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랑 어머니랑 한집에서 살고 동생은 10분 거리에 자취방 구해서 사는 상황이거든.
없는 형편이었지만 이사집 구하는 중이었고 보증금은 나랑 엄마 돈으로만 하고 동생이 계약금만 좀 미리 빌려주고 보증금 들어오는대로 바로 갚기로 했단 말이야. 근데 돈 확실히 바로 갚을 수 있냐면서 '난 가족을 못믿겠다. 2년 뒤에 돌려주는거 아니냐 취준생 발목 잡지 마라.' 이런식으로 엄마한테 따지는 식으로 말하길래 나도 그때 화가나서 '가족한테 어찌 그런 말을 함부로 하냐. 너 피해주지 않게 최선을 다할거고 당연히 바로 갚아줄거다. 애새끼같이 이사 직전에 이러냐' 이런식으로 말을 했어.

그러니까 얘가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호적 파겠다면서 '사실 나는 내 인생 붙잡는 가족이 정말 싫다. 특히 오빠가 정말 싫다. 엄마는 안싫어하는데 오빠 때문에 그동안 자취방에서 산거고 오빠 때문에 빨리 독립하려는거다. 그냥 이참에 호적파고 나갈거다.' 이런식으로 말하는거야. 그러면서 밥먹다가 갑자기 집나가려고 하니까 엄마 깜짝 놀라서 '지금 가면 안된다. 이런식으로 끝내면 다시는 풀 수없는게 되는거다.' 라고 말하면서 동생 붙잡길래 나도 뒤늦게 동생 붙잡고 일단 머리 좀 식히고 얘기 좀 하자면서 말렸어.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여동생이 어렸을때의 피해의식이 꽤나 강하게 남아있더라고. 동생이랑 2살 터울인데 중학생때까지 서로 치고박고 싸우면서 때리고 맞고 화해하고 이런식으로 지냈었거든. 그러다 나도 중2~중3 시절 한번 크게 싸우고 나도 사춘기가 쎄게 와서 그 이후로 약 7년의 시간동안 같은 집에 살았었지만 남같은 사이가 되고 말도 거의 안하고 지내게 됐었어. 이때의 기억이 동생한테는 아주 강하게 남아있었나봐. 내 입장에서는 그냥 일반 남매들처럼 서로 치고 박고 싸운건데 얘는 그게 아니었던것 같아. 그 시간동안 서로 화해하려 하지도 않았고. 이건 내가 잘못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동생의 입장을 아무리 헤아려 보려 해도 쉽지가 않은건 맞는 것 같아.

얘가 고삐가 풀리니까 심지어 엄마한테도 뭐라 하더라고. '엄마도 초등학교 3학년때 자기 때리지 않았냐. 나는 그 기억이 잊혀지지가 않고 계속 생각난다. 초등학교 3학년이 뭔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사람을 때렸냐' 이런식으로 말하더라. 솔직히 이 부분에서 나는 이해가 좀 안되기는 했어. 나도 어렸을때 동생처럼 체벌 받으면서 지냈음에도 동생이랑 비슷한 감정은 일절 없었거든. 나는 절대 가정폭력이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고 그냥 체벌 수준이라 생각하는데 얘는 그게 아닌가봐. 다만 피해를 직접받은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 함부로 말을 못하겠네. 얘도 똑같이 '나만 피해봤으니까 나만 기억하는거지 때린 사람들이 기억하겠냐.' 이런식으로 말하기도 하고.

난 그 7년의 시간동안 무관심한것도 맞았고 성격이 안맞는것도 맞았지만 동생을 싫어하지 않았고 마음 속에는 한가족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그래도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 생일도 챙겨주고 내가 군대가기 전에 동생 사고 싶어하는 백도 사주고 동생도 마찬가지로 챙길거 있으면 챙겨주고 이랬단 말이야. 내가 그래서 이 얘기 하면서 '너는 지금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하면서 거기에 매몰되어 있는거다. 일단은 천천히 머리 식히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라고 최대한 좋게 타일렀다만 동생은 '그건 가족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준거다. 난 항상 오빠에 대한 생각은 나쁜 것 밖에 없었다.' 라고 말하더라고...

동생은 자기가 평생 안고 가려했던 마음이 오늘을 계기로 다 터지는 바람에 이제 집에 더 이상 올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 나는 '오히려 지금 터져서 말해줘서 난 고맙고 다행이라 생각한다. 너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나는 널 가족이라 생각하고 챙겨주고 싶다. 일단 좀 더 머리 식히고 생각 천천히 다시 해봐라' 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미 늦었고 내 기분은 그렇지 않다면서 내 말을 들을 생각을 안해서... (여기서 내가 심각한 말투가 아니라 살짝 웃음기 있는 말투로 말한 부분이 또 심기를 건드렸나봐. 심각해지는 분위기가 싫어서 최대한 좋게 풀어보려고 한건데 이건 내 잘못 맞아ㅇㅇ )

이후에 엄마랑 동생 단 둘이 대화를 하고 약속한 계약금만 주고 다시는 집에 안돌아오겠다는 통보를 하면서 집을 떠났어. 엄마한테 들어보니까 우리 가족을 콩가루 가족이라고 하면서 이런 집에 살고 있는 자신도 답답하고 싫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더라고... 나에 대해 안좋은 부분은 내가 책임지고 감수하고 가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족을 싸잡아서 얘기하니까 좀 그렇긴 하더라고...

조금 부끄럽지만 가정얘기를 좀 하자면,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부족할 것 없는 집안이었어. 5급 공무원인 아버지 밑에서 어렸을때 여행도 많이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면서 풍족하게 자랐는데, 내가 고2~고3 이 되는 시점에서 도박중독이었던 아버지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족 전체가 힘들어지기 시작했어. 나 역시 그런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내가 24살이 되는 시점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고 그 이후에 유족 연금이랑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간간히 살고 있는 상황이야. 객관적으로 봤을때는 확실히 일반적인 집안은 아니지만, 서로 서로 의지하면서 아등바등 먹고 살아왔고 나는 이후에 열심히 살면서 집을 다시 일으켜야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얘는 완전 다른 생각이었나봐.

그래서 지금 동생은 앞으론 다신 안볼 것처럼 통보를 해놓은 상황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상 어찌됐든 한 가정의 가장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 나에 대한 감정을 풀었으면 좋겠지만 너무 골이 깊은거 같아서 엄두를 못내겠고 적어도 가족과의 교류를 끊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이 글 역시 내 입장에서 재구성해서 쓴 부분이기 때문에 동생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을수 있어. 나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알게 모르게 나를 두둔하는 방식으로 썼을수도 있겠지. 그런것들 전부 감안하니까 강도 높은 비판이든 조언이든 무엇이든지 너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이 글을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