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 30년 전이네요
중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가면
삼국지 만화책이 있었는데
100권이 넘었어요
친구랑 같이 만화책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게 참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리고는 그 책들을 갖고 있었던 그 친구가
마음 한 편으로는 참 부럽기도 했드랬죠
제 마음 한켠에는 항상
나중에 언젠가 내 방도 생기고 내 서재도 생기면
어릴적 보던 책들 꽂아놓고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정말 우연찮게도
거의 새것과도 같은 그 책을 셋트로 팔겠다는 분을 만났어요
그것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요
기쁜 마음으로 차몰고 가서 실어왔지요
그런데 제 집엔 아직까지 제 방이나 서재가 없었어요
애들 키우느라 별수 없죠
다들 아시죠? ㅎ
그래서 현관 옆 신발장에 쌓아놓을 수 밖에요
나중에 내 방 책꽂이에 꽂아놓고 보리라 하면서요
그런데 어느날 책 한 묶음이 없어졌어요
와이프한테 물어보니
신발장에 자리가 없어서
장인장모님 댁에 갖다 놨다고 하더군요
알겠다고 했어요
나중에 갖고오면 되니깐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책이 몽땅 없어진 거예요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현관에서 신발장 좁기도 하고 책에서 벌레 나와서
다 갖다 버렸다 하더라고요
저번에 책 한 묶음 없어진 것도
사실은 장인장모님 댁에 옮겨 놓은게 아니라
버린거였네요
중고책 그거 종이 쪼가리가 뭐길래 할 수도 있는데
마음이 참으로 허탈하고 실망감도 들고 슬프고 화나고
안 좋은 많은 감정들이 몰려오더군요
그래서 말 한 마디 없이
제가 아끼던 물건을 버려버린 와이프랑 대판 싸웠네요
사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건 알지만
한 마디 사과 없이
내 책들 땜에 자리 없어 죽겠는데
벌레도 나왔다며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는 모습에 더 화가 나더라고요
사실 벌레는 책 사기 전부터
화장실 문지방이 이사오기 전부터 이미 썪어 있었고
거기에서 벌레 나오는걸 저는 몇 번 봤거든요
그래서 나는 책에서 나온거 아니라고 하는데
와이프는 아니다 현관에서 벌레 봤다 책 때문이다 라며
사과는 커녕 전혀 물러서질 않았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난 느낌이네요
여러분들도 이런 경우 있었나요?
어떻게 견디셨나요?
참 마음이 괴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