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제가 아마 10살 정도일 겁니다.
저희 집은 주택이었고 2층에 살았습니다.
1층에는 할머니가 사셨는데 일하러 나간 큰이모와 큰이모부 대신 사촌 형 누나를 돌봐주셨습니다.
누나는 저보다 6살 많았고 형은 4살 많은데, 제가 모르는 수학 문제에 모르는 부분이 있어 누나에게 물어봤고 누나가 가르쳐 주면서 마지막에 "..잘 할 수 있을거야"는 말을 붙여 말을 끝냈고 저는 힘차게 "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걸 듣고 거실 쪽에서 형이 지나가면서 "말은 잘하네"라고 얘기했는데 어렸을 때는 공포와 좌절감이 컸다면 시간이 지나고 분노로 점점 바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형과 누나는 부모님과 함께 캐나다로 떠났고 저는 중학교 입학시기 전, 방학때 캐나다에서 누나가 왔습니다. 그 때 당시 사촌누나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부탁으로 저에게 과외를 해줬는데 누나는 모든게 완벽해 보였습니다. 필기법과 유창한 영어실력, 외모도 그렇고 저한테 책장에 있는 책을 빌려달라고 저한테 얘기했는데 그 모습도 멋있어 보였습니다.
고작 6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저란 존재가 너무 작아보였습니다.
중학교 입학하고 1학년에 저에게는 예민한 사건들이 3가지 터졌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별거를 선언하고 저에게 너도 이제 알아야 한다면서 아버지 과거를 이모를 통해서 듣게 됐는데 한가지 정말 기억에 남는 건 아버지가 도둑든 것처럼 위장해서 돌반지를 팔아서 낚싯대를 사셨단 겁니다.
'난 아버지 처럼 찌질한 남자가 안돼야지' 생각하면서 당시에는 저에게 큰 존재였던 아버지를 사촌 누나, 형으로 대입시켜 더 우상화 했습니다.
학교에서 필기 검사를 하게 됐는데 여선생님 마음에 들지 않게 해서 '멍청한 자식'이라고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같은 검도장에서 좀 친하게 지냈던 친구 입에서 수련회 때 제가 자는줄 알고 '쟤 좀 이상한 얘다'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남의 평가에 저는 당시 저를 변호할 힘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조금만 실수해도 '멍청한 자식' 이라고 속으로 스스로 되뇌거나 피해의식에 찌들어 여러가지 불안한 상상이 지속됐습니다.
강박관념이 생겨서 계획을 무수히 세우고 수정하고를 반복했습니다.
학창 시절은 그렇게 건조하다 못해 불안과 '사촌들과 비교해서 열등한 나 자신' 이라는 관념에 빠져 살았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강박증 전문 상담 소장님을 만나서 처음으로 알바를 시작하고 다른 여러 알바들을 하다가 전기, 기계 관련쪽 회사에 일했었고 현재는 퇴사를 하고 제가 번 돈으로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과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무덤덤하게 되었지만, 사촌 형이 말했던 '말은 잘하네' 이 말은 아직도 저를 분노와 절망감에 휩싸이게 합니다.
한 번씩 캐나다에서 형과 누나가 한국으로 들어올때가 있었는데 중3때 누나를 본게 마지막으로 제가 마주칠 자리를 전부 피했었습니다. 5년전 형이 한국으로 들어왔을때 제게 "00아 나00이 형이야 우리 못본지 오래돼서" 라고 했는데 "됐으니까 끊어라.." 라고 답하고 그렇게 제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습니다.
몇일 전 형이 결혼할 사람을 외가에 소개 시켜준다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약속 당일 날 두통이 너무 심하기도 해서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형은 참고로 의사고, 누나는 약사입니다.
이렇게 까지 화날 일이 아닌건 알지만서도 저도 스스로 감정이 통제가 잘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마주쳤는데 제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형과 누나에게 차갑게 대하는걸 상상하기도 하고..
"말은 잘하네" 이 상황을 살면서 아마 1억번 가까이 되뇌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중고등학생 당시에는 제가 형, 누나에게 화내는 꿈이나 반대로 형이나 누나가 저에게 화를 내는 꿈을 자주 꾸기도 했고요..
그냥 형 누나가 당시 저에게는 멋있어 보였고 저도 영어를 유창하게 쓰면서 그들과 동등해지고 어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완벽해야 된다는 그 강박이 저를 너무 깊이 옭아맸던 것 같습니다..
바보같이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지 못했어요..
화가 납니다.. 그 때 당시 형과 저에게 분노가 치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