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짤은 줍이야. 고맙다.
월요일에 전편 방송 한다는데 다들 보나? 난 전부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얼마를 보든 늦게 이 드라마에 빠진 이유를 써 두면 그 장면들 나올 때
나도 그렇고 이 글 읽어줄 갤러들도 같이 다시 보는 기분일 것 같아서 글 하나쯤 더 적어 본다.
나는 이 드라마의 남자와 여자 주인공, 도경이와 해영이가 같은 직업 같은 직종 같은 직장 설정이 아닌 게 좋았어.
또, 서로의 삶이란 게 그냥저냥한 처지인 게 좋았어.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만나고 살고 사랑하게 되는 장소가 골목과 돌담길처럼 키가 낮은 것들로 채워진 게 좋았어.
얼마 전까지 몇 편의 드라마를 봤어.
대부분 남녀 주인공이 같은 직장에 있거나 같은 일을 하는 인물로 설정되었지.
그 중 한 편을 빼곤 다 남주가 직급이 높고 능력도 많았는데
그걸 강조하려다보니 부유함이나 화려함, 경쟁, 고층 건물, 극한 상황 같은 것들이 많이 나왔지.
여주의 경우는 덕과 성품을 드러내려고 그랬겠는데
뭔가 조건이나 계약 같은 것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가난 같은 딱한 설정이 많았고.
물론 그런 드라마는 그런 드라마로서 즐겁게 봤어.
다만 반복되다보니 약간 피로감? 지루함? 그런 게 있었나 봐.
그래서 (뭐든 타이밍이 중요하지) 우연히 본 이 드라마가 신선하게, 단박에 좋게 느껴진 것 같아.
도경이와 해영이는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살아 온 인물이었던 게.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나에게 나타나 준 도경이가 재벌이 아니어서 좋았고 스타나 영웅이 아니라서 좋았어.
그보다 더 더, 해영이네가 궁핍하거나 애끓는 한이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 좋았던 것 같아.
평창동에 살고 엄연히 회사 대표인 도경이에 비해
해영이네 집은 그보다는 시세?가 좀 떨어질지도 모르고 집엔 700만원 있다고 했으니
남은 게 집 한 채 뿐이라면 조금 기울지도 모르지만 그게 재벌과 평민, 사장과 직원 같은 넘사벽 차이는 아니잖아.
언젠가는 그러고 나타나 내 심장을 두드려댈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도경이는 수트빨을 날리지 않았고
해영이도 아직까지는 남주 손에 붙들려 옷가게에서 귀여운 여인 놀이는 하고 있지 않아.
그러지 않고 드라마 절반을 넘어가 준 게 나는 참 좋았어.
도경이와 해영이를 공식 같은 로코의 양 극단의 끝 지점에서 체스의 말을 옮기듯
중간을 향해 이동시키고 그 대신 보통성이랄까 그런 걸 높여준 것 같아서.
그리고 나는 도경이가 살고 있었고 어느 날 해영이가 새처럼 날아 들어온 보금자리,
썸을 타고 코미디가 펼쳐지고 기다림과 눈물과 고백이 있었던 배경에
돌담과 골목과 키가 낮고 테이블이 많지 않은 식당과 편의점 같은 것들을 채워 준 게 좋았어.
연장 때문에 18회가 되었으니까 9회 10회까지를 드라마 전반부라고 치면
이 드라마 전반부는 도회적이지 않지만 봄날의 도시 느낌 물씬 내 준 것 같아.
새처럼 날아 내 품을 파고 들던 해영이를 꽉 안았던 도경이의 등 뒤의 돌담, 둘이 산책할 때 해영이가 갈 뻔한 막다른 골목,
오지 않는 해영이를 기다리는 도경이 집 담쟁이와 담벼락, 오토바이 깜박이를 피해 몸을 포갤 때
도경이가 손으로 붙잡았던 아주 옛날식 쇠창틀, 해영이와 처음 키스하던 날 도경이가 팔을 내 뻗었던 비뚤빼뚤 비스듬했던 담.
이런 것들은 대사도 없고 소리도 없지만 드라마의 운치, 정취를 맡아 해 준 것 같아.
해외 로케이션 없이도 어느 때는 동화의 삽화처럼,
어느 때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금씩 따뜻해지던 두 사람의 온도랑 밀도를 설명해 준 것 같아.
"아름답고 지랄이니"란 해영이 대사,"밤바람이 따뜻해지는 계절"이란 해영이 느낌을 하나도 튀지 않게.
(사족이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몇 회였더라 도경이가 해영이 찾으러 Volv까지만 나온 외제 자동차 매장을 단서로 찾는 씬,
그때 소음이랑 고층 건물들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현기증이 나더라. 그런 부가적인 효과도 내 준 것 같아.)
아, 밥이 남았네.
나는 해영이의 밥, 그러니까 설거지 하는 엄마의 등이 공기처럼 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세 식구 손수 만들어 채울 수 있는 도시락이 있는 해영이네 밥하고
시리얼과 바나나는 있어도 밥이라는 밥이 없는 도경이네 밥 이거 하나랑 밥으로 밥벌이를 하는 해영이의 밥.
이 두 축이 이 드라마에서 제법 중요한 부분을 이루려나 보다 했었어. 궁금했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았지.
메뉴를 개발하는데 밥이라니, 그 순간 나도 이사도라 수경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었거든.
그런데 10회까지 본 걸로는
작가가 도경이의 밥 위에 삼겹살과 조개구이를 얹어주던 해영이와 덕이 여사의 밥의 의미와
도경이의 밥(음향감독)에 집중하는 쪽을 선택한 건가? 싶기도 해.
어느 쪽일지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조금 더 보다보면 알 수 있지 않나 하고 있어.
적다보니 저런 이유들로 나에게 이 드라마는 8회까지 봄밤의 느낌이었던 것 같아.
9회10회에서 조금씩 더워지고 끓으려는 느낌.
그럼 11회부터는 타고 작렬하는 여름 같아지려나?ㅋ 궁금해진다.
원작이 있지 않으니 드라마 만들 때 이것저것 준비할 것 많았을 것 같은데
이렇게 구석구석 보게 해 주다니,
확실히 그냥그런 흔한 로코는 아니란 게 이번 글 결론 같다.
도경이 해영이를 비롯해서 여러 본체들이 드라마를 잘 봤고 잘 고른 것 같아.
나와도 여운도 남고 느낌도 많을, 케미 좋았던 드라마가 될 것 같아.
후반부에서 아주 이상한 나라로 날아가지만 않는다면 말야.
좋은 리뷰. 흔한 로코였으면 내가 이렇게 열병을 앓진 않았을거야..
좋은 글 고마워! 잘 읽었어!
글 다받고 막줄 격공 ㅋ
좋은 글 잘 읽었어 감쟈해
밥의의미 해석도 좋고 리뷰 좋다~흔한 로코가 아녀서 단박에 좋아졌다222
진심 모든게 익숙하고 흔하지 않아서 조아
나도 이제 밤바람이 따뜻해지는 계절이 되면 오해영이 떠오를거 같아 리뷰글도 뭔가 따숩네ㅋㅋ 한 글자 한 글자 공감하며 잘 읽었음 ㄱㅅㄱㅅ
나도 8회에서 도경이가 해영이 찾아다닐때 이유 모를 현기증을 느꼈는데 리뷰처럼 그래서였나봐. 좋은 리뷰 좋다. 개추 먹어.
글을 다 받는다는 표현이 이런의미였구나.. 한줄도 놓칠 수없어 감쟈.. 감쟈... 걱정되는 부분도 아마 잘 될거야 같은 희망..
좋다 이글
좋다. 아름답고 지랄인 드라마야.
따뜻한 리뷰 잘 읽고감 ㄱㅅㄱㅅ - dc App
좋다..격공
글..좋다.. 감자해...
내가 더 감사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