가 끝나기 직전에 AC 에코의 코어를 개방, 자신이 지니고 있는 코랄의 특성을 역이용해 의복을 보호용으로 변형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을 감싸는 미약한 통증, 유입되고 있는 코랄과 미처 끝나지 않은 절차로 인해 비틀려버린 기압이 몸을 쥐어짜는 감각을 견뎌낸 그녀는 곧장 에어로크 바닥에 쓰러지듯 눕혀진 AC 루치페르의 코어를 향해 움직였다.
코어의 우측을 소실시킨 폭발로 인해 생긴 구멍 안으로 손을 뻗지만, 레이븐의 오른쪽 어깨나 팔에 닿았을 그 손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 그 어깨가, 그 팔이 있는 자리를 힘겹게 휘저을 뿐. 레이븐의 몸에 손이 닿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에어는 자신과 코랄로 연결이 되어있는 AC 에코를 원격 조종해 AC 루치페르의 파손된 코어 장갑을 붙잡고 강제로 열어젖혀 틈을 넓혔다.
“레이븐, 레이븐... 저에요. 에어. 저-”
넓혀진 틈을 통해, 에어는 코어 내부의 참상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뜯겨나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휑한 우반신의 그 관절 부위가.
레이저 블레이드가 발생시킨 고열에 의해 화상으로 타버린 왼팔이.
그리고, 고열과 함께 몰아친 고압에 의해 석탄 조각처럼 태워진 왼쪽 눈과 얼굴.
이미 몸의 주인은 의식을 넘어서 생명 활동 징후까지 포착되지 않음에도, 그 몸 안을 좀먹듯 태우고 있는 코랄의 흔적까지.
“약속.... 약속했으니까.. 그러니까 왔잖아요, 레이븐…”
에어는 흔들리는 목소리와 그 못잖게 떨리는 손을 뻗어, 레이븐의 오른쪽 뺨을 조심스레 감쌌다.
그리고 나머지 손은, 그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무너져내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파심에 왼쪽 뺨을 받치듯이 감쌌고. 오른손과 왼손이 느끼고 있는 각각 다른 촉감이 그녀에게 직설적으로 전해져, 그 흔들리던 목소리마저 멎게 만들었다.
“아...아아..아...!”
남자의 멀쩡한 오른쪽 뺨을 감싼 손이 느끼고 있는 촉감이 말한다.
이 남자는 살아있었다고.
“안 돼.... 아냐, 아냐.. 안 돼요.. 안 돼..”
남자의 타버린 왼쪽 뺨을 감싼 손이 느끼고 있는 촉감이 말한다.
이 남자는 더 이상 생명체로써 이 시간대에 남아있지 않다고.
“안 돼.. 제발, 안 된다고요.... 이건... 이래서는.. 절대로…”
남자의 얼굴을 감싸주던 손의 떨림이 잦아드는 대신, 힘을 잃은 그 손은 천천히 그 남자의 뺨을, 턱을, 목 선을 타고 흘러내리고 빗장뼈 위에 닿았다.
여자의 왼손은 남자의 오른쪽 빗장뼈에서 멈춰서 있었으나, 오른손은 거기서 더 내려가 인간이 이 세상에 살아있는 존재임을 인증해주는, 생명력의 근원이 살아 숨쉬는 그 자리까지 힘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 닿았고.
“아.”
여자는 남자의 몸이 기울지 않게 빗장뼈를 누르듯 잡아주고 있던 왼손을 들어올려 제 자신의 눈가를 짚고 훑어내고는 자신의 시야 앞에서 둥실거리며 일렁이는 물방울을 보며 눈을 의심했다.
생명체이기에 흘릴 수 있는 눈물이란 이 액체가.
이 남자의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음을 느꼈기에.
감정의 방아쇠를 당기듯 흘러나왔음을.
‘눈...물...?’
여자의 이성은 부정하고 싶었으나.
“...미안..해요. 미... 미, 죄송해요... 죄송해요, 레이븐.. 죄송해요…”
그녀의 육체는 솔직하게 이성에게 설명하고 설득했다.
이게 현실이라고.
그는 없다고.
“약속... 약속 했는데...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겠다고..그랬잖아요..!
…
그런데, 왜 당신이.... 제가 아닌 당신이..!!”
이성의 부정이 수긍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남은 걸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지독한 절망의 침묵은, 여자의 평정심을 무너뜨리고도 남았다.
스윽-
여자는 쉼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않은 채, 몸을 움직여 남자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갖다대고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온기에 목구멍 안쪽으로부터 무언가가 치밀어오를 것 같은 감각을 느꼈고, 이성과 육체 모두 다 그것을 참지 않기를 바랐다.
“으흑..끅.....흐으으...!”
평소, 이 몸으로 이렇게 행동했다면, 지금처럼 죽은 듯 자고 있던 그 남자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댔을 때, 여자는 잠에서 깨어나며 생명의 빛을 채워 자신을 바라봐주던 그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질없는 행동이라 해도, 지금 이 모든 순간이 거짓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
희망을 잡아보고 싶어 한 행동은.
“흐끅..흐...흐아아아!!!”
마음을 난도질할 뿐이었다.
강화 인간 C4-621은.
‘여긴…’
레이븐은 익숙하진 않지만, 낯설지도 않은 장소의 공기를 느꼈다.
아무런 소리도, 심지어 바람이 불어와 제 귓가에 맴돌아 메아리치는 그 자그마한 소음마저도 들리지 않는 이 밝은 공간 위의 벤치.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다시 왔다는 것이 의미하는건 자신의 죽음이자 존재의 소멸일까, 아니면 그 직전에 기적적으로 멈춰서있기에 경험하게 된 주마등일까. 둘 다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이 상황 속에서 레이븐은 습관적으로 오른손으로 벤치를 짚고 일어서려다 헛손질을 하듯 몸이 기우는 것을 느끼고는 허리에 힘을 주는 것으로 몸의 움직임을 멈춰세웠다.
“...그런가.”
오른손이, 팔이, 어깨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시야도…”
반쪽짜리에 불과한 눈 앞의 선명함에 레이븐은 헛웃음을 지으며 움직이지도 않았던 왼팔의 상태를 알것만 같아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으로 벤치에서 일어났다.
잠시, 좀 걷지.
그때는 그 남자의, 기억 속 그 남자의 말을 듣고서 일어났었던 강화 인간 C4-621때와 다르게, 레이븐은 스스로 일어나야겠다 생각하여 일어났고, 그 누가 다가와 말을 걸어주지 않았음에도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걷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걷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 뿐.
이러한 경험을 처음 했을 때는 기억 속 그 남자가 한 말을 따라서, 그의 발걸음을 따라 뒤에서 걸어갔었으나 지금 레이븐에게 안내자 따위는 없었다. 앞서서 길을 걸어가 발자국을 남겨준 존재도 없었고, 변변찮은 이정표조차 없는 공허한 산책로.
그런 무(無)와 다를 바 없는 길일 뿐이었지만, 레이븐은 그 길을 자의로 걷고 있었다.
그 누구도 걷지 못한 길을 처음으로 걷는 개척자로서.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서사시를 써내려가는 주인공이 되어서.
그렇게 걷고, 또 걷던 레이븐이 어느 순간 멈춰서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그러니까....제발…
“...그러니까, 이제는.”
이건 혼잣말이 아니다.
대답해주세요.
“..대답해주실 수 있으시죠?”
스윽, 그 중얼거림을 끝낸 레이븐은 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월터.
“핸들러 월터.”
다시 만나게 된, 기억 속의 그 남자를 향해서.
자신을 향한 레이븐의 말을 들은 남자, 핸들러 월터는 회색 빛의 옅은 미소를 띄웠다.
“621, 아니.... 이제는 이렇게 불러야 하려나.”
남자, 핸들러 월터는 조금이지만 안타까움과 아쉬움에서 벗어난 얼굴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독립 용병 레이븐, 루비콘의 해방자.”
그리고 그 바뀌어버린 호칭을 들었을 때, 레이븐은 그걸 부정하는 대신 슬픔 묻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화 인간 C4-621은 죽었다. 핸들러 월터의 손을 벗어난 순간부터 그 사냥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 무덤 위에 마지막 삽을 떠내 흙을 덮은 당사자는 다른 사람도 아닌 독립 용병 레이븐,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핸들러 월터의 눈 앞에 보이고 있는 독립 용병 레이븐은, 이 남자는 치명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약해보이지 않았고, 생명력이 희미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보이는 것만 그렇게 보일 뿐.
“내 눈 앞에 보이는건, 목줄 묶인 개가 아니군.”
“..그렇군요.”
평소였다면, 예전이었다면 깍듯하고 경직된 경칭으로 돌아왔을 대답이 없고, 많이 느슨해지다 못해 풀려버린 편안한 대답이 월터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확신의 쐐기를 심어주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가 된 건가.”
보이지 않는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존재.
그것이, 독립 용병 레이븐이자.
닫힌 하늘을 열어젖힌, 루비콘의 해방자.
“예전에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었죠.”
이번 레이븐의 말에, 월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묻어나오는 감정의 희미한 굴곡이 의미하는 것이 원래 자신이 해주었어야 할 답을 찾아낸 발견자의 확신과 비슷했으니까.
그 예상대로 레이븐은 월터가 해줬어야 할 답을 알고는 있었다.
이 공간은 사후세계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던 미련과 후회가 변질된 장소, 천당도 저승도 아닌 그 애매모호한 경계라는 것을.
그리고, 이러한 경계에서 만난 핸들러 월터는, 이 남자는 자신이 알고 있던 그 핸들러 월터가 아니라는 사실까지도. 이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무의식 속의 환상이나 다름없었단 사실이었지만, 레이븐은 그걸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 미안하다는 말, 이번엔 제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레이븐의 말에 월터는 씁쓸하게 타고 올라오는 감정을 느껴 입꼬리가 말렸으나, 그 이상으로 감정 변화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니, 드러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그 자신에게는 지금 이것이 한계였으니까.
솔직함을 표현하고 싶었어도 억누르는 삶을 살아온 이 남자에겐, 이게 최선이었으니까.
“많이.... 너는 많이 걸었지.”
“..네,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레이븐은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여지지 않는 왼팔을 반쪽짜리 시야로 내려다보고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월터를 향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걷는 대신.... 이야기나 조금 할까요?”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순간.
레이븐은, 그리움으로만 담아두고 있던 존재를 위해 진정한 이별 준비를 마쳤다.
죽음이라는 종점을 향한 마지막 정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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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와의 두번째 재회이자 마지막 재회
지금 621이 경험하고 있는 저 상황은 주마등이라고 생각하는게 편할거 같다, 대신 좀 많이 생생한 주마등
나는 해피 엔딩을 목표로 두고 스토리를 짜두었으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적어놓을게
아무튼 이번 글도 읽어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진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드엔딩인줄알고 식겁했어...
새드엔딩으로 쓸 수 있지만 현실 세상이 새드한데 창작물 속에서까지 새드하는건 내가 싫다!
나는 철맨이다 되버린줄 알았네
웰던레이븐 묘사할때 모티브가 되긴 했지
살아남은 료꾸니는 마누라 앞에서 죽을뻔한 벌로 에어한테 순애착정을 당해야함 - dc App
1.단 기정사실부터 만들어
걱정했잖아!!!! 빨리 코랄과 인간의 아종을 만들어라 에어!!!!!
직업을 마누라에서 애엄마로 바꿔버리는거다!
해피엔딩 = 레이븐을 코랄 릴리즈에 넣고 내려
릴리즈 절루가잇
"잘 구워졌습니다~!" 잘 익은 레이븐×1 - dc App
(대충 에어프라이어 띵 하는 소리)
그머시냐... 방아쇠 각이네 방아쇠 각
크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