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도 깎는 노인.
게임은 안하고 코박스에만 너무 몰두해서..만들어진 문학이다.
코박스만 3시간하다가 그날 모든 체력을 다써버리고 본게임을 못한 그는 감도깍는 노인으로 이름을 드높인다. 이 외에도 마우스를 바꾸거나 팔토시를 끼거나 하는 이들이있었으니 이들은 전부 사라져 버렸다


감도깎는 노인

벌써 6개월 전이다. 내가 에이펙스를 한지 얼마 안됬을때의 이야기다. 고전 FPS만 하던 나는 하이퍼 FPS의 무시무시한 이동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고 트래킹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이다

에임갤러리 한구석에  감도를 셋팅해주는 노인이 있었다. 게임을 빨리 하기위해 감도를 빨리 맞춰 달라고 부탁을 했다. 노인은 코박스를 요구하고있었다. 훈련장으로는 안되냐고...
"모드 하나 가지고 그리 고집이시오? 싫다면 다른 데 가리다."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고집 부리지도 못하고 코박스를 결제하고 감도나 맞춰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잠차코 열심히 감도를 셋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온라인 시나리오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만져보는가 싶더니, 저물도록 마우스를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어느샌가 노인은 일벽육표적백, 일벽오표적파수팔십,상승추척V3만 하고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셋팅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시작해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게임시작이 바쁘니 빨리 시작 해달라고 해도 통 못들은채 대꾸가 없다. 점점 나는 지쳐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셋팅하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시작해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적을 봐야 트래킹이되지 주변만 본다고 트래킹이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3대300 잘만 나오는 데 무얼 더 셋팅한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려, 시간이 없다니까."
노인은
"다른곳 알아보시우. 난 안 하겠소."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경기 시간은 어차피 늦은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셋팅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볼이 빠지고 끈이 꼬인다니까. 셋팅이라는건 제대로 해놔야지. 셋팅하다가 놓으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번에는 셋팅하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화이트보드에다 유성매직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ABFS 로봇만 연달아 2309번 내보냈다. '메소빅 21층...' 쓰던 매직을 도로 내려놓고, 노인은 또 다시 마우스를 셋팅하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마우스 피트가 닳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마우스를 들고 볼을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굴려 보더니, 다 됐다고 게임 방으로 들어온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마우스다.

게임을 마치고 밤 11시쯤에 퇴근해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셋팅을 해 가지고 게임이 될 턱이 없다. 내 본위가 아니라 자기 본위다.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퇴근준비를 하다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있다. 그 때, 노인이 갑자기 미소를 얼굴에 가득 머금으며 영구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간지나 보이는, 그 바라보고 있는 옆 모습, 그리고 금방이라도 영구업ㅂ다~ 가 터져나올것 같은 눈매와 입모양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집에 와서 오늘 게임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최고의 명경기였다며 야단이다. 그저 흔한 경기들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별로 대단한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말을 들어 보면, 양 선수가 서로 공격도 안하고 대치중이면 지루하기만 하고, 서로 치고박고 해도 실수를 서로 연발하면 짜증만 날뿐이며, 그저 관광경기라면 관광당한 선수만 불쌍하다는 것이고, 요렇게 서로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도 실수하나없이 팽팽한 명경기는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에 친구들과 했던 스타 한판은, 30분 적어도 10분까지는 서로 쳐들어가지 않고 자원을 캐는데 여념이 없어 경기 시간은 항상 1시간씩 되었다. 그러나 요사이 배틀넷에서 스타 한판하려 치면, 개나 소나 벙커링을 하지 않나, 4드론 저글링을 하지 않나 해서 경기시간이 채 10분을 넘지 못한다. 예전에는 게임을 시작할때, 서로 30분까지는 쳐들어가지 말자고 약속을 한다음에 비로소 게임을 시작한다. 이것을 "30분 노러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