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위선의 민낯과 그 안의 본능"
나는 종종 내 안에 두 개의 존재가 산다고 느낀다. 하나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 또 하나는 본능과 충동, 탐욕에 솔직한 짐승이다. 전자는 아파트를 사고, 연봉을 올리고, 명함에 박힌 직함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다. 후자는 하루에 수백 번씩 폭발하는 성욕과 권력욕, 인정 욕망에 미쳐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두 존재 사이에서 매일 찢겨나간다.
한국 사회는 ‘품격’을 요구한다. 감정을 절제하고, 표정을 단속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그 ‘품격’이라는 말 안에는 엄청난 위선이 숨어 있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예의 바른 척하지만, 속으로는 남을 짓밟고 올라서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다. 학벌, 직업, 재산, 외모까지 모든 것을 ‘순위’로 줄 세우는 이 사회는, 사실상 전쟁터다. 하지만 이 전쟁은 티 나게 싸울 수 없다. 교양이라는 무기, 포장된 언어, 겸손한 표정 뒤에 숨겨진 폭력이 오히려 더 잔혹하다.
"나는 돈이 좋다. 아니, 돈이 필요하다"
이 사회에서 ‘있는 사람’으로 보이려면, 건물주가 되어야 하고, 외제차를 타야 하며,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있다고 말해선 안 된다. 교양 있게,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시해야 한다. SNS에서 은근히 자랑하고, 회식 자리에서는 “아휴, 그냥 운이 좋아서요”라고 말하며 겸손한 척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너보다 위다.”
하지만 그 위에 올라가기 위해 누구는 주식 단타를 친다. 누구는 코인에 인생을 건다. 문제는 그걸 티내면 ‘싸구려’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전문직인데 코인 따위를 어떻게 해.” “나는 고위직인데 하루 종일 시세창 보면서 살 수는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정작 그 사람들 중 절반은 몰래 코인한다. 남들 모르게 차트 본다. 눈에 불을 켜고 부동산 갭투자 정보를 뒤진다. 지적 허영과 물욕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도 절대 솔직해질 수 없다. 왜냐면 그 순간, '품격 있는 인간'이라는 사회적 가면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나는 가면을 벗고 싶다. 그러나 벌거벗은 나는 혐오스럽다"
나는 사실 룸살롱을 좋아한다. 강남의 고급 룸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과 낄낄대며 하루를 잊는 그 시간이 유일한 해방이다. 그곳에선 더 이상 점잖은 척 하지 않아도 된다. 말투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교양 있는 단어가 아니라, 원초적인 본능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잠시나마 ‘나’로 돌아간다. 적어도 내가 감추고 있는 또 다른 나, 미쳐버릴 것 같은 내 욕망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나를 드러낼 수 없다. 그 순간 ‘사회적 신분’은 박살난다. “쟤는 룸 가는 놈이야.” “교양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싸구려였네.” 그 한마디면 내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다시 겉으로는 점잖게 살아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와인을 고르고, 클래식 음악을 아는 척 하고, 자녀 교육에 대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욕하고 있다. “이 지랄을 하면서까지 내가 살아야 하나?”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환상"
“너도 이제 나이값 해야지.” “중년이 됐으면 중년답게 살아야지.” 이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아직도 17살처럼 충동적이고, 아무 데서나 똥 싸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찼다고 하면 다들 비웃는다. 왜냐면 나이라는 건 사회가 너에게 기대하는 행동의 틀이지, 너의 내면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나는 나이값 같은 걸 하고 싶지 않다. 내 속은 아직도 엉망진창이고, 모든 게 가짜 같고,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다. 그런데 사회는 “그래도 너는 교수잖아”, “그래도 공무원이잖아”, “그래도 애 아빠잖아”라고 말한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라는 말로 나를 계속 무너뜨린다.
"나는 본능적으로 살고 싶다"
사람이 존엄하다는 개념은 사실 허구다. 적어도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인간은 겉으로는 윤리와 도덕을 말하지만, 안으로는 돈과 섹스, 인정과 권력을 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더 병든다. 그래서 나는 욕한다. 위선 떨지 말라고. 정직하게 말하자고. 너도 나처럼 미쳐 있지 않느냐고.
그런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다들 웃으면서 지나간다. 그러고는 뒤에서 더 추악하게 욕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사회적 가면을 쓴다. 오늘도 점잖은 척 해야 하니까. 오늘도 남들이 보는 내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니까. 오늘도, 오늘도,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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