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겨우 서른즈음의 나이로 중소기업에 취직했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직장에 갑니다

가서 아침마다 뒷문으로 불려나와 쌍욕을 먹습니다

나는 원래 군복무 시절 제대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겪었던 갖은 치욕과 계급사회의 부조리가 싫어서

사회로 나오기를 결심했는데

사회에 나와서도 또 똑같이 시궁창속 벌레 취급을 받아야 하는게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나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영웅적으로, 때로는 시인처럼

풍류를 즐기고 내 마음을 채우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맑은 소리를 듣고 부드러운 것을 만지고 가슴에 남는 말을 생각하고

그렇게 멋지게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매일 아침마다 출근해서 쌍욕을 듣습니다

내 의견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 못 하고
책임감이 없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
느리다
병신
씨발새끼
씨발놈
씹새끼
개새끼라며 욕을 먹습니다

그렇게 매일 최면을 거는 것처럼 나에게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친구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거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자존심은 상해도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적어도 친구들은 내가 이상한건 아니라고 해주니까요..



나는 이렇게 사는게 싫습니다

이직을 하고 싶지만 나는 돈이 궁합니다

이직해도 또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겨우 돈 몇 푼에 내 자존심과 품위를 다 팔아먹었습니다

내가 정말로 다른 사람들보다 절실하지 않아서 그런걸까요

내가 바라는게 너무 많은가요

차라리 이렇게 욕 안 먹고 다들 뒤에서 수근거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머 자존심은 덜 상하겠죠

그만두라는 말에 그만두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해볼래? 라는 말에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나는 몸 사리지 않고 일 했습니다

온 몸이 아파서 하루만이라도 쉬고 싶고 정신이 너무 힘들어서

하루라도 쌍욕을 듣지 않고 싶어도 출근했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해야 만족스러운지 모르겠으나

나는 열심히 안 했다며 쌍욕을 먹는게 싫습니다

점심식사를 제외한 하루 8시간 업무 중

나는 쉬면서 일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일하고

퇴근은 최소 30분씩 늦게하고

오늘은 1시간 넘게 회사에 있어야 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 사람이 하는 욕을 녹음까지 했습니다

이 사람은 내가 반항하면 나를 더 괴롭게 할 사람이 틀림 없습니다

장난으로 하는 욕같으면 나도 그러려니 할 것 같습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하는 욕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나를 지칭하는 욕이 아니라면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나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는데

왜 내가 누군가에게 면전에서 씨발놈 씨발새끼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걸까요

나는 그에게 내가 가축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내 사수가 바뀌고나서 약 10개월간 갖은 욕을 들으며 지냈습니다

이제는 정신이 더 이상 못 버티겠습니다

내가 너무 싫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밤마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살려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되뇌이며 잠에 듭니다

그 사람 말대로 나는 느리고 덜렁대고 못 난 사람일 수도 있겠죠

그게 내가 대한민국이 헌법으로 정한 내 인권까지 겁탈 당할 정도의 일인걸까요...

내가 가스라이팅 당해야 하는 일인걸까요

그 사람이 자기 실수와 자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저에게 업무 실수를 문책하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 때도 쌍욕을 들어야 했고

나는 너무 억울해 그 과정을 따라가서 그 사람에게 당신이 실수한 것임을 보여줘도

사과 한 마디 돌아온 적이 없었습니다

군대보다 더 한 곳이라고 느껴집니다

주위 동료들은 그 사람이 쌍욕하는 것을 봐도 못 본 척 합니다

당연하죠 남 일이니까요..

이건 객관적으로 지극히 그 사람과 내 문제이니까요

이렇게 긴 글 따위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지 모르지만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내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조금은 덜 힘들 것 같아서 퇴근하자마자

이런 우울하고 어두운 글을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내 인생에서 멋대가리 없던 하루
얻은 것보다 잃는게 더 많았던 하루
지치고 힘들어 여유가 없어지는 하루
내일 생각보다 지금이 힘들어서 그저 잠에 드는 하루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는

눈뜨고 다시 일어나면

또 쌍욕을 듣게 될 걸 불안해 하다 잠에 들고

나는 매일 아침마다 직장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