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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와는 어릴 적부터 친구야.
어릴 적에..
철 없이 한 행동이 그 친구에게 상처를 크게 입혔어.
항상 미안해서.. 항상 잘해주고 싶었는데..
그날은 무지하게 더웠다?
습해서 면 티는 몸에 끈적하게 달라붙고,
이마에선 땀이 쏟아지는데,
내 말을 전혀 이해 못 해주는 거야.
흐르는 땀이 귀까지 덮어서 내 말을
이해해 주지 않는 것만 같았어.
순간적으로
그 친구가 못되게 느껴졌고,
이런 애랑은 말이 안 통하겠다 싶어서
말없이 헤어졌어.
그 뒤로 몇 개월째 우린 생판 남처럼 지내고 있고.

그런데 웃긴 건 난 그 친구가 밉진 않아.
더 웃긴 건 말없이 헤어지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왜 화났는지 잊어버렸어.
내가 화가 났긴 했던가 싶을 정도로 말이지.
순간 매우 다운되었어.
점점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됐고, 집에 발을 들이기 전,
나는 나의 잘못을 돌아보게 되었지.
그러면 뭐해
용기가 없어서 몇 개월째 인간관계에 대한 책과 강의만
찾아보고 있는걸.
주변에 물어도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어

아무렇지 않게 누르던 전화 버튼이 더이상 누르면 안되는
시한폭탄 버튼이 되어버렸고
매일 드나들던 둘만의 채팅방엔 먼지가 쌓이고 거미가 집을 만들어놨어.
내 친구는 거미를 매우 혐오해.
나는 거미를 무서워하지.
그래서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걸까?

제일 깔끔하게 감동과 진심을 전하고 싶어 생각해 낸 것이
편지야.
나는 전부터 친구의 생일이 되면 생일카드를 써주었어.
그때의 진심을 이번에도 눌러 담아 보내보고 싶은데,
친구가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줄까..
내가 나를 내려놓고 진심으로 친구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우리가 한 발짝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무서워.
보냈다가 여차하면 삭제할 수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 같은 것이 아니잖아
편지는.
거절 당하면 어쩌지, 나는 견딜 수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