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때부터 어떤 여자애를 좋아하게 됐음
무슨 만화캐릭터도 아니고 성적 상위권인 학급 반장인데 진성 오타쿠 이런 느낌
나한테 마음열어주고 소울메이트라고 불러주길래
하루도 걔 생각을 안 하는 날이 없을 정도로

고등학교는 아쉽게도 갈라졌는데 연락은 계속했음
몇 번 영화보자 이런 약속 잡으려고 해봤는데 엉켜서 한 번도 성사가 안됨..
그런데 점점 이상한 낌새가 보이는거임
내가 어느 학교로 갔는지 4번은 잘못 알고 있었을정도로 기억력이 이상하리만치 나쁘다던가
갑자기 냉소하기도 하고
자긴 졸업사진 찍을 일이 없을 거라고 했을 때까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음

자기가 정신병에 걸려서 폐쇄병동에 있느라 자퇴를 했고
날 제외한 대부분 실친은 이미 멋대로 손절해 버렸다면서
팔뚝에 난 칼 흉터를 보여주는데
충격을 면치 못했음
연락하고 지내는 단 한명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됐음

그래도 자기 힘들었던 일 털어놔 준 건
날 믿어준 거니 고마운 일 아니겠음?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머리를 싸매면서도
고2 내신도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계속해서 혼란스럽고 불안한 심정을 누르고 있기가 힘들었음

나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인지해서
주변에 살짝 고민 상담도 해 봤음
똑같은 고2들한테서 좋은 답을 얻긴 힘들었고
엄마나 선생님은 걔랑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음?

만나자길래 드디어 수능날에 만날 약속을 잡고
2년만에 만나서 대화를 했음
전보단 나아졌고 다음에 또 보자고 하길래
더 이상 최악으로 치닫진 않을 줄 알았음

트위터에서 지뢰계로 지내고 있는 걸 나한테 들켜버림
왜 공계로 해놓은건데
그길로 나도 허무하게 손절당해버림
화해도 실패하고
많이 안 좋게 헤어지게 됨
이만한 트라우마를 달고 고3이 됐음

내가 크게 좌절했다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사람은 아니긴 했지만
꾹 눌러 참고 입시 준비를 해 가면서도
정신도 같이 피폐해지는 걸 어떡함
주변에 힘들다고 하소연해 봤자
지뢰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대다수고
너 또래는 다같이 힘들다같은 말만 듣고
그래도 정신과같은 것도 찾지 않고 혼자 해결해보려 발버둥쳤음

그리고 이제 80일도 남지 않았는데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음
도무지 떨쳐낼 수가 없음
잊혀지지도 않고
안 그래도 힘들어하는 걔를 내가 다시 건드렸다는 죄책감이 계속 왜곡되어 돌아오는데도
현실은 안 그래도 기억력 나쁜 쟨 이제 기억도 못 할 텐데
나 혼자서 공부할 때든 시험칠 때든 머릿속에 맴돌고
꿈 속에까지 나오면서 괴로워하는 중임

다른건 다 그렇다 쳐도 시험 중에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건 너무나도 문제임
수능 때도 이 상태일까 봐 두려움
이젠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음
내 정신건강은 뒷전으로 두고
수능이라도 잘 봐야 할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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