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직장인이다.
30살이고.
최근에? 아니, 올 초, 그러니까 대략 반년전에 전여친이랑 헤어졌다.
그래서 그냥 직장, 게임, 술, 직장, 게임, 술....뭐 이렇게 살았다.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방콕도 자유롭게 하고 뭐 좋았다.
그러다 게임에서 누군가와 친해졌다.
편의상 누군가는 A라고 하겠다.
A랑은 게임하면서 보이스 채팅으로 친해지게 됐다.
게임 내에서 친구 추가도 하고 그렇게 몇번 같이 하다가 A가 디코 하냐고 묻더라.
잘 쓰진 않는데, 계정은 있다고 그랬다.
곧장 친추를 해달라고 아이디를 주더라.
별 생각없이 친추하고 이따금 같이 게임하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이때부터 연락 빈도가 늘어났다. 매일매일 연락이 왔다.
뭐하냐, 출근했냐, 오늘 게임 접속 할 거냐 등등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고, 그냥 말벗, 게임 친구가 생겼으니 이것도 괜찮으리라 싶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좋아한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애정표현을 하기 시작하더라.
디스코드로 전화 와서는 계속 호감을 표현했는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묘한 이질감과 위화감이 엄습했다.
뭐지....? 뭘까....?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생면부지, 단한번도 마주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이럴 수가 있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는, 내가 왜 좋은데?
오빠 목소리가 좋잖아. 그래서 좋아.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목소리, 꽤? 아니 매번 들을 정도로 좋은 편이긴 하다.
절대 자랑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등 보이스 채팅이 필수인 게임에서 보이스 챗을 하면,
으레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면 항상 마주하는 반응은 이랬다.
와! 목소리 좋다, 와 목소리 좋으시네요! 였다.
자랑은 아니다. 목소리만 좋을 뿐, 난 외모가 잘난 인간은 결코 아니란 걸 안다.
아무튼 이상했다.
목소리만 듣고?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나? 저렇게 서슴없이 애정을 표현할 수 있나?
한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A도 직장인이다.
나보다는 두살 어린, 직장인이다.
그냥 싱숭생숭하다.
자주 오는 연락과 그 과감한 애정 표현을 그만하라고, 핀잔이라도 주고 싶지만,
A가 상처 받을까, 그게 걱정돼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저 귀찮은 순간이 찾아보면 답답한 마음을 꾹꾹 누른 채, 그렇게 통화를 하곤 한다.
그게 너무 피곤하다.
아..............빠른 시일 내로 술 한잔 먹고, 술 기운에 기대어 따끔하게 말을 해야겠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줘야 겠다.
그래야 하는데, 그게 참 두렵다.
그렇게 된 상황이면 잘해볼 생각 없으면 끊어야지
왠지 몸무게 80kg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