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써봄. 늘 느낀 거지만 그나마 말이 잘 통했던 한 집 형제들 빼면 다 그냥 남 같아서. 그냥 잘 통하는 지인들이나 아님 아직도 연락하는 고교 선생님 혹은 외국에 사는 친구들보다도 친척이나 사촌은 그냥 나에겐 못한 존재 같아서. 대학 졸업하고 나면 가족모임이나 명절은 일이나 혹은 해외 친구들 만나러 혹은 봉사활동으로 떼우고 싶다고 늘 결심하며 살고 있거든. 봉사활동은 소록도에 진짜 1년에 한번씩은 한달, 아니 3주라도 가서 거기 한센인분들 밥을 먹여드리건 기저귀를 갈아드리건 내가 직접 해보고 싶더라. 어린 시절부터 625 유공자분들과 한센인분들에겐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 생각했고 대학생이 되어 이 꿈을 다시 꺼낸지라.


이유인즉 나는 그놈의 장남이라는 거 때문에......아버지는 내가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고 착한 사람으로 자라는 걸 바랐다지만 어머니는 나에게 기대가 참 크셨고 종종 친척어른들도 조부모님도 "XX이 공부 잘하니?" "XX이 뭐 잘하니?" 이런 식으로 좀 부담갈 만한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가족 간의 자식 비교를 뭔가 부추기시는 분들도 계셨지. 내 자식은 똑똑하다, 성격이 좋아 친구가 많다, 이번에 학생회 한다, 지역 명문고 가서 빡세게 공부한다, 명문대 갔다 이런 자랑을 꼭 만나면 하시다 보니 부담스럽더라. 내가 노력에 비하면 공부 잘한 거도 아니었고 인싸인 거도 아니고 친구 많은 거도 아니고.....


난 그저 평범한 지방국립대 가서 그냥 외워라 외워라 하는 수업보단 대학교 도서관에서 나의 지식을 채워 줄 책을 읽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여.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알바 구하는 거도 쉽지 않더라.....ㅠㅠ 내가 생각보다 못난 놈이어서 그런가 다들 이제 나한테 저런 질문 안해. 그러다 보니 조부모님도 조카들을 은근히 더 편애하는 게 보이고. 조부모님과 살면서 종종 내돈으로 치킨이나 피자 같은 거 시키면 같이 먹고 조부모님 심심하실 때 드시라고 자유시간 조그마한 거 엄청 든 봉지나 박하사탕도 종종 장보러 가면 사오지만 말을 많이 하진 않는다. 종종 할아버지 할머니가 혹은 종종 조부모님댁 오는 삼촌이 넌 취업 안하냐 친구는 있냐 이런 말 듣는 게 전부야.


혹은 만나봐야 서로 할말 없어서 맨날 하는 말이 "대학은 잘갔니/졸업했니?" "군대 갔니/전역했니?" "취업했니" "여자친구 있니" "살은 안빼니" "결혼은 할거니" "백신 너는 아직 안 맞았니" 이런 소리만 하니 부모님은 할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체면치레상 하는 말이니까 니가 참으라지만 한국인들은 할말이 없으면 왜 이런 이야기 꺼내나 모르겠더라. 혹은 말해봐야 자식이야기뿐. 이런 거 보면 자식을 기르는 게 자식몬기르기 같다고 느껴서 내가 결혼을 하는 거건 자식을 가지는 거건 하기 싫다 느낀 거도 있었어. 그냥 ㅈㄴ 인생을 남에게 피해 안주는 이상 미친듯이 즐기다 죽고 싶음. 욜로로 전재산 날릴 정도까진 물론 가면 안되지만!!


내가 신기한 게 오히려 외국인 친구들하곤 여자여도 좀 말이 통하게 되면 정치 빼고 갖가지 이야기(그 나라에선 합법인 대마초, 포르노에 관한 거 등등)도 하고 서로의 패션스타일이나 아기 때 사진 서로 공유하고, 헤어스타일이나 혹은 직장일, 좋아하는 운동 등등 다양한 이야기도 하지만 노인분들 즐겁게 하자고 친척이나 조카들하고 만나봐야 어짜피 서로 은근히 비교하는 이야기만 할 건데 남보다 못한 인간들 왜 보나 모르겠어.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 다 돌아가시면 내가 말 통하는 집안 빼면 연락 끊고 살고 싶음. 정말 신기한 게 친척이나 조카 조부모님들과는 거의 말 안통해도 조부모님보다 더 나이 많은 육이오 참전하신 분들이나 한센인 마을에 사는 한센인분들, 혹은 나보다 연상이거나 연하인 외국인 여사친 혹은 같은 일을 위해 만나는 분들하곤 처음에나 어색하지 적응되면 좀 말이 잘 통하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