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태어난지
3일이 되었는데 벌써 성인이다
나는 사실 어제 한여름에 태어났는데 눈을 떠보니 콧가를 스치는 차가운 공기
이제 태어난지 28년이 되는 해이다
어제는 걸음마를 익혔고
오늘은 이유식을 시작했다
그저께는 중학교를 졸업했고
내일은 유치원에서 선생님에게 김치를 남겼다며 맞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엄마의 배를 발로 차볼 예정이다.
나는 고작 이 순간에 태어났는데
거울을 보니 보이는 낯설음의 연속
누구세요?
언제부터 나는 이 사람이 되었을까
손으로 감싸자 손에 묻어나는 찌든 물감같은 가루
누구세요?
나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어느 상의도 해보지도 못한체
이 몸에 갇혀있는 나의 생각은 묵살시킨체
무자비하게 그저 무자비하게
방치해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