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기억이 기록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한 사람의 일생을 관통하는 히스토리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모든게 이미 정해진거라면,
어느날 갑자기 서해영을 만나면서 시작된 남자주인공 도경의
예지력은 어쩌면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드라마  '너의 목ㅅㄹㄱ ㄷㄹ'의 어린 수하가 교통사고를 겪고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트라우마로 인해 일시적으로 목소리를
잃게 되면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처럼..

도경의 예지력 또한 단순한 드라마상의 판타지적 요소로서의
설정이 아닌, 그럴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계기와 근원적 이유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녀를 보면 어떤 강렬한 이미지가 떠오르는지를 묻는 의사의 말에,

"쓸쓸해. 내 인생이 슬프게 끝날 것 같은.. 그런 쓸쓸함..."

지금까지 드라마상으로 표면화되어 이해된 도경의 쓸쓸함은
자신의 오해로 인해 파혼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서해영을 바라보는
죄책감과 짠함에서 기인한 측은지심의 감정이지만,


그 내면에는 어쩌면...

미래의 도경에게 어떤 불의의 사고가 닥쳐올거라는 걸
예감한 그의 불안함이 의식의 흐름을 깨뜨리고..
그 감정의 내면에 숨겨진 채 현재 시점의 도경에게 발현된게
아닐까?


"짠해요.. 짠해서 미치겠어...

내가 던진 돌에 맞아서 날개가 부러졌는데, 바보처럼 내 품으로
날아들어온 새 같아요.

어떻게든 빨리 낫게 해서 날아가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다가 행여나 좋아질까봐..."


도경의 이 대사 말미에 찍힌 말줄임 ...은 왠지 자신의 오해와 실수로
파혼의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서해영과 사랑에 빠지게 될까봐
겁을 먹은 망설임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도경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예지력은 언젠간 결국..
그와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는 해영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일찍 도경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그녀의 마음을 모질게 밀어내 상처 준 것을 미안해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파편적인 강렬한 이미지로 날아드는 미래의 기억들 속에서..

결국.. 도경 자신의 마지막 순간 또한 보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도경 자신의 인생이 슬프게 끝날 것 같은 쓸쓸함은,

그 운명의 끝에서 홀로 세상에 남겨질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미래의 도경이 현재 시점의 그의 의식에
어떤 메시지.. 간절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그녀가 내게 달려와요.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겨요.

근데 만약에.. 여기서 내가 그 여자를 받지 않으면..

그녀를 끊어낼 수 있을까..."


언젠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지하게 될 도경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해영이 너무나도 안쓰럽고 짠해서 차라리 처음부터
해영과의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 밀어내고 피해보려하지만..

이미 정해진 인생의 기억이 기록되어진 채 만나게된 해영과 도경은
아무리 피해보려 철벽을 치고 서로를 밀어내려해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이끌려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 근데 이렇게 저렇게 피해도.. 결국 끊어지지 않을 느낌이에요.

그만 불행하고.. 이제 같이 행복하자고... 풀어헤치는 느낌이에요."


이렇듯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남녀주인공의 운명론이 잔인하리만치
적나라하게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은 아직 남아있다.


로맨틱코믹멜로라는 '또! 오해영'의 장르적 특성과 더불어..

박해영 작가가 전작들을 통해 피력해 온 집필 스타일과
일관된 작품 색깔을 볼 때,

결코 새드엔딩은 아닐 것이라는.. 마지막 기대를 져버리진 않으리란 믿음이다.


다만 그 믿음이 실제적 끝맺음으로 막을 내리기 위해선,

드라마 '시그ㄴ'의 이재한 형사와 박해영 경위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무전을 통해 만들어낸 크고 작은
뒤바뀐 변수들이 쌓이고 쌓여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결국
여주인공 차수현과 이재한의 과거 약속이 지켜졌듯,


또.. 어두운 밤 골목길 해영의 뒤를 따라가는 괴한으로부터
위험에 빠진 그녀를 도경이 구해낸 것처럼...


끝이 정해진 안타까움으로 미래 의식의 신호를 전달받은
현재 시점 도경의 간절함이 서해영과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해 뒤바뀐 결말을 만들어냄으로써
부디 봄꽃같은 해피엔딩으로 그 끝을 맺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