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조부모님과 살고 있는 사람인데 조부모님 고집이 쎄시기도 하고, 치매는 아니라고 병원에서 그랬다는데 종종 똑같은 걸 아침에 물어보시고 다시 점심, 저녁에 물어보시니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는데 여기 사람들도 나랑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나 궁금하네. 부모님은 늙으면 고집도 쎄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니 니가 참아라 그러시는데 말이지. 혹은 내가 뭔가를 논리적으로 근거 들어 "전 이건 정말 아니라 생각합니다." 해도 그런 논리적인 이야기 피곤해하는 게 노인분들이라고 부모님이 그러셨다는.


나도 군시절에 이등병, 일병 때만 해도 좀 주특기 관련해서 말귀를 빨리 못 알아먹어 혼난 적도 있었던지라 후임들이 뭐 물어봐도 왠만하면 화 안내고 친절하게 가르켜 주고 실수를 해도 정말 큰 사고 아니면 그냥 허허 웃고 "다음부턴 조심해~" 하고 넘어갔었지. 친구나 주변인들도 나 진짜 화나게 하는 거나 손해 보게 하는 일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혹은 똑같은 거 다시 물어보셔도) 무슨 일 있어도 허허 웃고 괜찮습니다 하거나 다음부턴 조심해~ 하고 넘어가거나 참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도 나한테 세번 이상 똑같은 걸 물어보시면 그때부터는 머리 뚜껑이 열릴 거 같아 미치겠더라. 목소리도 그러다 보면 조금씩 톤이 올라가게 되더라. 다행히 노인네, ㅌㄸ 같은 욕까진 안 나와 봤지만. 다만 한번 화나서 "아 진짜..... 제가 몇번이나 쉽게 이야기 드렸는데도 그러세요? 내가 수능 국어 4등급을 맞아서 그렇구나. 솔직히 제가 공부 예상보다 못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보다 사촌동생들 더 예뻐하죠?" 라고 밥먹다 폭발해 한숨쉬었다는.....


어제는 계속 텔레비전이 고장났다고 나보고 어떻게 해 보라 해서 내가 텔레비전 수리 기사님과 오늘 방문정비 약속까지 다 잡고 할머니께 낮에 말씀드렸는데 계속 "아 어디 가서 텔레비전 수리 받아와라." 혹은 "수리기사님 몇시에 오신다냐?" 계속 이 이야기만 어제부터 반복하시니 진짜 한동안은 짜증 안내다가 목소리 올라가더라. 나중에 죄송하다고 이야기 드렸지만. 혹은 종종 할머니가 짜증나게 이야기를 하시는 게 내가 가지고 싶던 옷을 돈 모아 샀다고 하니 그게 왜 니 돈이야, 아버지가 벌어서 니 준 돈 아니냐고 하니까 진짜 속으로 "노망이 든 건가?" 생각도 했었음. 나도 정말 내가 가지고 싶던 면접때 신을 구두나 입고 싶던 옷.... 그거 내가 한때 모으던 수집품 팔아 좀 나온 돈을 써서 산 건데.


진짜 여동생 대학진학여부, 대학 졸업장 취득여부, 사촌동생 근황 같은 계속 똑같은 질문만 조부모님이 종종 하시니 나도 화 잘 안내고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살려 노력하지만 미칠 거 같더라. 내가 이러다 보니 집 집안일은 열심히 도와드려도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이야기하기도 싫어지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TV 같이 좀 보라고 부모님이 그러셔도 싫더라고. 차라리 혼자 책보거나 만화 보는 게 더 재미있더라. 누구 만나거나 연락하는 날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