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쓰고싶어서 편지를 한 시간동안 쓰고 앉아있었다


하하 기가 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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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잘 넘겼는지 모르겠네

상처주었다면 미안하다.

건강해라. 우연히 만나면 아마 내가 먼저 인사 청하겠지만 "개같은 새끼"나 "육시를 할 놈" 등등 인사는 받아주고 뒤에서 속 풀릴때까지 욕해라.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 하나 신경쓰기도 버겁던 때였다고 변명하고 싶다

후에 생각해보니, 네게도 갑갑한 상황이었겠더라

이제는 남은 마음도 없다. 현재에 충실해야지.


내가 아닌 넌 정말 밝고 좋은 여자였으니, 금방 좋은 남자 만날거다.

아마 맨 처음 널 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긴 건 내가 못가진 것들을 네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거다.

이쁘고 밝고 인사 잘하고 목표의식도 뚜렷하고 노력도 하고. 떠오르는 수식어가 대개 좋은 것들이니.

가끔 내가 이해 못 할 일로 화내던 게 성격이 안맞던 건지 내가 이상했던 건지.

그래도 금방 풀려서 배시시 웃는 모습이 예뻤으니 좋은 거겠지.

건들면 안되는 부분인 걸 알면서도 건드린 내 잘못이지. 알면서도 그랬으니까. 내가 죽일 놈이지 뭐

내가 여자를 무서워해서 여태껏 너처럼 진짜 좋은 사람 아니면 여자로 생각도 안했다.

너 사귀기 전에 좋아했다고 한 그 꽃뱀. 야 그 여자는 니 친구 오해다. 아직도 꽃뱀으로 믿고 있다면 뭐 하하...

그 여자도 그렇고 전역 하고 좋아하던 그 여자도 그렇고 내 이상형과는 매번 동떨어진 여자들이지만 사람은 참 좋다.

그 여자들한텐 미안하지만 가끔 너랑 비교해본 적이 있었다. 네가 아쉬웠었나보더라구.

지연누나는 그런 귀여운 얼굴로 담배를 왜 피는지 모르겠다...나도 끊으려고 시도는 많이 했는데 그냥 피우고 있다.

남자가 마음 한 번 먹었으면 독하게 끊어야 되는데 이유 없이 끊으려니까 자꾸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더라. 이것도 합리화야...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이제 창을 열고 있으면 후드를 입고 있어도 으슬으슬한 게 가을인가보다.

처음 본 때가 겨울이었고, 끝난 것도 겨울이었지. 올 겨울은 네가 따듯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웃으면서 보내던지, 좋은 사람 품에서 보내던지...

미련은 없는 것 같은데 아직 후회는 반복중이거든

이십년을 바라마지않던 사람이 나타났으니 남은 건 내 노력이라고, 뭐든 다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고백했던 나니까.

그래도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면 그땐 후회는 안하고 살거다.


여기 생활은 겁나 빡세다. 진짜 고독한 레이스다. 

독고다이인척 하는 외톨이인거 알잖아. 영국 온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들이랑 대화하면서 영어 늘리려는 거였는데 영 어렵네

영어 늘리려고 사람 만나고 싶은게 아니고 이젠 슬슬 외로움이 닥친다. 다섯달 혼자 버텼으면 괜찮게 버틴거겠지. 

이것도 아마 외로워서 쓰는 것 같다 하하...


한 이 년 지나고 오면 다 잊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 그리고 좋아했던 남자는 동정하는게 아니다.

내가 왜 불쌍해. 모르는 사람들한테 욕먹는다고? 엥?? 동정받는 남자는 큰 놈이 될 순 없는 것 같더라.

소설책에 나오던 위대한 놈도 돈만 많았지 내내 동정받았었지. 제목조차 동정이야. 결국 병신이지 뭐.



항상 건강해라. 진짜 몸 건강한게 최고더라. 몸이 안좋으면 정신을 좀먹어가는게...

그래도 많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 크거든... 네가 묻어있는 곳이 너무 많아.

일부러 자주 가던 골목이나 가게쪽으론 안가게 되더라. 이유 없이 생각나면...너도 그럴진 모르겠네.

대학로 모든 것들이 너랑 있었던 추억이고...

너랑은 이곳 저곳 참 많이도 다녔다. '우린 여기도 있었지? 저기도 있었고, 거기도 가보려고 했었지!'

세월이 보이는 게, 네가 담긴 가게들이 참 많이 없어졌더라고. 그래도 아직 너무 많다.


이해는 간단해. 널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좋은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너무 급하게 붙잡았다.

그동안 상상으로만 보던 것들과 실재의 괴리감을 인정하기 전에 내게 다른 벽이 다가왔다. 알잖아. 군대...

매일 붙어다니던 친구가 어느 날 없어지고, 한 달 뒤면 나도 사라진다는 사실이 사람 미치게 만들더라.

남은 한 달을 어떻게 잘 보낼지를 생각한답시고 그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 그 시간을 너로 채웠으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몰랐지.

너는 너 나름대로 힘들었을거다. 그럴 수 밖에 없지. 뜬금없이 이 주 동안 연락이 안되니...

아직 동굴 밖으로 나오지 못한 내게는 네 문자고, 부재중 통화들이 영장처럼 보였다. 억지로 끌고가려는 괴물같았어.

정작 친구놈은 이 주 후에 돌아왔다. 그걸로 다시 동굴에서 나오게 됐지만, 너는 이미 상처입었고 나와 보낼 시간을 두려워했으니까.

케네디 로즈? 지금은 없어진 그 술집에서 너랑 우연히 마주쳤을때 억지로 담담한 척 했지만, 네 눈을 똑바로 바라 볼 수가 없더라.

아무 소식 없이 사라진 새끼가 여기서 시시덕대고 있어? 이런 식으로 차라리 화를 냈으면 나았을텐데, 차분히 쳐다보는 눈이 너무 서글프게 보였어.

그 때 네가 뭐라고 생각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직도 다른 사람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노무새끼인가보다.


아마도 지연누나는 사는 방향이 나와는 다른가보다. 군인이던 때에 휴가 나와서 몇 번 만나긴 했는데, 점점 나랑은 생각하는게 달라지더라

처음엔 배울 게 많아서 좋은 누나였는데, 지금은 그냥 동등한 사람으로 느껴지더라고 나 머리 참 많이 컸네...

나중에 그 누나가 여행가고싶으니 아는 사람들에게 후원금을 받아볼까 한다는 말에 존경심은 버렸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내가 그사람 존경한다고 말한 적도, 좋아한다고 티낸 적도 없었으니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겼다. 그리고 그 날부터 웬만하면 사람 좋아하는 건 더 천천히 하기로 했다.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 전엔 여자로 보이진 않아도 누굴 보고 예쁘다고 생각은 자주 했었는데. 진짜 스님이 되나...

갑자기 네가 생각나서 내가 지금 뭘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사랑은 더 이상 요구할 수 없지만

용서는 받고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들이 진심으로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한다. 난 외모 컴플렉스만 고치면 진짜 좋은 새끼구나...

사실은 너도 보고 싶고 지연 누나도 보고 싶고 현경이 그 애도 궁금하고 그런데 뭐 다 남자 욕심이니... 한 사람에게 충실하는 것도 힘든데 생각은 자꾸 나더라.



지금 최대 고민은 왜 난 일을 못구할까? 아직도 사회에 뛰어들긴 물러터진 샌님인가보다.

나 때문에 힘들었다면 정말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그럼 건강하고, 환절기 조심하고...

반년동안 비타민 열심히 챙겨먹었더니 감기도 안걸린다. 걱정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