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갤에도 올리고 여기도 올려봄
본인은 한달전 수능친 현역이고, 친구는 초딩 3학년때 전학온 이후로 계속 같은학교 나와서 친하게 지내는 9년지기임.
이 친구는 강박증이랑 완벽주의가 있어서 뭐든지 직성이 풀릴 때까지 붙들고 있는 게 특징임.
그러나 지금 상황은 불운과 맞물려서 아주 치명적으로 가고 있음.
중딩 1학년까지는 그래도 친구들이랑도 잘 다니고 학업도 중상위권으로 나름 괜찮게 했음.
근데 얘네 가정이 별로 넉넉지 않았는지 2학년 때 부모님 이혼하셨다고
학교 떄려치고 삐딱선 타기 시작하더니 결국 pc방에서만 사는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림.
의지하고 만나는 유일한 사람은 걔네 담임밖에 없었고, 고등학교도 안 간다고 했지만
나도 붙고 선생님도 붙어서 사정사정을 해서 고졸만이라도 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임.
고등학교를 입학했는데 중학교 지식조차 없었던 걔는 당연히 수업시간에 만날 잠만 잤음.
지적도 수십 번을 받고 깜지를 올 때마다 제출하고 다녀도
수학과목만 해도 한글은 없고 외계어랑 희안한 곡선들만 남발되는 책을 어떻게 보겠냐?
존나 안쓰러워서 멘토멘티 활동 신청해가지고 어떻게든 가르쳐보겠다고 했는데
부등식 단원을 이해못해가지고 중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돌아가고..
그러다 걔가 부담스러웠는지 쪽팔렸던건지 신세지는건 그만하겠다고 그럼.
그리고 연락도 안받더라. 나도 현타와서 걍 때려침
시간이 흘러서 고3이 됐음.
모의고사치는데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서 마음 잡고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찾아왔다함.
웬일이래 하면서 잠깐 카페가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시간보냄.
근데 얘가 그동안 바뀐게 하나도 없는거임.
글 처음부분에 강박증이랑 완벽주의가 있다고 했잖아?
오히려 정신병 걸리기 일보 직전 수준으로 옴.
생각 테크트리가 나까지도 신경증 옮기 딱좋음. 롤챔프로 따지면 얼마전에 나온 벡스같은새끼임.
모든 신념과 언행이 '난 왜 이렇게 불행한 걸까?' 딱 이 질문 하나에서부터 파생됨.
아예 다른주제로 돌려서 이번에 동물의숲 나온거 재밌어보인다 이러면
잠자리채보면서 누가 이걸로 내 캐릭을 잡아가서 고문하지 않을까 이지랄쌈
창의성이 씨발 그냥 쏘우도 응디춤추고갈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무 근거도 없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음. 대학=천국 수준임
보통 앞으로 뭐해먹고살까 하다가 꿈찾고 목표찾고 대학으로 이어지는건데
서울대를 가면 모두가 날 우러러보고 인생도 절반쯤 성공하고
내 인격이랑 이제까지 살아온 생활방식이 모두 바뀌어서 뱀이 허물 벗듯이 새롭게 태어나는거야
이런식으로 나중에 아주 위험해질 사이비같은 생각을 갖고있음.
암튼 수능 끝나고 도와줄테니 좀만 기다려라 했음.
문제집 추전해달라그러길래 아예 서점 같이가서 중딩개념수학 새걸로 사줌.
어차피 대충대충 해도 되고 고등학교 개념이 중요하단 생각을 했기에 걍 3학년거부터 풀라그럼.
대학도 확정됐고 여유도 좀 생겨서 지난주 화요일에 만남.
이새끼가 6개월동안 책한권을 못끝내고 계속 풀고앉았는거임 아직 피타고라스정리도 못감
너 지금까지 뭐했냐? 그랬더니 계속 공부했대
개 얼탱이가 없어서 한것중에 아무페이지나 펴보라그러고 문제하나짚어서 이거 답 뭐냐그럼
좀 난이도있는 루트 인수분해 문제였음
답은 잘 맞히데? 가끔 연산실수하고 삽질하는거만 빼면 풀이과정도 나름 괜찮았음
아니 이거 풀수있으면 어느정도 실력있는건데 왜 안넘어가냐 그랬더니 고민이 있대
뭔데 했더니 어깨 으쓱하면서 지가 쓴 노트를 보여줌
중학수준 문제가지고 연구를 하고있더라 개씨발
루트의 루트는 뭘까? 제곱수의 제곱근 말고 세제곱은 어떻게할까? 루트 안에 마이너스가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중딩수준에선 답이 없다고 배움)
그리고 공식만능주의에 빠져버림 근의공식에서 한술더뜸
이차방정식 근의공식, 삼차방정식 근의공식, 사차방정식 근의공식.. 이걸 다 구하고 공식 간 규칙성을 찾아서
모든 차수 방정식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을 찾고있음
뭐 별의별 수학과 진학하는 애들이 할법한 괴랄한 고민을 지혼자 끙끙거리면서 머리싸매고 있던거임
호기심천국임 미친새끼
그리고 책안에 학원 학습지같이 스테이플러찍힌 a4용지 묶음이 있었음
이것은 무엇인고 해서 보니 두자리수 두자리수 사칙연산임
암산 잘해볼려고 돈주고 다운받은거래
아니 그거 문제집 풀다보면 어차피 자연스레 습득하게된다 그랬더니
5초안에 답내는게 목표라하더라 개미친새끼
어차피 그거 고등학교 가면 다 배우고
너 지금 그런걸 할 때가 아니다 수능봐서 빨리 대학가는게 중요하지 않냐
고3 나이에 지식 수준이 중3도 안되니 일단 평균을 따라가는데 집중해라
그리고 지금 수학만 할거냐 국어랑 영어랑 다른거도 해야되지 않겠냐
한시간동안 열변토하고 플랜도짜주고 걍 아무것도 생각하지말고
모르는거 나오면 암기하라고 하고 시간다돼서 보냄
그리고 어저께 전화가 옴 궁금한게 있대
하는말이 도형 관련된 질문이라함
원뿔에서 밑면은 똑같고 모선이 곡선으로 이루어져서 끝이 살짝 휘어진 꼬깔콘 비틀어진거 닮은 입체도형은 뭘로 분류해야되냐는거야
존나 한숨밖에 안나옴
하나만 대답해줘 너 대체 그런걸 왜 생각하는거야? 물어봄
지도 모른대 걍 풀면서 머릿속에 막연한 호기심으로 생각이 나는 게 있고
최대한 이해를 하고싶어서 추측하는 게 있대
공식만드는건? 하니까
수능문제를 빨리 풀 수 있도록 어떤 문제든 설명 가능한 만병통치약 공식을 찾고싶다는거야
나도 한때 너처럼 그런 때가 있었는데
결국 그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풀어서 경험을 익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더라는 한마디를 잘잘 풀어서 설명함
그리고 중3은 문제 안풀어도 좋으니까 걍 앞에 개념설명한거만 보고 고1로 넘어오렴 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연구한건? 그래서 등짝 손날치기해서 쌍봉낙타 만들고싶다니까 알았고 말듣겠다하면서 끊음
이상한데 빠지지 말라고 보노보도 한번보고 득도하는 좋은 문제집 알려줌
어제
그토록 우려하던 일이 터졌음
고1과정 드디어 시작했다고 자랑을 하는거임
유니세프 애새끼 보는표정 꾹꾹 눌러가면서 그래 잘했다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 하니까
또 한가지 말할게 있다네
들어보니 칸아카데미같은 사이트를 발견했나봄 개념들 짧게짧게 요약한 필요한것만 보고 넘어갈수있는 사이트
오 그런거 좋지 시간절약도 되고ㅎㅎ 칭찬해줌 근데
에이 씨발ㅋㅋㅋ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걸 알아버린거임
미해결 문제인가? O
명예와 보상이 걸려있는가? O
문제가 간단해서 이해가 쉬운가? O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인가? OOOOO
들으면서 아 이건 진짜 좆됐다ㅋㅋㅋㅋ 혼잣말나옴
그럼 어떻게하냐? 나도 공중제비돌아야지
결국 이성잃고 쌍둥이소수 알려줌
마침내 지금에 이르렀음
난 진심으로 이친구만 보면 측은지심이 비염 가래마냥 터져나옴
얘가 좋은 시절을 보냈다면 지금 이렇지 않고 수학도를 꿈꾸고 있을텐데.
이혼이라도 없었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일탈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지금 대학가서 동기들이랑 잘 지내고 있을텐데.
난 얘가 너무 버리기 아까운 카드라고 생각함.
그래서 너무 미안함.
내가 스카이를 다니고 있다면 정말 이런 케이스에 대해서 '제대로' 조언이라도 해 줄 수 있을 텐데.
옳은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는데.
갈수록 난 부족하고 알량해서 남을 가르치는 건 안 맞는다고 생각이 듦. 내가 건들면 안 되는 원석 같은 존재임.
그런데
이 친구 주변에는 나밖에 없음.
다른 친구들이랑 멀어진지는 오래됐고 나만 할 수 있는 한 도와주려고 하니까.
그래서 고민 끝에 사연을 올림.
이 친구가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어느정도 질문에 받아치는거 보면 너도 공부 꽤 한 것 같은데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마 .. 너도 대단해, 친구가 딱 관심있는 것만 엄청 파는 성격이구나 근데 차라리 그런 느낌인거면 그냥 수학만 파게 냅두긴 하는데 대신 차라리 좀 그 시험범위로 유도를 시켜봐 그런 식으로 관련 난제들을 알려준다거나 해서.. 좀 멀리 돌아가더라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