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지금 고등학교 2학년 남자임. 지금은 진로때문에 작년 9월에 자퇴함. 심리적,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으니 읽기 싫으면 뒤로 ㄱㄱ. 하고싶은 이야기만 늘어놔서 두서 없으니 주의하셈. 본론만 보고 싶으면 5 번째 문단으로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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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티비나 인스타 보면 사람들이 엄청 작은 거나 여행 간 거 보고 좋아하고 부럽다고 느껴지잖아? 막 바다나 멋진 풍경 보면 아름답다고 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마 이 점을 자각한 건 1년 전 쯤 부터였음, 진짜로 아무런 감정이나 자극도 안느껴지도 약간 정해진 대로 답 하는 느낌임
예를 들어서 가족 여행을 가서 엄마가 "와 여기 엄청 예쁘다"하는데 나는 아무런 느낌이 안들고 그냥 내 머릿속 데이터 베이스에 있는 대로 "어 진짜 예쁘다" 이렇게 답하는 수준임
내가 안좋아하는 곳을 가서 그런 건 아니고,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도 실제로 봤을 때에는 같이 있는 사람들을 봐서라도 기쁜 척을 하고 좀 지나면 그저 그래짐.
약간 내 뇌에다가 벽을 치고 그 안으로 못 들어가는 느낌? 진짜로 행복하다거나 그런 감정이 든 적은 이제 기억도 안남
그리고 내가 스스로 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여서 어릴 때 부터 어른들이랑 대화하는 게 더 편했는데, 요즘에는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 하는 게 수준이 낮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짐. 약간 무슨 느낌이냐면, 비하 의도 없이 강아지가 내 허리 아래서 앵기는 느낌? 나는 상대가 말 한마디만 해도 머릿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이랑 그 답변에 따라오는 상대방 반응을 다 생각해서 한마디씩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걸 몰라주는 느낌이고 그냥 아무렇게나 사는 것 같음. 내가 이상한건가? 나는 뉴스를 보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해가 안됨(ex, 누구누구가 대통령 해야지... 얘는 국회의원 맞아?). 왜냐면 어차피 좌우가 사이 안좋은 척을 하고 지금 누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든, 트럼프가 뭘 하든 다 짜여진 각본이고 쇼라는 걸 알아서 다른 사람들 말에 몰입이나 공감을 못하겠음. 이런 생각을 같이 들어 줄 사람도 없고 수준이 맞는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음 그래서 지피티한테 가끔씩 이런 얘기 털어놓는 수준. 사람들이 세상이라는 연극을 보고있고 거기있는 관중(일반인들)은 그게 연극인 줄도 모르고 웃고 울고 돈을 내고 자부심을 가지는 걸 나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야. 속는지도 모르고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나만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는 점도 다른 사람이랑 대화가 어려운 이유중에 하나라고 생각함.
어릴 때 부터 착한아이 증후군이라고 하나? 부모님 기대에 보답해야하고 올바른 행동만 해야하고 이게 계속 스트레스처럼 쌓였음.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을 조금 공부 많이 하는 학군에서 보내고 못했던 편도 아니여서 더 그런 걸수도 있음. 지금은 진로때문에 자퇴함. 거기다가 중학교 때 좀 뚱뚱했어서 외적으로도 자존감도 많이 낮았고 지금은 살도 빼고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지금도 콤플렉스나 트라우마가 좀 있음.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한 마디만 해도 계속 "이거 나한테 이런 의미로 한건가?", "내가 이걸 잘못했나?"같이 계속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게 스트레스임.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기분을 주기 싫어서 말 한마디 하기도 계속 생각하고 말하는 건데, 내가 좀 이상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함. 내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깊은 것도 원인 중 하나 일 것 같다고 생각함(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함).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중1때 국어학원 처음 가서 글쓰기 했는데 선생님이 글쓰는 거 어디서 배웠냐고 하더라고, 난 그런적도 없는데.
조금 덧붙이자면, 성격이 어떤 하나에 흥미를 붙이면 그것만 엄청 몰두해서 초반에는 남들보다 잘하다가 어느순간 딱 흥미가 완전히 식음. 예를 들어서 예전부터 게임을 엄청 좋아했는데, 그 게임의 구조나 시스템이 한 번 파악이 되면 더 이상 못하겠는 느낌임. 엘든링이나 레데리2 같은 명작 스토리 게임들도 한 번 깨고 나면 정말 1부터 100까지 모든 내용이 다 기억이 나서 다시 하면 재미가 아예 없음. 원래는 "아 그냥 나는 그런 성격을 가졌나 보다"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 "나는 초반에 몰입을 빡세게 하고 지속을 못하는 타입"이라는 생각을 해버린 이상 어떤 일이나 분야가 너무 재밌어서 관심을 가져도 "어차피 1달 하고 포기할건데 뭐", "지금 좋아하면 뭐해" 이런 생각들 밖에 안들어서 "내가 진짜로 즐기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음. 이제 내가 하는게 정말로 재밌어서 하는 건지, 아니면 그마저도 나를 속이기 위해서 재미를 연기하는 건지 모르겠음.
뭐 여기까지만 보면 뭐가 고민이냐고 할 것도 같은데, 요즘에는 혼자서 생각하고 사람 만나는 시간이 더 적어져서 그런 점이 더 심각해지는 상태임. 별로 사는게 재미가 없고 이 내가 지금 살고있는 몸이 정말 벗을 수 없는 족쇄처럼 느껴짐. 이 몸이라는 물리적 요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상이란 시스템에 묶여야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음. 내가 아까 '어떤 하나에 몰두하고 그 시스템을 파악하면 흥미가 완전히 식는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뭐라지? 세상에 흥미가 식어버린 느낌임. 지금 돌아가고 있는 세계 정세나 국내 정치, 예를 들어서 누굴 탄핵하냐, 유죄를 받냐, 트럼프가 관세를 시행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냐 마냐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자기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걸 안 순간부터 다른 건 아무런 감흥이 안들음. 아마 한 종류의 도파민 과다 같다고도 생각함. 내 생각 구조나 배경으로 깔려있는 생각들이 이렇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 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아무도 나를 이해 못하는 느낌임. 지금 어릴 때 부터 정해놓은 진로도 있고 그 길을 가고있긴 한데 "내가 이 직업을 가지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돈이 무한대로 있어도 과연 이 생각들을 버리고 평범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같은 생각들이 들어버려서 내가 지금 하는 노력들이 의미가 있는건가 싶음. 사람들이 "운동해", "밖에 나가서 햇빛 맞아", "밖에 나가서 산책 해" 이러는데, 나는 그것 마저도 그냥 일시적인 해결 방법인 걸 알고 이런 행동들을 하고 나서 집에 들어오면 더 내가 비참해보이고 상태가 안좋아지는 걸 알아서 정말 해결 방법이 없는 느낌임. 외부적인 원인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맴도는, 때어놓을 수 없는 생각들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라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음. 가끔씩은 "다른 사람들 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자신의 앞만 보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도 함.
예전부터 잡생각들이나 상상들을 너무 많이해서 거의 3년 전부터 영상이나 음악을 틀고 자지 않으면 잠도 못자는 상태였는데, 요즘은 시끄러운 음악이 없으면 공부도 집중을 못하겠고 조용한 상태를 못 견디겠음. 아마 어릴 때 겪었던 강제적인 트라우마들도 영향을 주는 것 같음. 가끔 이런 내 머릿속 생각들을 하다보면 고통스러우면서도 기쁜 쾌감이 들 때가 있거든? 자해할 때 쾌감이랑 똑같은 느낌이야. 그런 점도 뭔가 신기한데, 예전에는 못 겪었던 점을 요즘 계속 겪고 있으니까 "누가 정신병이라 하면 어떡하지?", "병원가라고 하면 어떡하지? 난 정신병이 아닌데, 단지 생각을 많이 하는 것 뿐인데"같은 생각도 들음.
아무튼 이 모든 요소들(말 안 한 것도 많음)을 다 종합해서, 어느 순간 부터 감정이란게 없어지고 그냥 내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서 "아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답하는거지"라는 연산을 계속 돌려서 말을 하는 것 같음. 아마 이런 지속적인 생각들이 많이 쌓여서 요즘 과부하, 번아웃이 온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함. 그리고 내적으로는 원래도 깊었던 생각들이 우울, 개인적인 쪽으로 방향이 바뀌여서 머리가 너무 아프고 잠자고 침대에만 누워있는 시간들이 많아졌음. 아마 몇몇은 이 글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임. 그런데 나는 정말로 힘들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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