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본능적으로 그와의 관계가,
아니 관계라고 부를만한 것이 시작부터 잘못됐음을 알고 있었다.
남자는 충분히 동물적이었고,
여자는 그의 본성을 고의적으로 부채질했으니.
고독은 여자의 운명과도 같았다.
평생을 두고 함께 한 친구.
외로이 태어나 외로이 죽을 여자의 인생 궤도에서,
여자는 처음으로 일탈을 맛보고 싶었다.
적막한 이 길을 고독을 짊어지고 걷자니
지금 당장 숨이 차 죽을 것만 같았거든.
만만한 그 남자라면 쉽게 내 삶에 들이고 내칠 수 있겠다 싶었다. 
시위는 당겨졌고, 쏘아진 화살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애초에 겨누어진 과녁이랄 것조차 없었던 이것은,
그대로 여자 자신의 텅 빈 가슴을 뚫고 지났다.
이상했다.
고독에서 벗어나려 쳤던 이 발버둥이
오히려 제 가슴을 치는 꼴이 되었다.
머리가 아파온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그와의 관계가,
아니 관계라고 부를만한 것이 시작부터 잘못됐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자는 평생토록,
단 한 번도 본인이 그 어떤 관계에서도 갑이 되어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여자가 영원히 고독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