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이미 완결된 시나리오인가,
혹은 한바탕 나비가 꾸는 꿈인가,
사라져도 괜찮다.
중요한건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
도경의 아버지가
아내를 사랑한 감정도 '연민'이엇을까,
하지만 그것도 사랑임을 고백이나 설득하지 못한채
자신의 말처럼 사라져 버리다.
거기서 시작된 비극 혹은 희극
이제
시간순서대로
혹은 의식의 흐름대로
이 스토리를 들여다보겠다.
10회에야 등장한
도경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장면들
그리고 닥터박이 말한 인간의 삶에 대한 하나의 가설
(난 왠지 그 의사의 말들이
작가의 중요한 세계관을 담고있는듯 들렸다.)
흥미로운 것은 언뜻 연상되는 장자의 호접몽 혹은 일장춘몽
(마침 그냥횽이 리뷰에 인용해주신)
그 사상과 '이미 완결된 시나리오'란 표현은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운명 안에서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이다.
물론 '운명'이란 것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보일지 모르나
반대로 그를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것도 생긴다.
'사라지는 것을 인정하게되면
엄한데 힘빼지 않아.'
동정도 사랑(의 한모습)이며
한갖 자존심이 아무것도 아닐수 있고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는 '쪽팔림'이다.)
차라리 지금 내마음이 원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의 운명이 유한하고
또 사랑이 유한하기에 그렇다.)
'동정이 어떻게 사랑이야?'
허지야 여사는 힘주어 부인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첫 남편, 도경의 아버지와
그녀 사이의 문제도
바로 그것 아니었을까 하는,
남편의 측은지심은 사랑이 아니란 마음이
그녀 자신을 불행하게 했고
위악을 떨게하고
한번씩 들어오는 그 행동도
꼭 도경이만이 아니라
자신도 염려되어 그렇다는 것을,
하지만 그 남자는
진심을 이해시키기 전에
어이없이 떠나버렸다.
아들에게 한말처럼
스스로 사라져버렸다.
비극적인 인생도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때로 그건 희극이 된다.
일종의 블랙코미디.
(물론 그 비극 와중의 희극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는 쉽게 깨닫지 못하는 이면)
아들에게 위험하다고 그리 조심시키던 그는
어이없게도 장비를 지키려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정말 어이 없다.
반사적인 동작이기도 했겠지만
'정말 소중한 것'을 순간 잊은듯 보이기도 한다.
그깟게 뭐라고 말이다.
그순간 그 선문답 같은 아들에게의 교훈은
스스로에게도 비수가 되었을 수 있겠다.
후회해도 이제 소용없는 그런,
덕분에 그는 아들에게 상처를 남겼고
아내 역시
더 나쁜 여자 불쌍한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오해'와 '겹치는 우연'이 이유였다지만
서해영은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여주인공들과 비교하면
참 독한 여자기도 하다.
사실 여기서 그녀가 하는 폭로는 폭력에 가깝다.
(물론 이미 서해영에게 이입된 채로 보다보면 그리 거슬리지 않을수도 있다.
소위 닥빙의 효과다.)
화장실에서 도경과 나눈 전해영의 대화는 '우연'이었을 뿐일 것이다.
우연이 아니라면 암시하는 디테일이 있었어야 했다. 이 작품 정도라면,
하지만 이 무섭게 직선적인 여자의 직선이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전해영과 한태진의 후회
서해영과 박도경은
반복하지 않을수 있을까,
지금
오해영과 한태진의 후회는
도경의 아버지의 후회에서
시작된 셈이다.
인과관계가 아닌 유사함이란 면에서,
온갖 근심과 번뇌들로 한없이 요란한듯 해도
삶이란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다는 것을,
어디까지 갈수 있을 지는 알수 없다 해도
어디로 가야할 지는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자명할수 있음을
얘기하는듯 보인다.
오해영은 알 수 있었다.
그 남자의 사랑이 그저 동정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수 있었다.
'그 타자기 소리 너를 닮았어.'
'네 예쁜 목소리로 나 좀 쉬게 해줘.'
그녀를 꼬아낸 것은 도경의 어머니지만
결정한 것은 그녀 자신이다.
허지야의 말이 꼭 변명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해영은 순간 의심을 했고 절망을 했고
그순간 그 사랑은 정말 사라져버렸다.
그것이 과거형이 되어버린 것은
억울해하기보다 자책할 일인 것이다.
이미 흘러가버린 것은 되돌릴수 없다.
(반면 서해영은 그 측은지심 역시 사랑임을 직시하며
쪽팔리고 노해도
자신의 마음속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수경도 그러고 보면 착각속에 있었다.
그나마 진상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평생 그렇게 미친년처럼 살았을 지도...
너무나 힘들게 재회한 그 남자에게
정말 옛날일에 대한 좀 무감한 추억이었음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하지만 흘러간 시간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직 흘러올 시간만이 있을뿐,
(수경의 '한 번 잔 사람과는 끝까지 가야 하는것 아니냐?'는
신조는
언뜻 어머니에 대한 반감으로도 보였다.
그 어머니를 이해하기위해
그녀는 진상을 만나야 하는 걸까?)
태진은 그게 최선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사실 그는 두려웠던게 아닐까,
사실대로 말하고 기다려달라고 했다가
오히려 해영에게 거절당할까봐
자신이 없었던건 아닌가,
그 두려움과 비겁함이
하지만 이제
그녀를 정말 흘러가게 만들었다.
결단코 그것은 박도경이 아닌
한태진이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 잃어버리기도 한다.
한태진이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박도경이 여전히 침묵하는 진실을
오해영의 앞에 드러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때
그 사랑을 지킬수 있을 지는
박도경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모두에게 그런 것처럼,
'그래 한번 우리 끝까지 가보자.'
그가 어떻게 가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전해영이 그 시간 속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도망쳐버린 것과 달리
서해영은 그 사랑을 충분히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우연,오해,비밀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그 사랑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 저 장치들을 정말 정교하게 써먹고 있다.
이 정도면 감탄해줘야 된다.)
이 부감샷으로 잡은 바닷가로 달려가는 자동차의 장면이
쾌감을 주었다면
마침내 도경이 연 마음 덕분일 것이다.
많은 암초가 여전히 도로상에 기다리고
어디까지 달리도록 허락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순간만은
그렇게 시원하고 애틋하다.
이 함께 웃는 순간의 아름다움은
그간의 도경의 머뭇거림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 가를 보여준다.
개추
마지막 세문장에 추천
개추머거
고맙다 잘 읽었다
ㅊ
좋은 글 고마워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사랑드라마.....
나도 회식씬에서 서해영의 심리는 이해하지만 전해영에게 한 건 폭력이라고 생각했어. 많은걸 느끼게 하는 리뷰네. 개추먹어!
도경 해영 태진 전해영 사랑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그 선택은 결국 본인 한 것이므로 결국 본인의 몫
서해영이 전해영에게 회식때 한건 도경이 태진에게 한것 같은 느낌. 자신의 모든걸 걸고 죽자사자 드리받는 무식함....
횽의 리뷰는 항상 좋다^^고맙
우리는 그렇게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 잃어버리기도 한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