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련...
평상시에 잘해주지는 못했어도 서로 장난치면서 얼굴 부대끼고 좋았었는데, 이번주 주말에 기숙사 정리하고 돌아와보니까 엄마랑 아빠 표정이 안 좋더라.
왜인가 싶다가도 물어보기가 조금 껄끄러워서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다음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이 미친련이 손목에 커터칼을 갖다 댔다고...
순간 머리가 벙쪘다. 내가 시발 지금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거지?
어제 엄마아빠 표정이 안 좋았던 게 그 이유였던 건가? 아니 그 전에 내 동생이 손목을 그을 이유가 대체 뭔데?
바로 문 박차고 가서 캐물었다. 어케된 거냐고...
근데 이 시발련은 계속 쪼개면서 암것도 아니라고, 공부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다고 얼버무리더라.
구라까고 있네.
이사 오고 나서 새 학교에 적응을 못 하는 것까지는 내가 알았어도 이 정도였으면 얘기를 하던가 왜 말을 안 했던 건데?
내가 아무 말 없이 째려만 보고 있으니 이렇게 말하더라.
"오빠도 옛날에 그랬었잖아?"
그 말에는 아무 말 못 하고 말았다. 아무 거짓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중학교 시절 개 멘헤라마냥 사회생활 패턴이 꼬여있던 엠창 중 한 명이었다.
분노조절장애, ADHD, 우울증, 투렛... 육신이 그냥 거의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수준.
지금은 진즉에 졸업했지만 그 탓에 커터칼을 거의 몸에서 못 때고 살았었다.
그걸 가족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게 보인 탓에 동생이 답습한 탓인가...
내가 존나 미워지는데 이 와중에도 내 동생은 앉아서 유튜브 쇼츠만 종일 돌리고 있다.
저런 모습이 예전엔 미웠는데 일이 벌어진 지금은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하냐.
그걸 본다고 그대로 답습한다고 생각하는 건.. 좀.. 네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있을 거잖아. 학교생활이라던가 친구 관계, 가정환경 등.. 청소년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 중 어떤 것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 있고 모든 것이 다 나쁜 상태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을 수도 있고.. 보통 자해는 분노나 슬픔 등의 표출 방법이기도 하고 너무 힘든 상태인 나를 좀 도와달라는 신호이기도 하잖아. 뭐.. 오빠처럼 해봤는데 스트레스 풀리더라 해서 했을 수도 있지만 전제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겠지. 뭐라 하려 하지 말고 일단 들어줘. 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지 말고 일단 그냥 다 들어줘. 뭐가 힘든지.
고마워
네가 과거에 느꼈던 심정을 말해주면서 나도 이래저래해서 이랬었기에 동생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다 들어줘. 일단 들어줘야 속이 좀 풀리면서 편안한 상태가 되거든. 충분히 들어주고 토닥여주고 위로해주고 그렇게 해줘봐.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거든. 너도 그럴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잖아. 죄책감 갖지 마. 위에 적은 겪은 일들을 다 견뎌내느라 많이 힘들었겠다.. 고생했어. 지금은 괜찮다니 다행이고 잘 견딘 만큼 강해졌으리라 믿어. 네가 그런 상황을 겪어봤기에 동생을 도울 수 있겠다고 좋게 생각하고 현재의 네가 과거에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동생에게 해줘. 그럼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