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서울에 있는 택시단말기 수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 상세하게 말하자면.. 제가 있는 회사는 버스나 택시들에서 쓰는 카드리더기 단말기나 버스기사님들이 쓰는 단말기들을 만들고 납품하고 유지보수, 고객지원, 수리 등을 하는 회사인데요. 제가 그 중에서 택시단말기 수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일이 적성에는 맞습니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없었으며 일의 진입장벽이 낮고 누구나 입사해서 일하면서 배우면 납땜실력이나 메인보드 회로에 들어가는 각종 소자(?)들을 잘 교체할 수 있어요.
음.. 제가 이전에 일했었던 it분야인 데이터베이스 업종과 비교하자면 DB엔지니어나 DBA같은 경우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 아니라 어느정도 국비지원 교육을 받고 온 사람들, 혹은 리눅스 명령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 즉, 어느정도 기본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는 반면, 제가 일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네요.
고객하고 직접 부딪힐 일도 없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수리센터 안에서 거의 단말기 수리만 하면 되고 일하면서 사실 같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일이 거의 없어요. 모르는 것들이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대리님께 물어보기는 하죠. 하지만 많이 물어볼만한 상황이 잘 안나오기도 하고 어쨌든 저 혼자서 단말기 수리하면서 최대한 많은 양의 단말기를 수리하면 됩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회사에서 일한지 10년된 대리님하고 같이 택시단말기를 수리하고 있는데 잘 챙겨주시고 성격도 무난무난하고 좋습니다. 그 외 같이 택시단말기쪽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도 무난무난하고 좋아요.
근데 큰(?) 단점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비정규직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작년 딱 이 맘때에 일을 시작했어요. 아웃소싱 업체에서 제가 사람인이나 잡코리아에 올린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준거 같아요. 업무 내용 듣고 "입사한 후에 빠르면 1년, 혹은 2년 후에는 100% 정규직 전환이 되십니다." 이거 듣고 너무 혹했죠. 수리 업무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고도 했었고요. 그리고 저조차도 저때 당시에는 생산직밖에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지원할만해보이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고 연혁이 오래된 반복적인 업무를 할만한 그러한 곳이 마땅히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수리센터장님한테 면접을 보고 그 다음 주에 일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출근한 당일날, 아웃소싱 업체로부터 근로계약서를 메일로 받았어요. 근데 근로계약서상에는 "일단 1년을 일하기로 하되, 그 이후에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고만 적혀있지, 위에서 얘기한 정규직 전환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어서 곧바로 퇴사하겠다고 했죠. 1년 후에 정규직 전환이 될거라는 보장도 없고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니까 그 때 당시에는 차라리 반복업무를 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빨리 구하는게 훨씬 나았었죠. 그 이후에 2일정도 지난 후에.. 저와 같이 수리센터에서 파견직으로 일하고 계신 분하고 매점에서 마주쳤어요. 어차피 저는 곧 퇴사할거니까 그냥 시원하게 이걸 얘기해버렸어요. 얘기를 한 후에 알게된 사실은 수리센터장님이 수리센터에 있는 파견직 근무자들(한 7명 될거에요..)을 길게 데리고 갈 생각이고 다들 정규직 시켜줄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센터장님의 사정도 듣고하니까 다시 마음이 기울더군요. 그리고 센터장님하고도 면담을 하고 나서 정규직에 대한 확신이 들었어요. 1년 후에 무조건 정직원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2022년 12월에는 방금 얘기했던 파견직 직원분이 정규직으로 전환(1년 파견직 근무 후 정직원 전환)이 되었고 수리자재 담당하는 분도 2년간 근무한 끝에 정규직 전환이 되었어요. 얼마전에는 수리센터 파견직 분들 중에서 1명(1년 파견직 근무 후 정직원 전환)이 정규직 전환이 되었고 연구실로 근무지가 바뀌었어요.
파견직, 혹은 계약직이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프로세스는 사업부장님 면접을 1차로 보고 그 이후에 대표이사 면접을 2차로 보는데 저는 사업부장님 면접을 나름 잘봤다고 생각했으나 정직원 전환이 안됬어요. 결국 파견계약은 종료되고 회사 자체로 1년 계약직이 될 예정이에요. 회사 내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보통 2년 일한 다음에 거의 정직원 전환이 된다고들 말을 하더군요. 센터장님, 인사팀 선임님, 아웃소싱업체, 2022년 12월에 정직원된 분들 모두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어쨌든 고민을 다시 얘기하자면..
저는 새로운 것에 부닥치거나 돌발상황에 너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공부나 자기계발도 매우 부담스럽고 고객이랑 소통하는 것도 사실 자신이 없어요. 제가 짜놓은 계획대로 잘 이루어져야 안심이 되는데 적성상담 결과 이러한 일은 생산직정도밖에 없다고 하니까 이제 나한테는 공부라는 게 전혀 의미가 없구나. 어느 분야든 어느 곳이든 내가 공부하고 계획을 해도 결국 그게 안풀리면 나는 곧바로 바보 멍청이가 되는 운명이니 이젠 뭘해도 다 소용이 없고 생산직, 혹은 일용직으로 계속 일하는 것 밖에 답이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이 일이 누구나 입사하면 할 수 있는.. 그런 일이니까 진입장벽이 낮은 일이라서 파견직이나 계약직같은 비정규직으로 쓰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당장 제가 있는 회사에서 주로 채용하는 부분이 s/w개발, 회로연구 같은 쪽인데 이런 것들은 파견직없이 곧바로 정직원을 채용하더군요.
제가 데이터베이스 했던 시절에 겪었던 상황들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저의 단점들이 드러나지 않고 저에게 맞는 일을 하려고 하면 그 일은 고용안정이 되지 못한 비정규직인 일인 것 같아 보인 것 같아보여요. 실제로 제가 하는 일도 비정규직이기도 하고 비정규직 신분이라는 것에 대해 콤플렉스가 생겨서인지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전혀 안생기는 거 같네요..
근데 혼자 살거면 평생 일용직이나 생산직으로 살아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제가 잘 몰라서 그래요..
그리고 저는.. 솔직히 나중에 연애도 하고 싶고 결혼도 해보고는 싶거든요. 근데 결국 제가 데이터베이스 직종에서 일하면서 저의 한계를 목격하니까 연애랑 결혼같은 것들도 다 욕심인 건가 싶기도 해요. 혼란스러운 상황, 돌발상황, 쉽게 스트레스 받고 머리가 하얘지고 패닉상태에 자주 빠지는.. 이게 저의 모습이에요.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모습은.. 항상 듬직하고 안정적이고 늠름하고 위풍당당, 자신감이 넘쳐야 이성에게 매력어필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돈도 많고 집도있고 차도 있고 하면.. 이건 그냥 세계최강이죠 뭐..ㅋㅋ
제가 정규직이 되고 싶은 이유, 제가 DB를 했던 이유 모두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안정적인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하는 욕심, 욕구가 많이 컸던 것 같아요. 특히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그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는.. 그런거죠. 그래서 오라클 국비지원 교육 들었을 때 진짜 포기하고 싶었지만 꾸역꾸역 수업내용 따라가고 취업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어요.
결국 제가 나중에 연애나 결혼을 하려면 정규직 직장이 있거나, 혹은 앞으로도 계속 써먹을 수 있는 전문적인 분야에서 공부를 하고 기술력과 경력을 쌓아서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저같은 경우는 어떠한 일을 해도 DB시절 경험했던 혼란스러운 상황, 돌발상황, 쉽게 스트레스 받고 머리가 하얘지고 패닉상태에 자주 빠지는.. 이러한 모습들이 무조건 나올테니 백날 공부해도 소용이 없을테고 그러니 그냥 연애나 결혼 같은 생각들을 다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생각이 들다보니 제가 그냥 인생을 벌써 다 살아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다 부질없어 보이고 허무하고 공허한 느낌이 많이 드네요.
너무 말이 길어졌는데요..ㅠㅠ
그냥 짧게 얘기하자면 작년 이맘때쯤에 파견직으로 입사하고 올해 7월이 되었는데 내가 지금 정규직 전환이 안된 상태이며.. 그냥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게 맞을지.. 아니면 계속 버티고 다녀야할지.. 이게 너무 고민되어서 글 올렸습니다...
내가 보기엔 부족한 점을 고치고 개선할 생각은 없고 그저 안주하고 편한 길로만 가려는 것으로 보임
적성이라는 핑계로
모르겠음 사람마다 다른거 같으니
장애라면 모를까 적성 때문이라니. 적성은 말 그대로 적성일 뿐, '성격이 나랑 안 맞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잖아. 높은 목표를 쟁취한 그 어떤 사람도 그 일이 그저 잘 맞아서 쉽게 이룬 사람은 없다고 생각함. 나도 내 선천적인 부족함 극복하려고 했던 부단한 훈련과 노력들이 있어서 더 이해 안 됨.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