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보자.

 

 

1회 초반

오해영과 한태진의 이별장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왜 저렇게 매달려보질 않지?

정말 좋아한게 아니었을까?'

그 제스쳐에 담긴 그녀의 인생

 

 

 

 

 

시간이 지나면서 드는 몇가지 생각들은 이렇다.

'원래 거절과 불행에 익숙한 그녀'로선 올것이 왔다'고 어이없이 받아들인 것

'또 오해영'이란 제목은 그런 그녀의 억울한 인생을 압축한다.

 

그리고 거절의 통보의 말

'네 먹는 모습도 보기 싫어졌어.'란 한마디에 대한 충격

(여자들은 떠난 사람이 아니라 짜게군 사람한테 욕하고 화내요.'

여기서 짜게군다는 말은 씀씀이 따위를 말하는 것 같지 않다.

일종의 배려와 품 같은 뜻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도 한태진의 독한 이별통보는 너무도 짠것이었다.

더 구질구질해지기 싫다고 순간 생각할 만큼,

오해영의 인생은 '쪽팔림과 민망함의 역사'였다.(도경엄마의 대사는 상징적이다.)

이 존재감없어서 서러운 여자는 우는 대신 웃고 날뛴다.

'조용한 걸 견딜수가 없더라구요. 갑자기 욕이라도 터져 나올까봐.'

4회의 소리를 모으는 도경이에게 했던 말.

그것은 우울이요 발악이다.  미치게 살고싶은 안간힘.

그렇게 소리에 예민한 도경은

역시나 이 여자의 소음이 담고있는 무엇을 알아듣는다.

(결혼계약의 대사 하나도 우연히 지나간다. 물론 의미는 좀 다르다. 거긴 불치병이 나오니까,

'저 미치게 살고 싶거든요. 사는게 좋은거잖아요. 우리 같이 살아요.네?'

그래 우린 모두 살고싶다. 가능하다면 나를 사랑하면서,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와

 

거기 하나 끼어드는 생각은 이렇다.

이 난감한 상황의 수습

아버지 어머니가 그냥 계실 리가 없다.

난리가 날지도 모른다.

물론 동정의 대상이 되느니 '미친년'소리가 나았기도 했지만

그런 현실적 이유도 떠오르지 않았을까,

 

 

 

 

 

 

 

 

진짜 못지않은 가짜의 힘.

클리셰가 그리 민망하지 않던 이유

 

 

 

막 닫히려던 엘리베이터를 붙잡으려고 뛰더니

이내 해영이 놀라서 멈춰서 버린다.

 

왜냐하면

그 엘리베이터를 세운 남자들의 얼굴이

우리가 가다려주는건 네가 아니라고 말한다.

네 자리는 여기 없다고,

'또 오해영'이 그렇게 돌아왔다고,

 

극히 클리셰스런 장면이

제대로 그려낸 캐릭터의 주눅든 인생과 그런 연기를

만났을 때

그건 그리 민망한 장면은 아니게 된다.

 

진짜 못지않게 진짜 같은 가짜의 힘이다.

마치 도경이 만들어내 화면에 심곤하는 음향의 이치처럼

 

 

 

 

 

 

부디 '돌아온 오해영의 뻔뻔함'이 이해할만한 것이기를...

 

 

 

'예쁜 오해영'의 저 태연함은 뭐라고 설명할까,

그녀가 다시 만난 회사에서

우리 해영이에게 상처가될 말을 아무렇지않게 하며

반가워하는 모습은  

상대를 이해할수 없는 '무형의 가해자'의 태연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차 하고는 '나도 덕분에 힘들었지.'라고 둘러댔지만)

 

하지만 이 예고편의 '오빠'와

단 한 차례의 통화에서 '보고싶다.'는 말을 하는

쟤의 뇌구조는 대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4회에 특히 부각된 도경의 대책없는 속물엄마를 감안하면

조용히 그녀가 악역을 수행했을 법도 하다.

(갑자기 쓰러졌네 어쨌네는

너무 드라마스런 설정이라

이 드라마에선 볼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태연함의 납득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것이 가능할려면

단 하나

상대의 상처를 도저히 알수 없는 상황이었어야만 한다.

누군가의 정교한 거짓말이라든가,

 

하긴 이건 어차피 만든 이들이 정할 운명이니

이 장면으로 말미암을 혼돈으로 옮겨가보자.

 

 

 

 

 

 

 

 

 

오해영의 '민망함의 역사'를

종결해주던 이 도움닫기 포옹의 근사함

그리고 '또 오해영'은 어떤 파장을 미칠까,

 

 

이 드라마의 장점은

가벼운듯 낄낄 웃기다가

어느 순간 정색하고 멜로의 감정선을

그럴듯하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거기 두 배역의 좋은 연기는 단단히 한몫 하고있다.

특히나 서현진의 연기는 빙의 수준이고,

 

이 바로 앞즈음의

'안아주고 싶을만큼 가엾고 불쌍해요.'라든가

'먹는거 이쁜데...'

이 장면과 대사들이 좋았던 것도

그 얼결에 드러난 마음과

덕분에 진전되는 연애심리에 있다.

난 그저 그렇게 보였다.

이들은 절대 선수가 아니니까,

그저 지금 고통스럽고

덕분에 나를 닮은 상대의 짜안함을 알아보았을 뿐,

 

'취중진담'이 아닌 '농중진담'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그게 참 그럴싸하다.

이 드라마가 '우연'이라는 클리셰를 통해

볼만한 로맨스물을 만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진지한 마음은 꼭 정색하는 상황에서만 드러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들은 그 멀티플레이를 너무도 잘해낸다.

 

본론으로 와서

이장면의 시작은

'민망함'을 당한 이사도라의 퇴근길이다.

(그녀의 낮과 다른 밤의 모습 역시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외로움으로만 보였다.

이제 왠지 가망없어보이는 남친 대신 술과 안주를 친구삼은 노처녀)

그를 진상이와 해영에게 들킨 그녀의 상황수습과 민망함의 전가의 의도 속에서

이 도움닫기 포옹씬은 탄생한다.

 

어이없어하던 해영은

그때 마침(?) 도착한 도경을 보며

술기운과 장난기를 빌어

모험을 감행한다.

까짓거 밑져야 본전

(하지만 그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느새 자라난 기대가 있었을 테니

기대는 언제나 그 이상의 실망을 가져온다.)

당신이 날 과연 받아줄수 있을까,

그건 장난기로 시작된 하지만 간절한 시험이었다.

 

'근데 그 끈이 어차피 절대로 안끊어질것만 같아요.

(그건 '인연'과 '운명'이다. 오글거려됴,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약된)

그 여자가 자꾸 저를 풀어헤쳐요.

(그런 면에서도 '케세라세라'의 한은수도 소환된다. 정유미의 대체불가능한 연기로도 기억되는)

우리 그만 불행하고 이제 제발 행복해지자고"

 

그 우연한 장난이

둘 사이를 제대로 가로지른다.

그 우연의 기막힌 결정력.

이 로맨스물이 물건인 이유다.

'또 오해영'이라는 폭탄이 대기중이지만

그들도 우리도 이 이야기꾼들을 믿고 갈데까지 가볼밖에,

 

목숨처럼 아끼던 장비를 던지다시피하던 도경과

제가 달려와놓고는 더 놀라는 해영

그렇게 '이 여자의 민망한 역사'는 끝날까?

 

 

 

확실한 건

도경이 죽으며 끝날 리는 없으리란 거다.

그건 이 장르의 컨벤션과 매력을

거스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