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상으로 오르는것을 목표로 언젠간 지표면에 도달할거라고 믿고 좁은 토굴에서
하염없이 위를 향해 삽을 찔러넣었다. 언젠간 빛이 우리를 환하게 비출거라고
하지만 하염없이 파고 또 파도 나오는것은 검붉은 토양이나 바위뿐이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 사실 푸른 하늘은 없는것 아닌가?
모두가 술렁거렸다
사람 두세명 있으면 가득 차버리는 좁디 좁은 수직굴은 언제나 축축하고
이름모를 나무의 뿌리가 등을 찔러댔다 이런 환경에서 아득바득 버텨온 그들에겐
불쾌하디 불쾌한 추축의 한마디였다
- 나는 아래로 돌아가겠어 이런 좁은 토굴에선 편하게 발뻗고 자기도 힘들어
- 헛소리 하지마 하늘을 보는것만이 우리의 비원이었잖아
- 하늘은 이제 됬어 나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거야
- 그 아래로 내려가서 무슨 희망을 찾을수 있다는거지?
- 땅위로 가도 날아다니는 짐승들이 우리의 살을 뜯는다고 했어
사실 그말에 틀림은 없었다 하늘을 보기위해 땅을 뚫은자들중 돌아온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토굴로 다시 돌아왔으며 하나같이 빠요엔...빠요엔... 하고 조용히 울부짖었다
빠요엔이라니 짐승의 울음소리인가...? 어지간히도 충격이 컸던지 그들은 하늘로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 그래서 아래로 가서 뭘 하겠다는거지? 이전처럼 혼자 땅속에 처박혀있던것처럼 혼자서 있을거야?
그러자 그는 침묵했다 아래로 내려가봤자 예전에 쓰던 버려진 쉼터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둡고 축축했지만 예전엔 동료들이 꽤 있었다 다른 토굴의 거주자들과 교류하던
배달부들과 하늘을 보고온 이야기꾼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조용하다
다른 토굴에서 새로운 하늘로 통하는 구멍이 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곳으로 떠난것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은 하늘에서 비 라는것이 내려 올라가는 구멍이 극소수를 남기고
전부 수몰되었다는 소문만이 나돌고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중얼거렸다
- 그럼 거기서 쓰던 장비만 건져 올리자고... 훨씬 편해질거야
- 너 그거 사용법이나 알고있냐? 장비는 2인용인데 한명은 움직임이 굉장히 둔해져서 위험해
- 맞아 그거 혼자 들고올수는 있어?
그때 누군가 희생양을 자처했다
- 내가 내려갔다올게
- 멍청아 그만둬 거긴 물이 가득 차서 썩어버렸다고
- 그냥 가만히 있는것보단 나아
그러고선 그는 토굴에 몸을 고정시키던 로프를 풀더니 빠르게 아래로 추락했다
아무도 그를 따라가는 이가 없었다 지금 쓰던 장비가 훨씬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그는 간간히 편지만을 올려보냈다. 다만 그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시간이 흘렀다
토굴의 위에 달라붙어 새로운 구멍을 굴착하던 그들에게도 불길한 징조가 찾아왔다
장비가 하나둘 망가지기 시작한것이다. 장비를 잃은 인부들은 절망하며 토굴 벽에 기대 잠을 청했다
남은자들은 하나 둘 떠나거나 끝까지 남아 토굴을 사수하기 시작했다
적막감이 감돌고 그 누구도 굴착기의 시동을 거는 일이 없었다 한순간 굴은 죽어있었다
얼마뒤 굴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아래쪽으로 내려간 멍청이가 무언가를 파내서 올려보낸것이다. 예전에 쓰던 작은 삽의
교체용 부품이었다. 삽은 새로운 손잡이를 끼울때마다 얼마못가 부러졌는데 이 부품은
손잡이를 잘 잡아주었다 새로운 굴착 장비를 만들어낸것이다
그후에 작게작게나마 작은 삽으로 서로 누가 빨리 파내나를 경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급격히 조용해졌다
다행스럽게도 그 적막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토굴 벽을 뚫고 들어온것이었다
- 여기 예전 장비를 끌어올려다가 쓰려는 미친놈이 있다면서? 나도 흥미가 있어
- 어이구 맙소사
- 그 친구라면 이미 밑으로 내려갔어 요즘 소식 없던데
- 그런가 조금 기다려봐야겠어
그는 편지 한통을 돌에 묶어다가 심연의 시커먼 구멍속으로 떨궜다.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떨군것이다
얼마후 구멍에서 구식 기기의 부품을 잔뜩 메단 사람이 나타났다. 내려갔던 멍청이였다
- 누가 이 편지를 떨군거지?
- 맙소사 살아있었군 그래서 뭔가 찾아내기라도 한건가?
- 그건 진행중이야 그건 그렇고 누가 이 편지를 떨군거지?
- 나다 내가 떨궜어
- 딱 좋을때 와줬어 밑으로 내려가야해
딱히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희망을 보지 못했던것일까
둘은 천천히 아래로 낙하했다. 다만 그리 오래 내려가지는 않았는데 그가 무거운 기기를 끌어올려
자그마한 광장과 비슷한 토굴을 굴착해놓았던것이다
- 이걸 혼자 해놓은거야?
- 그래 아무도 내려오지 않더군 2인용 기계인데 말이지
- 그럼 바로 해볼까
그 후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원래 쓰려던 장비는 두번째 좌석이 망가져있었기때문에 빠르게 폐기되었다
- 젠장 일이 이따위로 안풀리다니
- 그러지말고 다른 장비를 건져와보자 쓸만할지도 몰라
- 그래야겠네
다행히도 다른 장비는 조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제대로 움직여 주었고 좀더 위로 올라가서는
새로운 쉼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다른 토굴과의 배달부가 다시 생기고 위에 있던 인부들이
아래로 내려와서 떠들기 시작하자 토굴은 작게나마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수 있게 되었다
명작...
ㅋㅋㅋㅋㅋ슬픈 이야기인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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