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주의! 개인적인 감상 글임. 확대해석은 하지 마시길. 오늘도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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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이 혼자였다.

아마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랫동안을 홀로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갔지 싶다.
그런 그가 옆집 여자 오해영을 만나고 말한다.

그녀가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다고.
이제 그만 불행하자고.
이 말은 지금껏 홀로 불행했음을 말하고 있다.

그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깊은 외로움을 말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 누나와 동생이 있고 진상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그는 외롭다.

삶이 무덤덤하다.

마치 현금인출기처럼 돈 버는 사람으로, 그저 소리로 예술하는 사람으로의 살아지고 있다.

그가 진심으로 웃지못한다.

그의 결핍까지 알아주지고 다독여주는 손길을 만나지못한 외로운 사람이기때문에 오늘도 그는 혼자이다.


그의 근원적 외로움과 결핍된 사랑은 그를 항상 외롭게 한다.

그에게 말한다.
무덤덤하게, 무표정하게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말했을 것이다.
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든든하다고.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의 깊은 외로움의 곁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그의 굳게 닫힌 문을 열지 못 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의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애정에 굶주린 결핍된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같이 밥을 먹지만, 홀로이다.
같이 일을 하지만, 도경이 혼자의 세계에 빠져있다.
홀로 어두운 밤에 도심을 바라본다.
홀로 자신의 어두운 방에서 빈 공간의 소리를 듣는다.
비가 내리고 있다.
그의 마음속의 외로움과 상처를 다독여줄 햇살 한 줄기가 그리워 그의 귓가를 울리는 빗소리가 그의 눈물을 대신한다.

그런 그에게 그녀가 스며든다.

말도 없이 이미 곁에 있다.
도경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알아챈다.
홀로 밥을 먹으러 들어간 곳에서 마주치면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 말한다.

여기 앉아요.
혼자 먹지 말고 같이 먹어요.

그런 그녀의 눈의 언어에 도경이 결국은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스스럼없이 그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함부로 남자의 기를 가져가겠다 말하는 겁 없는 옆집 여자 오해영.
혼자 듣던 도심의 밤의 공간을 함께 나눈다.
밤바람이 차가운데, 이상하게 춥지 않다.
그녀가 일하는 자신을 조심스레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재잘거린다.
그리고 웃는다.
짜게 굴지 말라며 웃는다.
싱거운 남자 도경에게 짜게 굴지 말라고 하는 여자 오해영.
그녀가 입안 가득 국수를 밀어 넣으며 자신을 바라본다.
그녀가 예쁘다.
꾸밈없이 함께 외로운 자신의 공간에 빛을 선물하는 그녀가 예쁘다.

짜게 살아온 외로운 남자의 입에서 말이 새어 나온다.

먹는 것이 예쁘다고.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서 결혼 하루 전에 파혼당한 여자 오해영에게 도경이 말한다.
먹는 것이 예쁘다고.
나 혼자 뭔가를 하는 일에 익숙하지만 지쳐가는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햇살 같은 당신이

내 눈에는 예쁘다고 말하는 도경의 얼굴에 평안이 담겨있다.

외로운 짠 남자의 짠 한 얼굴이 아닌 평안한 얼굴.

엄마도 차려주지 않는 외로운 밥 한 끼를 함께해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 든든함에 벅찬 남자의 얼굴이 짠하다.
화가 나서 주먹으로 차 유리에 금이 가게 한 그의 손에 몰래 반창고를 붙여주는 여자.
공치사를 하지 않는다.
묻지 않는다.
다만 그의 쓰린 속을 풀어줄 밥을 들고 온다.
열린 문으로 그녀가 들어와 도경의 손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여 준다.
조용히 그것을 받아든 그가 국물을 떠먹는다.

그가 먹는 콩나물국밥이 풀어주는 것은 오래된 그의 모성의 결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을 살펴주는 조용한 눈길과 손길.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아껴줌이 손길에서 묻어나기에 따듯한 사랑의 온기가 풀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쓰린 속을 풀어주기만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도경의 오래된 결핍으로 꼬여버린 매듭까지 그녀의 한 끼의 밥이 풀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가 말한다.
그 여자가 나를 풀어헤치는 느낌이라고.

닫혀있는 문을 억지로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추워서 꽁꽁 여민 옷을 벗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옷을 벗으면 추워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옷을 벗어도 춥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없이 옷을 벗기는 것은 싸움이 될 뿐이다.
그런데 옆집 여자 해영이 그 여민 옷을 풀어헤친다.
이상하게 춥지 않다.
햇살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살펴주고, 웃어주고, 대신 울어준다.
조용히 그 앞에 밥을 차려놓고 그와 함께 무언가를 먹고 마신다.

그리고 어느새 도경의 신발 곁에 그녀의 신발이 놓여있다.

홀로가 아닌 둘이 되어서.
재잘거리는 다친 새 오해영이 노래를 부른다.
슬픈 노래.
즐거운 노래.
격정적인 노래.
행복한 노래.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 작은 새가 상처 입은 가슴으로 그의 곁에서 부른다.
그 절절한 노래들은 도경의 귓가를 울린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눈물을 흘리지만 타인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 순도 100%의 눈물이 그의 얼음 같은 마음을 녹인다.

혼자에 익숙한 외로운 남자가 둘에 익숙해진다.

빈손에 익숙한 남자의 손에 자꾸 무언가가 들려져있다.
자신의 가슴으로 날아든 작은 새가 더 즐겁고 행복하게 노래하길 바라는 마음에 도경이 해영의 곁에 머문다.
빈 공간의 소리가 아닌 함께 하는 공간의 소리를 즐기게 된다.
도경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한 끼의 밥으로 채워주는 따듯한 밥 냄새나는 여자 오해영.
그 밥 냄새가 도경의 근원적 외로움의 답임을 그의 손이 말해준다.
자신의 손 때묻은 무언가를 건네주는 손길.
자신을 생각하면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어주는 그녀를 바라보는 따듯한 눈빛이 말해준다.
그의 마음의 결핍이 그녀의 햇살 같은 웃음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를 살펴주는 자상한 보살핌이,

엄마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도경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따듯하고 자상한 손길이 그렇게 말한다.
그의 손을 잡는 따듯한 체온이 그의 체온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그가 변해간다.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헤치는것은 해영이지만,

그 무거운 옷을 벗어 던지는것은 자신이어야함을 그가 서서히 깨달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