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패륜인거 인정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 하고 욕해도 할 말은 없음

하지만 이젠 너무 지쳐버린거 같다..

더 이상 엄마가 더 이상 힘들어하는걸 보고 싶지가 않다


사실 이 고통의 모든 근원은 할아버지때문이다

자식들이 모두 출가하고 난 뒤 할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셨다

갑자기 여자가 생기신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남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셨고 심지어 자식도 있었다

경제력이 없었던 할머니는 자식들의 집에 얹혀 살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큰 아버지들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계속 모시기를 거부했고

결국 형제중에 젤 막내인 우리 아버지가 할머니를 모시기로 했다

방 2칸짜리 집에서 5인 가족이 지내게 된 것이다

그 때가 내 나이 8살쯤이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나도 내 동생도 각자 독립해서 지낸지 오래지만

아직도 엄마는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


친척들은 할머니 생신때만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작년부터는 코로나 핑계로 오지도 않고 있다

사실 나도 친척들 꼴보기 싫어진지 오래기도 하니 그건 잘 됐다 싶기도 하다


엄마 연세가 올해로 63세시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시어머니를 모시는 집안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우리 집이 유일하다


할머니는 언젠가부터 노화로 인해 점점 몸이 안 좋아시지면서 스스로 하실 수 있는게 적어지신지 오래다

연세는 90을 훌쩍 넘기셨고 귀가 잘 안들리게 되신지도 오래라 엄마는 할머니랑 대화를 하면 큰 목소리로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게 되니 몇 마디 말만 나눠도 진이 빠지신다

그 외에도 음식이라던가 몸이 어디가 아프다 그 외 온갖 것들로 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할머니에게 신경쓰기 바쁘시다

작년엔 무릎 수술까지 하셨는데...

엄마랑 통화할때마다 할머니 얘기만 나오면 괜찮다고는 하시지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한숨은 아들 입장에선 마음이 너무 아프다

 

몇 년전에 요양원 얘기를 넌지시 꺼냈다가 아버지께 크게 꾸지람만 들은 이후엔 요양원 얘긴 꺼내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고..

물론 내가 엄마를 걱정하는 것 만큼 아버지도 할머니를 걱정하시는게 당연한거라 아버지를 탓하고 싶진 않다

근데 엄마를 편하게 해드릴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으니 그게 미칠 노릇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뿐이다

솔직히 사실 만큼 사셨다고 생각한다 

할머니가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할머니도 물론 기구한 삶을 사셨고 본인도 자식들 눈치보면서 사시는게 맘 편할리 없을거라는거 안다

나 스스로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손자로서 진짜 해선 안될 생각이라는거 안다


그렇지만 난 그냥 엄마가 하루 빨리라도 노년을 편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

정말 그게 현재 유일한 소원이다

우리 엄마 너무 고생만 하시고 지내셨는데 혹시라도 할머니가 치매라도 걸려서 엄마 더 힘들게 하면..

그 땐 나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정말..


오늘도 엄마랑 통화하다 너무 우울해져서 술 마시다보니 두서없이 긴 글을 썼다

욕할 사람은 욕해도 된다

난 그저 어디에라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기엔 아직은 혹시 모를 시선들이 두려웠다

읽어준 사람들이 있다면 고맙다고 얘기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