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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의 가치와 노동의 무게





‘친하니까 공짜’라는 말은 겉보기엔 훈훈하지만, 본질은 무례한 요청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어떤 일을 위해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했다면, 그것은 노동이다. 단순한 행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쓰기 위해 다른 가능성들을 포기한 것이며, 기회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에 누군가를 초대했다면, 그것은 협업이다. 그리고 협업은 계약이다. 아무리 구두로 약속했다 해도, 서로 시간과 자원을 교환하고 있다면 그것은 교환 관계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너랑 나랑 사이에 그런 거 따지는 거 웃기지 않냐”는 말로, 이 정당한 교환의 순간이 가볍게 무시된다.


그러나 당신의 시간만 소중한 것이 아니다. 남의 시간도, 감정도, 노력도 돈으로 환산 가능하고, 또 환산되어야 한다. 시간은 공기처럼 존재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시간에는 대가가 있다. 누군가의 시간을 점유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빚을 진 것이다. 그런데 그 빚을 갚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넘기는 사람은, 인간적인 교류를 말할 자격조차 없다.


“너랑 나랑 사이에 무슨 돈이야.”라는 말은 아름다운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이기적이고, 철없는 말이다. 그 말은 본질적으로 이렇게 번역된다. “나는 너의 노동을 공짜로 써먹고 싶다.”



2. 무보상 참여의 구조적 문제



많은 유튜버와 SNS 인플루언서들이 사람을 부른다. 지인일 수도 있고, 한두 번 인연이 있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인터뷰 한번 할래요?”, “나중에 올라가면 서로 도움될 거예요.” 이 말의 핵심은 명백하다. 지금은 돈이 없고, 네 시간은 싸게 취급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플랫폼이 널 도와줄 거야”, “이건 네게도 좋은 기회야”, “이게 노출이야.” 하지만 그런 말들은 마치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우리는 너를 키워준다”며 야근 수당을 빼먹는 것과 똑같다. 결국 출연자의 시간은 공짜가 되었고, 크리에이터는 그 콘텐츠로 돈을 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성공 후 나눔'이 아니라 **‘시작부터 정당한 교환이 이루어졌는가’**이다. 만약 돈이 없었다면 시간 대신 다른 방식으로도 보상했어야 했다. 식사 대접이든, 교통비든, 이후 수익 배분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든.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요청하고, 받고, 그리고 잊는다. 잊는다는 것조차 배려다. 많은 경우, 아예 고마워하지 않는다.


왜? 공짜였으니까. 인간은 공짜에 대해 무감각하다. 노력 없이 얻은 것에는 절대 진심으로 감사하지 않는다. 싸게 들어온 관계는, 싸구려 취급받는다.



3. 한국 사회의 '정' 담론 비판



"우리 남이가"라는 말은 한국식 정서의 압축이다. 언뜻 보면 따뜻한 말 같지만, 그 안에는 의무와 통제가 숨어 있다. “남이가?”라는 말로 우리는 모든 것을 넘어간다. 계약도, 보상도, 권리도. 단지 우리는 남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로, 그 모든 걸 무시한다.


이 ‘정의 서사’는 자주 착각하게 만든다. 착한 사람은 계산하지 않는다. 진짜 인간은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돈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고, "너 좀 각박하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것은 착함이 아니다. 계산하지 않는 게 아니라, 계산을 회피하는 것이다. 책임과 보상을 말하는 순간 그것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성숙하지 않다.


오히려 진짜 성숙한 인간관계는 경제적 투명성 위에 선다. 친구 사이에서도 비용은 발생한다. 그걸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계산하자는 게 아니다. 단지, 계산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정이라는 이름의 관계는 대개 위계적이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다. 한국에서 '정'이라는 단어는 결국 상호 호혜가 아닌, 하향식 요구다. 그리고 그 요구는 무례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포장된다. “우리가 남이가.” — 이 한마디로, 모든 권리와 요구가 삭제된다.



4. 감정 노동과 보상의 관계



인터뷰, 출연, 대화, 조언. 이 모든 건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감정이 필요하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마음을 꺼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그것은 ‘감정 노동’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감정 노동을 보상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 감정 노동을 소비재처럼 다룬다. “얘가 해줬으면 좋겠는데.” “걔 나오면 조회수 잘 나올 것 같은데.” — 이 모든 말에는 상대방의 감정과 시간을 ‘소모품’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요청을 받는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얘 왜 이렇게 예민해?” “사람 정 없네.” 결국 감정 노동을 요구받는 사람은 보상도 없이, 거절권조차 박탈당한다.


그래서 돈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감정을 소모한 자에게 최소한의 존중을 확인시켜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짜로 받은 것에는 절대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돈을 주고받아야, 그 관계가 정당해진다.



5. 새로운 상식의 필요성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블로그. 모두가 크리에이터이고, 모두가 콘텐츠가 된다. 과거에는 유명해지려면 방송국에 나가야 했고, 기회를 잡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기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다.


문제는 바로 그 ‘누구나’라는 말에 숨어 있다. 주인공이 늘어나면서, 조연도 같이 늘어난다. 그런데 조연에게는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다. 화면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너도 나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분위기. 그게 지금의 콘텐츠 산업이다.



"유명세는 너도 같이 얻잖아?"

"이건 기회야, 공짜가 아니야."


그 말은 착취하는 자가 즐겨 쓰는 레퍼토리다.



하지만 기회라는 말은 애초에 ‘균형 잡힌 교환’을 전제할 때만 의미가 있다. 출연자가 유명세를 얻는다면, 제작자는 조회수를 얻는다. 시간이 흘러 제작자가 더 큰 수익을 얻고 영향력을 키운다면, 그 출연자는 여전히 그 당시의 시간과 감정을 되돌릴 수 없다. 기회는 상대적인 것이고, 기회 자체가 보상일 수는 없다.


공짜로 도와줬다는 말이 왜 그토록 허무하게 느껴지는가?


그건 대부분의 경우, ‘공짜’가 결국 ‘무시’로 끝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짜로 얻은 것엔 책임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받는 사람은 항상 자기가 얼마나 싸게 소비되었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상식을 세워야 한다.

"친구 사이라도 시간에 대해선 보상하자.

"크리에이터라면, 도움을 요청할 땐 반드시 현실적인 대가를 준비하자.

"감정과 이야기를 꺼낸 사람에게 고마움 대신 송금하자.

“우리 남이가”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자.

"정당한 보상이 없으면, 그것은 협업이 아니라 착취다.

"정은 무조건이 아니다. 정에도 가격이 있다."



나는 다짐한다. 내가 아무리 유명해져도, 공짜로는 절대 출연하지 않는다.
그건 나의 시간이 소중해서가 아니라, 남이 내 시간을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공짜로 해주면, 사람은 고마운 줄 모른다.
그저 싸구려로 기억한다. 시간 남아서 해준 줄 알고, 쉬운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아니, 가까울수록 더 철저히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정은 무조건적인 헌신이 아니다. 정은 서로를 존중할 때만 진짜 의미가 있다. 상대방의 시간과 노동과 감정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이 아니라 구속이다.


한국 사회는 ‘정’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쓴다. 그리고 그 정을 빌미로 사람을 부려먹는다. 그건 정이 아니다. 그건 관계의 사기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당연한 보상을 지우는 순간, 그 관계는 파괴된다.


앞으로 나는, 어떤 관계에서도 이렇게 묻겠다.



“그 일에 드는 시간과 감정에 대해,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나를 존중할 생각입니까?”



이 질문을 꺼내는 것이 각박한 것이 아니라, 이 질문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회가 야만적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돈을 받아야 한다.



"시간이 소중한 사람이라면, 남의 시간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게 인간의 기본이고, 최소한의 예의며, 진짜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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