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문제가 좀 있었다.
스무살 중후반의 어린나이에 덜컥 임신하여 책임질테니 결혼하자고 했었고,  애 안지우고 같이 살려고 준비할때였다.
나는 집도 직장도 서울이고 집사람은 집도 직장도 인천이라 그래도 임신했으 마음 편하도록 친정 가깝고, 일다니기 편하라고 인천 집으로 계약했다.
사실 이때도 어머니는 서울에 집 구하라고 하셨고, 아버지가 우리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셔서 결국 인천으로 갔다.
물론 집도 우리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그 돈이랑 대출 보태서 집을 구했고,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아버지 지원으로 장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애기낳고 단란하게 살줄 만 알았는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상견례부터 이상한 낌새가 보였는데 잘 넘어갔고
이사할때도 이삿짐 옮긴다고 새벽부터 아버지랑 나랑 차타고 집에 짐 옮길때 와이프는 친정에 있었다.
아버지는 내심 서운하셨지만 내색 안하셨고 넘어갔다.
아이 가지고 있을땐 내가 과잉보호 한다고 부모님에게 밤늦게 전화하지 말라고, 애 가지고 있는데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모진말도 했고, 항상 임신한 와이프 편만 들었다.
그게 정답인줄 알았다.

가장 크게 어긋난건 아이 낳고 병원에 있을 때 였다.

새벽에 진통이와서 장인어른께 전화드려서 같이 병원으로 갔고 출산도 무사히 마쳤다.
나도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집이 머니까 점심쯤에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하루 꼬박새고 부모님을 모시러 서울로 갔다.

준비하다보니 가기로 약속한 시간이 지났고, 나는 빨리좀 서두르자고 부모님을 재촉했다.
거동도 불편한 노인 둘이서 애 낳느라 고생했다고 꽃다발 사가야 한다고 꽃을 보고계신 어머니께 짜증을 냈다.

그랬으면 안됐다.

결국 꽃도 못사고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서 병원에 도착했는데
안정실이 정리가 안돼있어 부모님이 앉으실 자리도 없었고
와이프는 처제랑 늦은 점심을 먹으며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잘못이다 하고 잘 넘어가려 했는데,
와이프는 이미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고생했다고 쥐어준 돈도 감사하다는 인사 없이 받았고
모유수유를 해야한다는 어머니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표정도 말투도 안좋았다.
결국 부모님은 아기 면회시간 까지 나가서 기다린다고 복도로 나오셨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같이 나가려는 나를 붙잡는 와이프 손을 뿌리쳤다.

면회를 마치고 양가 부모님이 마주한 자리에서는 내가 표정이 안좋았고, 그자리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다 눈치 채신 모양이었다.

양가 부모님을 모두 보내고 올라가서 크게 다퉜다.
막 출산한 와이프에게 화를냈다.
간호사까지 올라 올 정도로.

그때부터 고부갈등 상처가 점점 커졌다.

그래도 잘해보겠다고 중간에서 좋은 얘기만 서로에게 들려주면서 노력했지만 당사자들의 충돌은 내가 도저히 막을수가 없었고, 한번 두번 이런 일 들이 계속 반복되고 점점 심화되었다.
결국 그 상처가 곪다가 못해 터져버려서 둘 중 하나를 포기하고 선택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내 욕심때문에 양쪽 다 포기를 못하고 있다가 결국 진퇴양란에 빠졌다.

최근에 집주인에게 연락이왔다.
급하게 집을 비워달란다.

사실 법적으로는 우리가 나가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급하게 집을 알아보았다.
당연하게도 전세는 매물이 없었다.
정치얘기는 하고싶지 않지만 정말 증오스러운 정권이었다.
결국 가진 돈으로는 집을 구하기 힘들어서 대출을 더 알아보았고
부모님께 사정을 설명드렸더니 당장 서울로 올라오하고 하셨다.
나도 애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서울로 가겠다. 무조건 서울로 갈테니 시간을 좀 달라고 말씀 드렸지만 부모님은 확고하셨고 나는 또 대답을 피했다.

와이프와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서로 마음에 드는 집을 알아봤다.
의견차가 생겨서 얘기하다가 초등학교 얘기가 나와서 말 나온김에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보내자고 얘기를 꺼냈다.
분위기가 싸해졌고, 와이프는 서울로 절대 안간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도 화가나서 평소에는 내가 한번도 꺼내지 않던 이혼얘기를 꺼냈다.

나는 외동이고 부모님 사업 물려받아 하고있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에 집이 두 채 이고, 그것은 오롯이 내가 물려받을 자산이었다.
나는 부모님 지원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놈이었고, 그건 포기 못한다고 고부갈등 해결이 안되면 나도 더이상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
결국 이혼하자고 얘기가 나왔지만, 서로는 아직 사랑하고 있었고
화해하고 해결방법을 모색 해 보자고 얘기했다.
계획을 짰고, 이 계획을 부모님께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현실은 내 계획처럼 아름답지 않았고, 부모님은 니가 그렇게 좋으면 너네 둘이 살고 연을 끊자고 하셨다.
그리고 와이프가 진실되게 너를 좋아하면 못따라 올 이유가 있냐며  데려오라신다.
지금 이 끔찍한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은 시간만 믿고 질질 끄는게 아니라 직접 부딛히면서 사는거라고.

와이프에게 얘기했다.

당연히 답은 죽어도 싫다였다.

나는 내가 해결 해 보려 했지만 도저히 안될거같아서 와이프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나를 위해서 한번만 도와달라고.
그리고 오늘 결정적으로 와이프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로 조금이나마 풀릴 줄 알았던 내가 바보병신이었다.

오해를 풀고 관계개선에 한발짝 나아가는 생산적인 대화이길 바랬던 내 바램은 허무하게도 5분도 안돼서 물거품이 되었고
오늘로서 고부갈등은 더이상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이제는 이지선다만 나에게 주어졌고

나는 오늘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