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드라마 속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은 그들이 현실 속 나와 똑같기 때문이 아니라 저런 “상황”속에서는 저렇게 행동할 만도 하지 라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예를 들어서, 결혼 전 날 남자한테 차이고 결혼이 엎어진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해영이처럼 한밤 중에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춤을 추는거나, 남들한테는 자기가 파토 낸 거라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혼전 날 “밥 먹는게 꼴보기 싫어져서”라는 너무 자존심 상하고 모욕적인 이유로 남자한테 차여서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심지어 부모한테도 이야기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녀의 미친 짓, 이상행동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이렇듯 시청자가 드라마속 캐릭터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공감하기 위헤서는 “상황 속”에서의 캐릭터의 행위의 당위성이나, 인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격 특성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도경의 엄마 허지야의 경우는 그 인물의 행위의 당위성이 ‘상황’ 속에서 확보된다기 보다는 그 캐릭터의 성격적 일관성에 기인한다. 본인을 위해서는 자식 돈도 뜯어가고, 돈을 위해서는 애정없는 결혼도 감행하는 ‘천박한’ 성격을 생각 해보면, 그가 예쁜 해영에게 한 행동은 물론 앞으로 더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도경엄마라면 저럴 수 있다’ 고 시청자는 이해할 수 있을 것 있다 (이것은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가, 혹은 그 행동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캐릭터의 행동이 일관적인가 아닌가 일종의 캐붕의 영역의 문제이다. 갑자기 도경이 엄마가 해영이 엄마처럼 생일상을 차려가지고 온다거나 하면 시청자들은 그 인물의 행동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보다는 아마 무슨 꿍꿍이가 있나 의심하게 될 것이다). 잘 구축된 캐릭터는 상황과는 별개로 그 성격 하나만으로도 그 인물의 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기 때문에, 매력적인 혹은 견고한 캐릭터를 구축하는것은 드라마 속 서사를 만들어 나갈때 매우 중요하다.


한편, “상황 속” 캐릭터 행위의 당위성은 전자보다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그 상황이라는 것이 개연성을 가져야 하고, 그 안에서 캐릭터가 행하는 행동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예쁜오해영과, 그냥 오해영, 박도경의 삼자 대면 씬에서 그들이 한 공간 안에서 마주치게 되기까지 어떻게 오해가 일어났는지 아무런 설명 없이 그저 밥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면 시청자는 상황 자체에 대한 수긍이 덜 간 상태에서 그 인물들의 행위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공감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 소위 말하는 대사빨이나 아주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시청자의 눈을 순간적 상황에 돌리게 하는데, 우리는 소위 막장드라마에서 많이 봐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오해영’이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깬 것 그녀의 성격보다는 그녀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 속 에서 이해해야 한다. 해영은 도경에게 자신은 “그렇게 말을 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 라고 “그냥 요즘 좀 미쳐서 그렇다고” 말한다. 이 “미쳤다”는 말이 현재 그녀가 처한 상황을 잘 나타낸다. 원래의 내가 아닌, 어쩌면 스스로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이 불쑥 불쑥 시도때도 없이 뛰쳐 나오는 상황. 결혼식 전 날 그것도 “밥먹는게 꼴보기 싫어졌다”는 이유로 차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것은누군가에게는 스스로도 자신을 통제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고, 인생에서 쉽게 잊혀지기 어려운 사건이다. 어쩌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만할 정도의 일 일수 있다. 도경이만 봐도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을 찾았을지언정 아직 불행하지 않은가? (해영의 눈에만 불행해 보이는게 아니라 동생인 훈이가 오해영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화를 내는 것이 아직 도경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는 것 아닐까?)


비슷한 예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 playbook)"은 트라우마적 상황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가지고 있는남녀 주인공들이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부인과 바람핀 동료를 폭행하여 접근금지 처분을 받고 심리 치료를 받는 남자 주인공(브래들리 쿠퍼)와, 경찰관이었던 남편을 잃고 불특정 다수와 잠자리를 하면서 외로움과 슬픔을 견디는여자 주인공 (제니퍼로렌스)의 이야기는 이러한 트라우마가 쉽게 극복되거나 치료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은 작은 계기만으로도 쉽게 화를 내고, 때로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자기 스스로도 지금의 내 모습이 정상이 아닌 것을 알고 극복하고자 노력하지만 쉽게 극복되지는 않는다. 물론 마지막에는 그들 역시 사랑으로 치유하긴 했다. (영화줄거리는 나무위키 참고)


다행히 해영은 생판 몰랐던 다정한 옆집 남자, 도경을 만나서 대뜸 속부터 다 까고 마음 속 맺힌 말들을 풀어놓으면서 다친 마음을 치유해 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옆집 남자에게 고해하듯 털어 놓았던 자신의 콤플렉스의 원흉인 예쁜 오해영이 그의 전 약혼녀란다. 얼마나 자존심히 상하고 창피할 것이며 아무말 안 하고 그저 듣고만 있던 그 남자에게는 농락당한 기분이겠는가?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혀 생각에도 없던 (사랑까지는 바라지도 않는) 혼자만의 사랑 고백이 강제로 도경에게 전해졌으니 그야말로 쪽팔리다 못해 그 쪽팔림으로 인간의 역사를 쓸 상황인데, 때 마친 예쁜 오해영이 그 남자 집에 찾아왔다. 그것도 바로 삼자대면 그 다음날! 사람 꼴 우수워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상황에서 그녀가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깰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순간 느꼈던 해영의 쪽팔림, 슬픔, 배신감, 그리고 분노 등 그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의 발현 아니었을까. 원래 해영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그 날 아침, 그러니까 도경이가 본인의 차 유리를 깬 다음날 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해영 역시 그렇지 말하지 않는가, “어제 오해영한테 그렇게 화낼건 뭐야, 잘사는척 해줬어야지. 차 유리나 박살내고 돈 아깝게.. 어이고 하여튼 순발력 드럽게 없어. 그쪽이 진거에요”. 하지만 막상 본인이 그 입장이 되고 보니 결국 똑같은 짓을 하고 만다. 결국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제 삼자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제의 해영이 도경을 이해하지 못했 듯이. 제 삼자인 희란 역시 그렇지 않는가, “너 초딩이니? 유리창 깨게!”


도경 역시 원래가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1년 전 결혼식 당일 날 차이고 그는 그 시간을 그저 감내 해 왔다. 심지어 말도 안되는 이유 조차도 없이, 그저 혼자서 그저 그시간을  견뎌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마음의 상처가 치유 되었던 것은 아니다. 이별다운 이별도 없었고 (해영은 그래도 마지막에 태진을 만나서 어떻게든 마무리는 지었다) 그저 할수 있는것은 혼자서 왜일까 만을 곱씹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전 약혼녀가 차라리 죽을 병에 걸렸길 바랐을 정도로. 그런데 갑자기 전 약혼녀가 나타나서, 그것도 마치 얼마 전에 헤어졌다 다시 보는 사람처럼 그것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보고 싶었다고 하니 꼭지가 돌아버릴 수 밖에. 그렇다고 사람을 때릴수는 없 고, 결국 돈 아깝게 차 유리창만 박살내고 스스로를 상처 입혔다. 아직도 도경의 마음 속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마도 돌을 던진 해영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은 도경이었을 것이다. 둘 다 겉보기에는 괜찮아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사실은 둘 다 아직도 상처 투성이라 조그만 돌에도 쉽게 상처나고 피 흘릴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도경은 돌을 던지고 집을 나간 해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해영은 자신이 던진 “돌”에 맞아서 날개가 부러진 상처입은새니까.


나랑 똑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것에 위로받는 것이 비단 해영뿐이 아니다. 도경에게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별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했겠지만 그닥 위로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훈이에게는 미안하지만 훈이가 아무리 예쁜 오해영을 대신 욕해줘도 도경에게는 그닥 위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걸 아는 속 깊은 수경은 그래서 그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도경을 대한다. 예쁜 오해영이 자신의 회사에 스카웃되어 왔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만 봐도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랑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도경의 불행을 알아봐주고 위로해 준다. 안아주고 싶을만큼 안쓰럽다며. 비록 자기가 던진 돌에 맞아 같은 상처를 갖게 되어 죄책감이 앞서지만 도경 역시 지금은 그저 위로 받고 싶고 행복해 지길 바라지 않을까? 그 동안 괜찮은척 일에 파묻혀 지난 1년을 보냈지만, 사실은 그 동안 너무 외로웠고 아팠으니까. 해영과 도경은 1급수와 3급수에 사는 물고기들처럼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상처를 입은 물고기들은 물의 급수와는 상관없이 만나서 그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뿐이다. 앞으로도 역경이 있겠지만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공유한 “내 편” 이 있다면,한 대 맞고 쓰러졌어도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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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읽고 쓰는 건데, 참고로 이 리뷰의 부제는 <그녀가 돌을 던진 이유>야. 해영이가 돌 던진게 이해가 안 간다, (다른데서) 분노조절장애냐 소리까지 봐서 내 나름대로 해영이랑 차유리 깨부셨던 도경이 입장을 한번 써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