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확히 10년 전에 영화를 좋아하게 되고 꾸준히 영화를 보며 영화과에 진학한 뒤, 감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리고, 고3이 되어서는 공부와 실기 준비를 병행하며 열심히 대학 면접을 보러다닌 끝에, 결국 그렇게 원하던 영화과에 붙었습니다.
정시 실기로 붙은 것이었기 때문에, 2월 초반 쯤 합격 발표를 받았고, 2월 한달은 정말 재밌게 놀았습니다.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한 번도 간 적 없던 친구들과의 우정여행도 갔어요. 이 2월은 제 인생 최고의 한달이었습니다.
영화를 공부하는건 제 평생의 꿈이었죠. 정말 영화과만 간다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던 무언가와는 많이 달랐어요. 갑자기 사라진 목표 떄문인지, 주변 환경의 변화 떄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통학하는 거리가 멀어서인지(1시간 40분 걸리는데 수강신청 실패해서 전부 1교시 뜸), 친하던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물리적 멀어짐 떄문인지, 마음이 착잡하고 제 감정을 알 수 없었습니다.
밤만 되면 주마등처럼, 필름이 촤라락 점프컷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머릿속에 제 인생의 미래가 스쳐지나 가는 것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대학에서 친구를 못사귀고 있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은 금방 친구를 사귀어, 저와 멀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인생에서 겪게 될 모든 변화들을 걱정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멀지 않은 죽음, 영화감독이 되지 못한 채, 예술가가 되지 못한채, 그저 저녁 메뉴나 고민하는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대충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반수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있는 학교의 영화과로 진학을 하면 그나마 제 마음의 안정을 취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구요. 그런데, 반수를 위해 2학기 휴학을 하고반수를 실패한다면 그것대로 문제였습니다. 반수를 실패하면 바로 군대에 가야할텐데, 그럼 한 학기 동안 간신히 적응한 대학 생활을 다시 적응해야 될테니까요.
지금도 아직 제 마음을 모르겠어서 글이 두서 없고 줏대 없을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모든 분들 긴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고, 그냥 대학교 아싸가 감정 싸지른거라 생각해주세요...
반수 ㄴ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할꺼 지금은 님 미래 직업에 집중하세요 친구들 문제는 알아서 해결될꺼, 보장이 없는 말 아니냐 라고 생각하시면 님 반수가 더 보장 없으니까 걱정 하지마셈
글쓴이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똑같습니다. 자고로 인간이란 목표하던 것을 막상 가지게 되면 참으로 공허하고 텅 빈 감정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야말로 인간은 목표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글쓴이님은 그저 하나의 항구에 도착했을 뿐이지요. 저 또한 원하는 기업에 취업해서 일하고 있지만 참 공허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이따금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해하는 배요, 또 다른 목적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 목적지에 도착할 우리를 생각하며 또 다시 달려나가야지요. 큰 목표가 없더라도 좋습니다. 그저 '내일 하루만 더 버텨보자' 하며 살아가면 어떻게든 살아지더라고요. 모두가 비슷할꺼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만나게 될 작은 행복들을 찾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멀어질 수도 있고, 가깝게 지낸다 하더라도 굉장히 높은 확률로 10년 후엔 1년에 한두번 보는 사이 정도가 될 것. 실제로 그 정도면 서로 엄청 좋아하고 노력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까운 관계에 해당함. 죽음은 원래 인간의 삶에 굉장히 밀접하고 자연스러운 일.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 역시 자연스러운 일. 지금 걱정하고 있는 일들은 겪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자연스러운 일들이고, 인간의 삶이 원래 그렇듯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니 나이에 할만한 자연스러운 고민과 걱정이고. 마흔 앞두고 있는 나도 여전히 같은 고민과 같은 불안을 가지고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