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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와 거래한 건, 병사였을텐데?"


"거참, 이것들 병사 맞수다. 저래보여도 잘만 교육시키면 댁이 이끄는대로 잘만 물어뜯어 줄 개새끼들이지."



 개새끼라. 분명 그것을 개라 부를만하다면 개가 맞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개를 구입하는 주인.

 즉, '핸들러'일터다.


그렇기에 '핸들러 월터'라 불리는 남성은 쓸만한 인간을 모아 조련시키고 가공해서 장기말로 써먹는다. 

그건 마치 주인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충성심을 보이는 군견을 훈련시키는 일과 같다. 



 다만, 그것이 단순히 소모품으로 쓰인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작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그의 손에 키워진 '개'들만 세자릿수가 넘어갔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수많은 전장에 투입되어 싸워나갔고 죽여나갔으며 동시에 죽어나갔다.



 번호의 앞자리가 바뀔 때, 그곳에 서있는 인간도 달라진다. 빈자리가 늘어나면 다시 채워 넣는다.

핸들러라는 존재에게 있어 구입하고 구입당하기를 원하는 인간들은 상품이자, 말을 알아듣는 부속에 지나지않기에.



지금. 

그의 감정은 동요하지 않으니, 아마도 이건. 

적잖은 논리회로가 당혹함을 표하며 이성의 문을 살짝 두들긴 탓일거다.




"아이들이군. 그것도.... 너무 어려."


"니미, 댁도 잘 알고 있을텐데. 오히려 지금 상품성을 가진건 '소년병'이지. 애들은 빠르게 배우고, 무엇보다 빠르게 죽이니까.

- 구닥다리나 몰던 이전 군인들이나 용병들중에는 정작 머리가 굳어버린 멍청이가 더 많아서 정작 상품이 못된다는 거 알면서 왜이러시는걸까 참?"


"...여자아이들을 강제로 태워 서로 죽게 만드는 악취미 살인쇼는 취급안한다."



 그가 개를 키우면서 지금의 세상속 이런저런 일들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다.

시커멓게 때가 탄 뒷세계와 정작 밝게 빛나지만, 그늘속은 무엇보다 추악하기 그지없던 윗쪽의 치부를 본적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기업과 정부의 대치속에 고통받는 것은 손에 쥘 것이 남지 않는 자들이며,

그들의 사이에서 자신들의 그릇 크기에 불만들 가진 자들은 고통받는 이들을 더욱 쥐어짜 하나라도 더 얻으려 하는것이,


지금의 세상이자. 앞으로의 미래였기에.




"그것참 까탈 맞으시네. 하긴 댁은 '핸들러'셨지. 저래보여도 저것들은 꽤 오래전에 사라진 기술로 키워낸 애들이라고.

-뭐더라? 그 ASMR? 여튼 그 비슷한 뭔가였는데... 뭐 여튼지간에. 그걸로 AC를 조종하는데 타고난 인재를 키우겠다는 어느 기업에서 만든 것들이란거지."


"...기업의 물건은 가져오기 어려웠을터."


"기업'의' 물건이 아니라. 기업이 '버린' 물건이지. 덕분에 댁처럼 뒤탈이 없기 위해 깨끗한 걸 원하는 양반들에게 좋은 거고. 안 그런가?"




버린 물건이라.

기업이 버렸다는 것은. 아마도 이들에게 주어졌던 환경과 지원이 더이상 없다는 설명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저 자의 입에서 벼렸다는 단어가 나온 것을 보면 그 연구는 실패했고 그과 관련된 이들과 문건들은 전부 폐기처분 당했을 것이라며,

이윽고 그 생각을 마무리했다.




"허나, 이쪽은 얘들을 취급하진 않는다. 제아무리 기업의 실험체라도 실패작이란 점과 키워나가야 한다는 리스크를 짊어진다면 손실이 더 크다."


"참나, 알 것 수다. 그럼 저것들은 치워야지 별 수 있나."


"치운다고?"


"나도 사람이올시다. 제아무리 좋은곳에 보내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아무도 사가지 않는다면 별 수 없이 '뒤쪽'에 보내서 주머니를 채워야 한다고."


"...뒤쪽에 가면 어떤 취급당하는 지는 아나?"


 


그 말에 코웃음치며 대답하는 건 냉소적인 말이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다들 그렇잖소, 응?"



장사 말아먹었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뒤돌아서는 자의 뒤통수를 바라본 다음. 다시 상품을 지켜보는 그의 시선에 다섯의 소녀들이 들어왔다.


희고 창백에 가까운 피부는 사실상 외부와의 접촉이 없었던 실험실의 모르모트의 삶을 보여줬고, 

AC를 조종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빠른 반응속도를 받아내야 하는 안구의 홍채가 머금는 빛바랜 색채는 개조당한 자만이 가지는 

그 특유의 희묽어가며 죽어가는, 염색이 빠진 듯한 알 수 없는 붉은빛을 머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서로 다른 소녀들의 모습들 중에. 

단 하나의 존재에게 시선이 박혀 들어가는 기분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다른 아이들과 다를바 없는 무감정한 눈 속에.


희미하게 겉도는 그것을.





 핸들러 월터는 새로운 사냥개들을 길러냈다.


617번부터 621번까지 새로운 사냥개들은 이전의 '선배'들과는 비교가 안될만큼의 노력과 수고가 들었으나, 제값을 해내는데 있어서는 단연 최강이었다.


처음에는 AC를 몰고 움직이는 것 조차 고역이었는지 단숭가동부터 움직이는 과정에서 난관을 겪었다.

무기를 제대로 파지하는 법보단 오직 표적을 맞추는 일에 중점을 사고방식을 고치는 것도 나름 속을 태웠다.

먹는 것은 딱히 원하는게 없었기에 직접 구입하도록 했으나, 맛대가리도 없고 영양조차 없는 구형 레이션만 구입해 골머리를 썩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는 그들의 일이 되었을 뿐.

지금의 모습은 달라졌다.



이제는 고의적으로 죽으라고 던져지는 미션에 투입된 다섯 모두가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고, 살아 돌아온 나날이 지나갈 수록

그들의 실력은 초저녁의 서툴었던 과거와는 연현이 다른 존재들로 태어났으니까.

그들의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져 있었다.


첫 미션의 서투름에 실전의 감각을 익히지 못한채로 죽어간 숫자에 더해 갈 순간이 무척이나 수두룩 했으나, 

이제는 완연한 사냥개가 되어버린 그 아이들은 분명 핸들러의 손에 길들어진 맹수가 되었으니까.



죽이라고 하면 죽인다.

지키라고 하면 지켜낸다.

주어진 명령에 따르고 내려 온 명령을 받아들인다.



무감정한 그들의 눈 속에 투쟁을 심어두었고 투쟁은 불꽃이 되어 성장했으니.

불씨는 이윽고 화염이 되어 업화로서 전장을 태워나갔다.



기업의 실패한 실험체의 과거를 태워나가는 그녀들은 이전의 상품성 없던 존재에서 완벽한 사냥개. 아니, 이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가 된 것이다.


그랬다. 

하나의 존재처럼 다섯이 물어뜯고 찢어 죽이고 불태우는 아이들에게서 일말의 순수함은 없다.


애시당초 태어나기를 전쟁터의 판도를 뒤엎을 병사였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나, 

모든일이 끝나고 오롯히 다섯이 모일때는 달랐다.



마치, 이제는 농담거리나 호사가들이나 믿는 옛시대의 종교에서 그랬던 것 처럼.


경건하게 서로의 손을 맞댄다. 

그래야만 바라보는 눈앞의 대상을 인지하고. 더 나아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 처럼.

숭고함 따위는 옛저녁에 잿더미가 되어 쓸려나간 세상이건만 그것은 경건한다는 단어가 어울렸다고 핸들러 월터는 생각했다.












SCAV-617MG.

617이 죽었다.

사인은 대파된 MT의 손에 들렸던 무기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간 단 한 발의 총탄이었다.


그 순간을 이해하지 못한 채, 617의 코어를 궤뚫고 지나간 총탄은 브록 본래의 소명인 탑승자를 죽인다는 것에 도달하진 못했으나

내부를 헤집어 파편들로 하여금 죽인다는 소기의 목적에는 달성했다.



파편이 내장기관을 관통해 천천히 피와 그 내용물로 익사해가는 617을 구할 수 있는것은 없었다.

그저 고통을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편안한 죽음을 맞기하기 위한 조치만이 그나마 전부였을 뿐.



죽어가는 그 공허한 눈동자는 동공이 풀린 채. 그저 허공을 바라보았을 뿐.


허나, 그런 617의 손을 맞잡아 준 것은 살아남은 네 명의 작은 손들이었다.

죽어가는 자의 온기가 식어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맞잡아주던 그 손들이 맞잡은 것을 천천히 놓아 주었을 때.


617의 눈은 어느새 감겨 있었다.

하나가 떠났지만 넷이 남게 되었다.









세명이 죽었다.

618, 619, 620은


 ...숙원을 이루기 위한 장기말이 되었다.

넷은 기업의 의뢰를 받았고.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셋이 죽었다.



기업이 내건 미션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넷을 보내 지정해둔 포인트의 거점을 탈환하는 정석적인 미션이었으니까.

다만 정석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곳을 지키는 것이 행성 봉쇄기구의 레이져 포대가 설치된 거점라는 점과.


거점을 지키는데 있어서 특화된 병기인 AA602: 카타프락토이가 있었다는 점을 섦명하지 않았을 뿐.


그 하나를 죽이기 위해 넷이 달려 들어서 셋이 죽고 남은 하나가 죽이는데 성공했다.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사냥개들이 너무나도 커다란 사냥감과 맞서 싸우다 역으로 사냥당한 셈이다.

남은 코어에서 시신조차 건지지 못했다. 사냥당한 사냥개의 말로란 그렇게 비참하듯 이들의 최후 또한 그러했으니.

그저 시신조차 없는 관을 받고 남은 하나가 그 관 하나하나에 이마를 맞대고 묵념하는 것이 전부였다.








살아남은 단 하나에게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개조시술이 행해졌으니, 

앞으로의 모든 순간을 위해 움직일 장기말은 이제서야 완벽한 하나로 귀결되었다.


비록 그 시술로 인해 더이상 혼자 걷는 것조차 하지 못할 몸뚱이가 되어버릴지라도. 눈은 오직 전장의 빛에 민감해져서 평화의 부름을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입은 오만가지의 맛을 느끼는 것을 잊은채 식욕의 즐거움을 꿈구지 못할 지라도. 목은 누군가를 위해 말해 줄 숨결조차 허락하지 않을 지라도.



그리고 그 모든것을 신경써야 할 머리는.

그리고 머릿속의 모든것을 담아두어야 할 두뇌에 코랄을 주입해 강제로 익혀버려서, 모든 신경계를 오로지 AC의 조종을 위해 쓰여버린다.


...어쩌면 남았을지도 모르는 감정이 타들어가는 신경과 지워지는 대뇌피질 속에서 남아있던 인격을 뒤틀지언정.


살아남은 사냥개는, 이제서야 완벽한 장기말로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계획의 불씨가 

수십년의 세월속에서 밎혀져가던 잿더미 속에서 간신히 피어 오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모든일이 시작된 루비콘3에서

모든것을 끝낼 시간이 된 셈이다.







...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지금까지 살아온 목적이, 그 삶이란 족적이.

그것이. 그저 죽어가고 잊혀져 가버린. 남은 이들의 유지를 이어나가는 것만이 삶의 전부였던가?



목성에서부터 시작하겠노라 마음억었던 순간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그러기 위해 숱하게 봐온 것이야말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덧없던 존재인지 뼈에 사무치도록 깨달았을 텐데.



정작, 자신이야 말로 그 숙원에 묶여버린 것이 아닌가?


얽매인 것이 자신이 키워온 개들인줄 알았건만, 정작 나 자신이야 말로 과거가 만들어낸 죄악이 엮어내고 인연이 얽어맨 존재가 아닌가.



그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 이제 다시 자신으로 하여금 피비린내 나던 그때로 되돌아 온 환상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족을 버린채, 오직 연구에 몰두하던 핏줄로 맺어진 아비라는 작자의 튀틀린 결과물과 그로 인한 대재앙의 전초가 얽혀들고.


자신을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던 은사가 마지막으로 희생해 남긴 미래를 위해 남긴 연구가 뒤섞인다.


머나먼 타지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쳐 준 남자의 괄괄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오고,


이제는 두 사람밖에 남지 않은, 같은 오버시어의 구성원이자. 관측자인 동지의 수십년의 성과가 지나가지만 눈에 들어오지 못한다.




그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 그래 그 모습이다.


희미하게 겉도는 그 눈동자속에 작은 불꽃이다.




이 루비콘을 불태운. 현세의 지옥을 이끌어 올린 그 불꽃이 아닌,

그저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작디 작은 생명의 불꽃이다. 

꺼질 것 같으나 결코 꺾이지 않는 밝은 빛을 머금은 불꽃이, 눈앞에 있다.




- 그런가... 난, 이 불씨를 꺼뜨리려 한 건가...?




주변이 변하기 시작하며 암전되었던 기억이 역류하며 뇌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루비콘3. 코랄. 오버시어. 아이비스의 불. 코랄 집적. 조사기술연구소. 

자일렘. 마지막 계획. 아르카부스. 바스큘러 플랜트. 재현. 올 마인드. 코랄 릴리즈.


그리고 이해되었을 때는 비로소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도 동시에 이해되었다.



죽은이들의 유지도. 과거의 망령도. 자신의 계획도 끝났으나,

그 뒤에서 모든 것을 이용하던 자 역시 끝났다는 것도.



조금씩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정작, 잠들 이유는 없을텐데 어째서 일까. 이번에 잠들면 모든것으로 부터 비로소 해방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죽은 이들의 유지라는 이름의 사슬로 묶여 세월을 보내온 그 댓가가 정작 자신의 실패와 죽음 이었을지언정 후회는 없었다.



- 그래... 그렇구나. 621, 네게도 지인이 생긴거로구나...



끊어져 가는 목소리 너머, 이제는 희미하게 보이는 AC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까지 묶인 자신의 존재를 넘어서 이윽고 저너머 자유를 찾아 날아오르는 존재가.

그렇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그 불꽃은 모든것을 태우기를 원치 않았다. 그저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또한 스스로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눈앞에 있는 AC의 탑승구에서 개폐기기가 열리며, 이윽고 죽음을 맞이하려던 그의 눈에 이제는 기억과는 너무 달라진 존재가 보인다.


혼자 내리는 것 조차 어렵기에 내리기 위해선 보행기기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가 어째서인지 이 공간에 발을 디디려 하고 있었다.


일어서려 노력하지만 그것은 쉽게 할 수 없는일 이었으니 결국 무너져 내리듯 플랜트의 바닥에, 인공중력의 무거움에 짖눌린다.


엎드린채 일어서려 노력하건만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이제는 기어서 움직이는 그 존재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 621... 오지 않아도 된...다, 너는, 이제... 자, 유.




허나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걸까.

아니면 그것을 듣기 보단 어떻게든 일어서려는 것이 더 중요한 걸까.

기어다니려던 것을 멈추고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마치 이제 겨우 옹알이를 하는 아기가 걸어다니기 위해 일어서려는 것처럼.


하지만 아기는 일어서기 위해 계속 넘어진다.

이번에도 넘어진다. 기어다니는 것을 멈추고 오직 일어서기 위해서 넘어지고 있다.

그 노력 속에서 상처가 날 지언정 멈추지 않고 일어서는 것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어느새, 찾아오던 졸음은 저너머에서 물끄럼하게 지켜다 볼 뿐. 아까와도 같은 수마는 오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한 존재의 투쟁이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삶의 연장선을 타기 위해 모든 존재가 첫걸음을 떼기 위해 일어나려는 그 순간이 어쩌면 지금일지도 몰라서.



그리고 일어섰다.

첫걸음을 떼는데 성공했다.

어째서일까. 그 광경이 지금까지의 순간보다 더욱 아름답고도 찬란한 이유는.

생명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첫 걸음을 걷는 존재의 숭고함이 이토록 경이를 불러 일으킬줄은.



- 그래, 그...렇지. 그렇게...



첫걸음 이후는 위태로운 걸음마가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일어섰기에.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걸어 나갔기에. 한걸음 한걸음의 속도는 늦을지라도. 

분명, 걸어오고 있었기에.



이윽고 그 걸음은 자신에게 도달했다.

이윽고 그 종착지에서 애써 무언가를 찾았고.


이윽고, 그 행동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빛은.

자신을 이끌어준 잿더미를 기억한다.

모든것에 불살라버려서 더이상 타오르지 못하는 잿더미를 불빛은 잊지 않았다.



식어가는 온도조차 느끼지 못하는 공간에서 이제는 서로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데도.

그 손을 잡아주며 무어라고 말한다. 들리지 않지만 그 작은 입의 모양새는 기억에 오롯하게 남아있다.

단어가 자신의 시선에 마지막으로 새겨진다.





아빠.






세상이 암전된다.

이윽고 눈을 떳을때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걱정되는 일은 없었다.


어째서일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생각된다. 

허나 과거의 일도 미래의 걱정도 사라진 자신이 갈 곳은 어디일까?



그 답은 어느새 나타난 네 쌍의 손이 알려주었다.

양손에 두 명씩. 자신을 앞으로 이끌어 준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진정 원하던 것을.

비록 이루지는 못했으나 이루어 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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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보고 써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