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이 밉다.




형은 내가 아기일 때,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챙겨주었고, 이후 부모님에게 희생의 아이콘이 되었다.


나 역시 동생이 어릴 때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챙겨줬고, 이젠 부모님에게 당연한 행동이 되었다.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위해 가끔 집안일을 해주던 나는, 어느순간 안하면 눈치를 받았고, 이후 내 몫이 되었다.




희생의 아이콘이자,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내야 했던 형은 부모님께 많은 지원과 미안함을 받으며 살고 있다.


당연한 존재인 나는, 어린 시절 형보다 풍족하게 지내야 했지만, 부모님의 관심 없이 살고 있다.


막내인 동생은 물질적 풍요와 부모님의 관심을 모두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부모님은 그런 내게 말씀하셨다.


형은, 어린 시절 못해준 것이 너무 많아 후회된다고, 그래서 잘해줘야만 한다고.


동생은, 자신들과 제일 적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그래서 잘해주고 싶다고.


나는, 형보다 비교적 풍요로웠고, 동생보다 비교적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공부를 못해서 지잡대를 간 형은, 가난이라는 핑계로 부모님이 신경쓰지 않는다.


공부는 못하지만, 예체능의 길을 걷는 동생은,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혼내지 않는다.



전교 2등을 하고도 혼이 나던 나는, 특목고와 공부를 전부 포기했고, 제일 싫어하는 자식이 되었다.


우스꽝스럽게도, 내가 인서울 중위권 대학을 들어가자 화살은 동생을 향했고


공무원 시험을 위해 휴학하자 화살은 다시 한번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가족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