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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가 말한 인간과 코랄의 가능성..난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
다만 월터의 부탁을 들어줬다면 코랄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다시 한번 아이비스의 불 같은 사태가 발생 할테고...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 위에 완성되는 것은 잠깐의 평화..과연 그게 좋은 걸까.
.....월터가 말하길 4세대 강화인간인 나는 감정이 무디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고난과 역경을 헤쳐 온 나였지만 여전히 감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정의감이나 도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그저 내 옆에 함께 있어준 에어의 부탁이였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나의 핸들러가 바라던 일을 배신하는 한이라고 해도 말이다.
[..레이븐, 곧 있으면 지표면에 도착합니다. 충격에 대비를.]
에어의 말을 듣고선 부스터를 역분사 시켜 지표면까지의 속도를 줄였고 기체 내의 큰 흔들림과 함께 우리는 다시 루비콘의 지표면에 도착했다.
마치..이곳에 처음 발을 들일 때가 생각난다.
[파손율 85%, 기동은 가능은 하지만 코랄 무기의 여파인지 좌완 무장,우측 여분 무장,어썰트 아머는 아예 사용불가네요, 지상에 도착했을 때 적을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에어는 난감한 듯한 목소리로 기체 상태를 브리핑 해줬고 나는 별로 귀담아 듣지 않은 채 고개를 올렸다.
고개를 올렸을 때 아직도 자일렘은 추락 중 인 듯 붉은 루비콘의 하늘에서 더 붉고 거대한 형태로 어딘가로 추락하고 있었다.
[....월터의 일은 유감이에요. 하필 그가...아르카부스에게.]
에어는 죄책감이 섞인 듯한 말투로 월터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불타는 하늘을 바라만 봤다.
경이롭거나 아름다워서가 아닌..그저 바라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기체 내부는 경고음이 울리며 붉게 변하였다.
이건 아군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접근 할 때의 경고..설마 지상에 남은 잔당일까?
뭐가 됐든 지금의 내 상태로는...
[레이븐, 적 AC...! ...아니 적이 아니네요. 일단은.]
에어는 다급하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내 별 일 아니라는 듯 기체의 경고음을 껐다.
에어가 확대한 화면으로 확인해보니 익숙한 AC가 내 쪽을 향해 날라오고 있었다.
저건...
[츠바사, 미들 플랫월의 기체입니다. 해방전선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왜 이곳으로...]
"독립 용병 레이븐...아니 루비콘의 해방자 레이븐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는 어느 때보다 가벼운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무전을 보냈고 그의 옆에는 호위 MT 2대가 동행하고 있었다.
나에게 오기 전에 전투가 있었는지 그의 AC는 꽤 파손되었지만 움직이는데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그날 이후로 오랜만이군, 일단..습격 때의 일에 대해선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러스티도 어쩔 수 없다 보니 내 입장도 이해해줬으면 좋겠군."
지층 탐사의 막바지에 다다를때 쯤 러스티와 미들 플랫월은 나를 처리하려 했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2대1 상황이니 쉽다고는 못하겠지만 어찌됐든 기나긴 전투 끝에 둘 다 물릴 수 있었고 최후에 러스티는 나를 인정하고 내 곁에서 같이 싸워줬다.
다만....이제 내 곁에서 같이 싸우고 나를 전우라고 부르던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자네를 찾은 건 잠시 해방전선과 같이 싸워줄 수 있는지 묻고 싶어서 찾아왔다. 여전히 아르카부스 잔당들은 루비콘에 남아있고 우리가 들고 일어난다 해도 그렇게 순순히 이곳을 내어주진 않겠지.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다 루비콘의 해방자."
도움..인가.
"물론 자네의 입장도 있을테니 공짜로 도와달라는 것이 아닌 용병에게 엄연히 보수를 주는 의뢰의 형태니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한다. 이건 나뿐만이 아닌 해방전선 모두를 위해서..그리고 떠나간 러스티를 위해서니 말이다."
나는 자일렘을 추락시키고 그저 지켜볼 목적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앞장서기보단 남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 지켜볼 셈이였다.
과연 에어의 말대로 코랄과 인간의 가능성을 열어줄지, 아니면 또 다시 역사를 반복시킬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해방 전선의 일은....... 내가 해도 되는걸까.
[레이븐.]
조용히 플랫월과 대화를 듣던 에어가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은 저의 부탁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건...갚기 힘들 정도의 부탁이죠. 그러니 저는 앞으로의 당신의 선택을 지켜보고 돕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대로 하시면 됩니다 레이븐.]
에어를 말을 들은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선 플랫월에게 돕겠다고 전하였다.
그는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앞으로 제공될 모든 물자는 해방전선에서 제공해줄꺼라 말해주었고 나는 그를 따라 비틀거리는 기체를 이끌고 일단 인근의 해방전선의 기지로 향하였다.
나는 월터와의 전투 이후 곧바로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기체가 꽤 파손되었고 플랫월 또한 전투로 기체가 파손된 상태였기에 당연한 처사였다.
인근에 있던 해방 전선의 기지에 도착하자 작은 기지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MT에 서둘러 탑승하거나 정비 받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딱 봐도 수리담당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서둘러 플랫월과 내가 바로 수리에 들어갈 수 있게 빠른 준비에 들어갔다.
[...작은 기지임에도 꽤 사람이 많네요 레이븐.]
에어도 작은 기지에 이 정도의 인파가 있다는게 놀라운 듯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수리쪽 관련해선 제가 전부 이야기 해두겠습니다. 지치셨을테니 그동안 잠시 쉬고 있으세요.]
에어는 고된 싸움을 마친 나를 배려해주기 위해서인지 기체 내부의 불을 꺼주고 자신이 대신 필요한 수리 부품과 파츠를 이곳의 수리 담당자에게 보내주었다.
하지만 나는 눈을 붙일 수 없었다.
잠깐이라도 눈을 감으면 마지막 순간 나에게 총구를 겨눈 채 죽어가는 월터의 모습이 떠오른다.
공포심 같은 것이 아니다.
단순한...의문이다.
월터가 마지막 순간에 나에게 한 말.
(너에게도...지인이 생긴건가.)
여전히 모르겠네요 월터.
에어를 저의 지인으로 말한 건지, 아니면 지상에 남은 이들을 저의 지인이라고 말한 건지.
당신이 말하고자 했던 저의 진짜 지인은..누구였던건가요.
심심하면 가끔 소설 쓰는 놈인데 필력이 별로긴 하지만 반응 괜찮으면 2화도 만들어봄
제목 볼타로 보고 월벽하다 뒤진새끼가 망상딸치는 내용인줄 알았으면 개추 ㅋㅋㅋ
념글 보냈다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