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글쓰는 습관상
타드 언급도 익스큐즈해 주길)
그 타자기를 보던 오해영의 눈빛
같은 사물과 장소, 다른 기분
결국은 이 오해영조차 동정하게 하던 솜씨
타자기에 얽힌 기억과 그 감정의 진폭
빈의 표정연기도 좋았던,
(잘만든 드라마들은 캡쳐할 맛이 난다.)
딱 이런 표정이었을 거다.
어이없이 다트가 꽂혀버린 후
엘리베이터에 타던 도경이의 얼굴이
세상의
DNA를 가진 것들은
모두 억울하단다
'소리가
되게 귀족적이지 않냐?
그지?
소리가 너 닮았어.'
우연히 보게된 어떤 타자기와 함께
해영의 기억이 과거를 향한다.
도경의 '소리'에 대한 대사 하나
타이핑 소리가 귀족적인데
그게 해영이를 닮았다는 말.
하긴 우리의 오해영과 달리
이 해영이의 목소리는 좀 품위있게 들리기도 한다.
(그렇게 두사람은 그저 너무 달랐을 뿐이다.
물론 '1급수'와 '3급수'의 비유처럼
그 다르다는 것이 상처가 되어버린 세상이지만,)
그때 오해영은 알았을까,
그 행복한 순간을
절망적인 기분으로 회상하는 날이 올 거라고,
(마치 너무 아름다운 저녁풍경을 배경으로 혼자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던
다른 해영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만 생각하면
꾹 눌러두었던 나의 억울함이 터져 나와요.
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억울함!'
난 이 대사를 들으며
괜히 스코어가 인용되기도 했던
김도우 작가 한지승 감독의 '일리있는 사랑'이 생각났다.
거기서 생물학자 희태는 이런 나레이션을 한다.
자신의 직업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대사
'세상의 DNA를 가진 것들은
모두 억울하다.'
그래.
우리는 모두 억울하다.
가난해서 억울하고
평범해서 억울하고
가진게 그저 많아보여도 사실 억울하고
예쁜 얼굴이 아니라서 억울하지만
그 예쁜 얼굴이 오히려 억울할 수도 있다.
납득못할 이별은 누구나 억울해지고
(하긴 납득할만한 이별이란 건 또 얼마나 가능한 이야기일까)
그 억울함에 괜히
외계인이 차라리 지구를 멸망시켜버렸음 싶기도 하고
나만 불행한 것 같아서 또 더 억울해진다.
그건 사실이 아닌데 말이다.
(마치 흉측한 과부거미를 연상시키는
도경의 어머니도
진심으로 측은해보이는 순간이 올까
물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여기 두명의 오해영이 있다.
초반의 이 드라마는
'그냥 오해영'이 그저 억울할만한 것처럼 보였다.
3급수에서 태어나서 거기서만 평생 살아야할것 같은 여자.
이게 왠 기적이야 하고 가슴뛰던 결혼 직전까지 간 연애가
한바탕 허망한 꿈으로 끝났을 때
이후 갑자기 엮이기 시작한 또다른 '1급수에 어울리는 남자'와
의외로 썸 좀 타나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그애가 돌아왔다.
내인생을 흙탕물로 만들어버린 그 '또 오해영'이
그녀들 사이에는 여전히 가림막이 존재한다.
단 3주 만에 홀로 남겨지는 '예쁜 오해영'이 좀 안쓰럽던,
너도 나도 억울한 오해영
나만 억울한게 아님을
깨달아가면서
그 마음속 불덩이가
차츰 잦아들기를...
하지만 6회를 거의 다보았을 때
이 두명의 오해영은
좀 달라 보인다.
회식자리에서 마치 뒷담화하듯 말햇던
해영이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어쩌면 그저 부러운 건 아니었을까,
'너무나 자유분방해서 도저히 정착할줄 모르고
어쩌면 얼굴보기도 힘든 그 엄마'와 달리
'사랑 반 측은 반'으로 한결같이 남편과 딸의 곁을 지키는
그 드세보일수도 잇는 해영이엄마가
너무 부러웠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 해영이는 그 진심을
언젠가 알아들을수 있을까,
도경의 직업 덕분에
이 이야기는 '소리'가 참 강조된다.
그 말과 말의 불통 역시
소리에 대한 중요한 이미지 같다.
인간세상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소리가
우리의 '말'일테니 말이다.
이 지독한 (전체로서의)하나 혹은
두어 개의 악연이
지금
오해영의 일희일비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녀도 성장하며 좀 차분해질것도 같다.
그리고
그런 성장이야말로
이 지독한 인연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이유일 거라고 믿는다.
생일을 못챙겨준 미안함도 있었겠지만
남자친구와 있다가
무슨 사단이라도 난것처럼 친구가 들이닥치자
남자친구를 보내고 그녀를 들이던
희란도 퍽 좋은 친구란 생각이 들었다.
하시은의 연기도 괜찮았다.
'그냥 있던 거야.'
에릭의 연기도 내내 충분히 좋은
이미 도경의 마음도 '사랑 반 측은 반'이다.
미안함과 연민에서 시작했을 지라도
그 가여운 새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건
그 새에게 습관이 된 자조와 달리
'너무 예뻐서'였단 걸
우리는 보았다.
언제 웃었냐는 듯이
금새 짜게 식어버리는
그 분위기
하지만 제작진의 수완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동시에 해영의 불안정한 자아와
도경의 죄책감
(하지만 어쩌랴. '살고싶다면 사랑하기를'이라는데
그래서 도경은 그 책장을 치워주기로 한다.)
이런 걸
우리는 '눈에 하트가 떠다닌다'고 한다
도경은
스스로 '우주에서 방출되어서 빌붙어 억지로 산다'고 말했지만
저 하트를 만들어낸 것도 그의 배려 덕분이며
그것이 꼭 죄책감 때문이라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것은
적절히 그려낸 그 '동병상련' 때문이다.
덕분에 열일하셔야하는
우리 음악감독님
5회 말미에 깔리던
발라드곡 참 좋다.
별빛에 대한 가사가 있던
('호구의 사랑'에 들어간
전소현의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의 임펙트가 느껴지던)
오르골의 소리
그리고 저 라이트 켰다 끄는 소리
'소리'가 지배하는 드라마다
'사랑'까지 끼어들면서
만들어지는
우리 해영이의
미친년같은 일희일비도
그 남자의 억울함까지 이해하며
평온하고 편안하기를
그동안 많이 웃고 덜 아프기를
바라게 되다.
다른 해영이의 그것을 닮은
오해영의 억울함 역시
마치 과거와 미래가 우리의 착각이라는 말처럼
좀 어리석은 우리들의
마음속 불덩이가 만들어내는
착각일수 있음을 깨달을 때
그 불덩이도 이내 잠잠해질 것이다.
(물론 그 불덩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만)
후일
그 오르골을 부수고 싶을만큼
노할 날이 오겠지만
그녀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과거와 지금의 나처럼
그리고 또다른 해영이처럼
도경이도 그저 억울했을 뿐이라는 것을
네맘 같은 그 마음속 불덩이가
그 사고를 치게한 거라는 걸,
한동안
그 사람이 '기댈 언덕'이었다는 걸,
그동안 그 마음도 진심이었다는 걸,
정말 미안해했다는 걸
그 사이
그들이 많이 웃고
좀 덜 아팠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 역시
이 제작진의 능숙한 조련질에
어쩔수 없이
함께 내내 일희일비하겠지만 말이다.
정독 존나좋다
정독ㅠ
나도 모르게 정독
잘읽었다
부제의 의미가 완전 와닿았다는. 사랑반 측은반 그건 도경의 서해영에 대한 마음이기도 하고, 서해영의 도경에 대한 마음이기도 한듯. 글내용처럼 서해영 엄마맘이기도 할테고.
정독함!
일리 얘기도 살짝 버무려져 그런가 더 좋았다. 늘 보는 들마가 겹쳐서 리뷰 자주 보는 거 같은데. 잘 읽고있어! - dc App
억울함에 참 공감이 간다
리뷰보면 드라마 곱씹어보게된다 항상 잘보고있음 ㄱㅅㄱㅅ
잘읽었어 글너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