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들어간 이후로 스킨쉽, 애정표현, 하물며 응원이나 격려 하나 없이 자랐다.

나도 사춘기인데다 영 코드가 맞지 않는 부모와 억지로 살갑게 지내는 것 보다 적당한 거리감이 좋아서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불화가 있었던건 아니라서 '아들만 있는 집은 다 이런 온도겠거니' 하고 아무런 불만 없었음.



문제는 내가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나서부터다.

데면데면 무심했던 집안 분위기가 며느리가 들어오고 아기가 태어나자 온통 꽃밭이 되었다.


생전 애정표현 없었던 아버지는 우리 며느리, 우리 손주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며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가 하면, 

어머니는 한달에 한번 손주 보는날만 기다리며 장난감 만들기가 취미가 되었다.

그러나 전에 없던 행복한 2~3년은 잠시 뿐이었고 아버지의 정신적 노쇠와 폭언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육아에 지친 와이프 리프레쉬를 위해 아기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1박 2일로 속초를 다녀옴

ㄴ 나는 니가 내새끼로 안보인다. 내 아들 하지 말아라


2.

장인장모다 갓난아기 목욕시켜주는 동영상을 보고

ㄴ 애미애비 없는 고아새끼나 그렇게 키우는거다. 


3, 

똑바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해라. 니 딸 할아버지 안할거다 (28개월 아기에게 영상통화로 호통치며)

ㄴ 할아버지를 '아빠 할아버지' 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이런 일련의 일들이 별것 아닐 수 있겠지만, 아무런 애정표현이나 기대없이 자라온 내가 느끼기엔 너무 가혹한 폭언들이었다.

심지어 첫 번째 사건 때는 몇 달을 삐져서 손녀가 한 달만에 와도 자리를 피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통에, 내가 무릎꿇고 빌어서 풀어드렸다.


얼마전 '니네 딸 할아버지 안할거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협박을 듣고 

예, 아버지 우리 딸 할아버지 하지 마세요. 하고 본가에 있는 애기사진 다 뜯어왔다.

동생은 10년째 히키코모리로 사회생활 일절 안하는 병신새끼인데 왜 열심히 사는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일까.

아버지는 여성호르몬이 대폭발 하는지 소녀같은 짓만 골라서 하고있다.


구정부터 지금까지 매일같이 울화가 치밀어 연 끊고 살자고 했다.

10년이고 20년이고 지나서 돌아가시면 후회하겠지만 그 시간을 아버지 조울증에 맞춰가며 살다간 내가 먼저 죽을 것 같다.

근데 그렇게는 못하겠어. 나도 내 처자식 건사해야 하거든.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 편이더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덜 외롭게.

엄마도 어렸을때 우울증이 있었는지 날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몇 번 덤빈적이 있었는데, 

그 얘기 꺼내니까 나보고 어쩌라는거냐고 하더라. 니 아비한테나 잘하라고 ㅎㅎ...


애초에 의지하면서 살던 부모는 아니었는데 대뜸 애미애비 없는 새끼 되니까 참 헛헛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