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쓰려다 길이 제한 때문에 그냥 글로 적었다.

힘들때다. 삶이 참 어렵기만 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뭘 해야할지, 한다고 하면 제대로 할수는 있을지... 모든게 막막하겠지. 모양새나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된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니 인생 아직 안망했다. 앞으로 망할게 확정된 것도 아니다.
어떻게 아냐고? 지금 니가 겪는 시점에 누군가는 확신에 차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게 보이겠지만 누구나 시점이 다를 뿐 지금 니가 겪는 일을 겪을 때가 다 오더라. 어렸을때 오기도 하도 한참 뒤에 나이들어서 오기도 한다. 언제 오든 다 장단점이 있다. 어릴때 겪으면 상대적으로 이겨내긴 쉬운데 멘탈에 흉터가 남아서 인성이 잘못되기도 하고 나이가 한참 들어서 겪으면 아예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기도 한다.

남들이 너보다 잘나보이는 이유는 지금 니가 니 인생에서 힘든 시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니가 부럽다고 생각하는 걔들은 이미 겪었거나 아직 안 겪은거고. 비교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

사람은 자기가 바닥에 있다는 걸 그냥은 모른다. 바닥에 떨어져서 남들이 위에 있는걸 보고서야 안다. 그래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비로소 자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올라갈 생각이 없었다면 후회도 안들고 절망도 하지 않는다. 언젠가 자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한없이 추락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너는 스물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일찍 깨달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뭘 해도 자신이 없고 난 뭘 잘하는 걸까 왜 나는 잘하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겠지만 꼭 잘하는 것을 찾을 필요는 없다. 니가 잘하는 일을 해도 결국 니가 잘하는 만큼 더 높은 허들을 만나게 된다. 중요한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열정을 가지고 하지 않는 일은 시간문제일뿐 어차피 결국 때려치게 되어있다. 어떻게 열정을 가지고 하냐고? 그건 뒤에 이야기 함.
게임에 비유하면 니 캐릭이 스펙이 높을수록 어차피 몹 체력도 강해져서 몹 잡는데 똑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거다. 아닌거 같다고? 인생 술술 풀려서 성공가도를 걷는 엘리트들은 안그렇지 않냐고? 인생은 공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걔들 인생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재벌 3세가 마약에 빠져서 인생을 허비하기도 하고 애비애미가 인성교육 씹창내서 고작 마카다미아 땅콩 포장지 안뜯었다고 지랄해서 전국민한테 욕처먹는 일도 있지 않았나.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그에 맞는 시련이 있을 뿐이다.

남들하고 비교할 필요 없다. 니가 부러워하는 잘나가는 애들과 니가 PvP를 할 일은 없다. 인생은 미친 경쟁사회지만 잠깐의 결과만 놓고보면 그렇다는 거지 길게보면 RPG 게임이다. 넌 너대로 너만의 퀘스트 라인을 따라갈 뿐이다. 니 인생은 너밖에 못살아본다. 누가 너 대신에 어린시절의 너를 경험하고 니가 알고 있는 것들만을 안채로 너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고선 너는 왜 이것밖에 못하냐고 말할 수 없다. 니 인생은 너밖에 못살아보기 때문이다. 세상 그 누구도 니 인생은 못산다. 너랑 처지가 비슷해도 결국 어떤 것들은 너랑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니가 겪는 힘든 일들은 오직 너에게만 힘들고 남들은 너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니 인생을 대신 살아볼 수 없으니까. 반대로 너도 남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는지, 혹은 얼마나 힘든 일을 겪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비교하거나 부럽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 결국은 니 인생의 전문가는 너 말고는 누구도 되지 못한다. 그러니까 잘 하든 못하든 너라는 사람으로서 너가 처한 상황을 살아가는 데에는 누구도 너를 비웃을 수 없다는 거다.

그러면 아까 말한 열정이라는 건 어떻게 얻는 걸까? 일단 너는 니가 니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랬으니까 후회도 되고 고민도 되고 절망감도 느끼는 거겠지. 그리고 후회나 절망을 느끼는 건 니가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더 나은 인생을 살고싶다는 욕구가 있는거다.

그럼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너는 네가 잘하는 게 없다고 세무사든 뭐든 해보려고 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할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당연하다. 너가 그것을 위해서 열정을 쏟은 것도 아니고 고작 몇달 하다 찍싸버렸다고 네 스스로 고백하지 않았던가.

근데 순서가 거꾸로 됐다. 니가 잘하는 걸 찾으려고 하면 안된다. 잘하게 되었다는 것은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게임에 비유하면 레벨이 높은 캐릭일 뿐 니가 캐릭터의 스킬 로테이션이나 컨트롤, 운용방식 등을 모르면 여전히 병신짓을 하게 될거라는 거다. 인생은 레벨빨로 딜찍누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니가 어떤 일이나 분야를 선택해서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열정을 가지고 하다보면 그 결과로 "잘하게 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과정을 모르고 결과만 쫒으려고 하니 인생이 더 힘들수밖에 없다. 대회도 나가기 전에 메달부터 있나 확인하는 셈이다.

뭐가 되었든 열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그걸 잘하게 된다. 말은 참 쉽지 않냐고? 맞다. 말은 쉽다. 열정을 가질려면 목표와 욕심이 필요하다. 일단 너가 잘하는거 말고 그나마 잘 아는거를 골라라. 해봤던 분야면 더 좋고 그게 아니라면 주변에 너에게 알려줄 만한 분야가 좋다. 학원같은 곳에 기댈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이도저도 없다면 막연하게라도 하고싶은 일을 골라라. 그리고 일단 시작해라. 일이라면 혼나면서 배워라. 공부라면 학원을 찾아봐라. 너도 너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이 안된다는 걸 알았으니 일단은 누가 시키기라도 해야겠지.

그리고 굉장히 유치하리만치 간단한 목표부터 하나씩 해결해봐라. 게임 캐릭터 만들고 주변에 잡몹 몇마리만 잡아도 금방 레벨업하잖냐. 수학공부를 목표로 잡았다면 굉장히 쉬운 연습문제나 예제부터 풀어보고 알바라도 뛰기 시작했다면 일단 너한테 일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시키는 것 부터 다 해치우는 거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샌가 레벨업이 잘 안되는 구간이 찾아온다. 일은 조금 손에 익었지만 더 이상 실력이 느는것도 안보이고 뭔가를 하려고 해도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거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 시점에서 보통 퍼져버린다. 이전까지는 완벽하게 착착 진행되던 일이 조금씩 삐그덕 대면 누구나 하기 싫어진다. 그 시점부터 욕심이 필요하다. 너가 지금은 하지 못하는 것 중에 연습과 공부를 통해 할 수 있게 되는 것, 게임으로 치면 상위 레벨의 스킬 언락이 될수도 있고, 공부라면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문제풀이, 직장이라면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처리 체계라든지 승진같은 것들이 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알바해서 받는 월급을 몇달치 모아서 갖고싶었던 게임기를 산다든지 그런 것이 될수도 있겠지. 그런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목표로 욕심을 가져야 된다. 못할거 알고도 일단 욕심을 가져라. 그리고 그걸 하기 위해 뭘 해야되는지 찾아봐라. 게임 해봤다면 알지 않나. 스킬 언락을 위해 필요한 레벨이라든지 아이템이라든지 그런거 구해야 니 캐릭터가 더 강한 스킬을 배울 수 있지 않던가.

그렇게 너 스스로를 니가 키우는 게임캐릭터라고 생각하고 밀어부쳐라. 쉽진 않을거다. 자꾸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수도 있을거다. 근데 니가 인생이라는 게임 외에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냐. 디씨질 해도 괜찮다. 그거 한다고 니가 하는 공부나 노력이 오염되거나 그런건 아니다. 단지 디씨질 하는 만큼 공부도 억지로라도 조금 더 하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필요도 없고 중간에 몇개 조금 빼먹었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는 만큼 해보고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조금씩 고쳐나가면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잘하는 일이 된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잘하는 일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열정이 뭔지 설명한다고 했는데 딴소리만 한거같지? 저 욕심이 열정이다. 난 저거 하고싶다. 더 나은 스킬을 배우고 싶다.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싶다. 이 욕심들을 실현하기 위해 너가 무엇이든 하려고 할때 그 자세가 열정이다. 별거 없다.

사람들은 다 자기가 늦은 줄 안다. 인생 75살 먹은 할아버지도 욕심이 생기면 무언가를 배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 한다. 그리고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방송들이 그 할아버지를 취재하면서 인생 2막이 열렸다고 말한다. 니 인생은 그 할아버지와 비교하면 50년이나 남았다. 나는 스물 일곱 나이에 너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던 일을 때려치고 뭘 해도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취직도 안하고 일년을 꼬박 피씨방에서 디아3를 하면서 놀았다. 돈은 같이 살던 엄마 등골을 빨아먹었지. 친구들이 대기업에 취직하고 하는데도 그냥 걔들은 원래 잘 사는 애들이니까 인생도 잘 풀리는 거겠지 생각했다. 그 뒤로 아는 형이 추천해줘서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일하는데 막상 내 힘으로 일해서 돈 벌고 그걸로 사고싶은거 사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 사다 먹기도 하고 해보니 인생이 그렇게 꽉 막힌 건 아니더라. 어릴때 박스도 좀 주워봤는데 그때는 지방 과수원에서 새벽에 과일 떼다가 강남에서 과일장사 하면 돈 잘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트럭 빌려다가 강남에서 나오는 버려진 골동품들 주워다 팔아도 먹고는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내가 뭘 해도 망하면 그거라도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그런거 하고 싶지 않더라. 난 영업직은 젬병이라서. 지금은 적금도 조금씩 넣고 대출도 갚고 있다. 내집을 살거라는 기대는 안한다. 운이 좋다면 그런 날도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어차피 내집 없어도 된다. 전세 월세 반전세로 살아도 그렇게 나쁜것만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가져야 된다. 근데 그 욕심이 자기 능력에 비해 과하면 화를 입는다. 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 너무 큰 것을 가지려고 하다보면 욕심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남들한테 속아서 사기당하기도 한다. 차분히 니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앞으로 최소한으로 필수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뭔지는 정리해라. 그리고 앞으로 욕심을 가지고 살면서 그 최소한의 필수 리스트 외에 생기는 욕심은 능력에 비해 과하지는 않은지 의심해 보는게 좋다.

적당히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니 인생에 필요한 것들을 사고, 또 얼마씩은 떼어서 조금씩 모으다 보면 아주 큰돈은 아니라도 목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지금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한살 한살 나이들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 중에는 그런 목돈을 가지고 투자를 한다든지, 뭐 여러가지 일들이 있다. 지금 아는 것만 가지고 생각하면 뭐든 어렵다. 근데 니가 포기하지 않고 인생이라는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도 있고 일정 나이가 되면 대규모 업데이트로 새로운 맵이 열리기도 한다.

니가 쓴 글을 읽으면서 스물 다섯 짜리 동생이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눈시울 뻘개져가면서 자기 신세한탄하는 모습을 보고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쓰럽고 편하지는 않았다.

또 한가지 위로가 될만한 이야기를 하자면, 의학적으로 확실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두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달하는 부분이 자제력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평균적으로 스물 다섯부터 발달을 시작해서 서른살 무렵에 완성된다고 하더라. 이게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서른살 넘고나서야 충동때문에 병신같은 선택을 하는 일이 많이 줄더라. 나도 그랬으니 너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쓰다보니 너무 길게쓴거 같다. 나도 나이가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너 입장에선 틀딱으로 보일수도 있는데 너네 나이 또래 친구들이랑 겜하다 보면 세줄 이상은 길어서 안읽는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무튼 그렇다더라. 근데 너는 읽어줬으면 좋겠다. 현실에서 알던 사이라면 술이라도 한잔 사주면서 이야기 하겠지만 여긴 디씨니까...

힘내고 니 인생 그렇게 쉽게 안망한다. 무작정 노오력 하라고는 안하려고 단어 선택에 심혈을 쏟았다. 얼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아는 동생한테 편지쓰는 심정으로 끄적거려봤다. 잘 해봐라.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