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난 원래 아이묭이 누군지도 몰랐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고, 곡도 전혀 몰랐고,
그냥 이름 한 번 들어본 정도?

어느 날, 일본에 살던 친구랑 늘 그렇듯 2차로 주점에 갔었는데,
그 친구가 “이 노래 진짜 좋다”며 부른 노래가 벌거벗은 마음이었다.
그땐 그냥 “노래 좋네~” 싶어서 플리에 넣었고,
그 뒤로도 친구랑 술 마실 때면 자주 주점을 갔다.
술 취하면 꼭 J-POP을 불렀는데,
백넘버, 히게단, 히라이켄 이런 노래들 위주로 자주 불렀다.

그러다 보니 나도 J-POP에 관심이 생겨서
빌보드 재팬 연간차트를 찾아 듣기 시작했고,
그때 처음 마리골드를 들었다.
딱히 임팩트는 없었지만, 그냥 플리에 넣어놓은 정도?

오히려 플리 100곡 채워지면 탈락 후보였을 정도로 애정은 없었다.
그러다 친구랑 또 노래방에서 부를 곡을 고민하다가
연습했던 신데렐라 보이가 노래방에 없어서
다음곡으로 넘겼는데 다음노래가 마리골드였다.

노래 연습하면서 가사 뜻도 하나하나 읽어보고 (나는 노래 들을 때 가사 절대 안 봄)
자꾸 부르다 보니 점점 좋아지더라.
그러면서 서서히 좋아하는 노래 탑10 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들은 노래가 하루노히였는데,
이건 처음 듣자마자 확 꽂혔다.
바로 연습해서 노래방에서 부르고,
정말 반복해서 들었고, 이쯤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묭을 좋아하게 됐다.
(여전히 얼굴은 몰랐지만ㅋㅋ)

시간이 꽤 흘러, 일본에 살던 친구의 일본인 여자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다.
집에서 넷이서 술 마시며 각자 좋아하는 노래 틀어주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요즘 J-POP 많이 듣는다, 아이묭이 최애다” 얘기했더니
그 친구가 다음 곡으로 사전싶을 틀더라.

그때 난 이 노래가 아이묭 노랜지도 몰랐음…
“최애 맞냐”는 소리 들었고, 다음날 다시 제대로 들어봤는데
이건 진짜 인생곡이라는 확신이 들었음.
하루노히 이상으로 내 취향을 정통으로 저격.

이렇게 점점 더 아이묭 노래를 찾아 듣던 와중에,
유튜브 쇼츠에서 내한 소식을 접함.
근데 10만 원 넘게 주고 콘서트를 보러 간다는 게 그땐 선뜻 와닿지 않아서
예매 포기하고 묭갤 눈팅만 좀 했음.

그러다 침대에서 와이프랑 얘기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내한한대”라고 말했는데,
와이프가 “그럼 같이 가자” 하더라.

술 마신 어느 날,
유튜브로 하루노히 고시엔 라이브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 나올 정도로 감동을 받았고
그제야 “아, 콘서트 가야겠다” 결심함.

그 뒤로 부랴부랴 예매 정보 찾아서
일반 예매로 티켓팅 성공 (진짜 운 좋았음)

드디어 공연 당일

일요일 아침 8시, 부산에서 서울로 출발.
서울역 도착해서 유즈라멘도 먹고, 근처 카페도 들렀는데
와이프가 알러지성 결막염 때문에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좀 걱정됨.
(전날 3시간밖에 못 자서 서로 좀 피곤…)

입장 대기하면서 덥고 습해서 불쾌지수 올라가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설렘이 생기기 시작했음.

드디어 공연 시작—인트로부터 감동이 밀려왔고
조명 효과, 무대 연출 다 너무 예뻤다.
갤주가 반주 없이 “어차피 죽는다면”을 부르는데
진짜 콘서트장 통째로 울리는 그 목소리에 소름 돋음.

솔직히 이전까지는 “노래 잘하네~” 정도였는데
이날 처음으로 “아, 이 사람 진짜 가수구나” 느낌.
첫 곡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내가 이걸 보려고 그 고생을 했구나” 싶었음.

마리골드 라이브는 감동보단 드디어 이 유명한 노래를 라이브로 들었다는 성취감 같은 기분.
그리고 한국어 멘트 시작하는데
와이프랑 동시에 “발음 너무 좋은데?” 함ㅋㅋ
일본 친구 여자친구보다 잘하는 느낌이었음.

마시멜로 퍼포먼스는 충격 그 자체…
가슴 움켜쥐는 퍼포먼스에 나도 모르게 박수 멈춤 (와이프 눈치ㅠ)

마트료시카는 음원에선 별로였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반전 넘버 원.
배경화면이 윈도우 XP 시절 미디어플레이어 느낌이었는데 그게 또 찰떡ㅋㅋ

그리고 대망의 하루노히.
고시엔 라이브에서 봤던 그 감정이 다시 떠오르진 않았지만
역시 좋았음. 콘서트 중반쯤 가니까
“아… 곧 끝나겠구나” 싶어서 너무 아쉬웠다.

키미록부터 엔딩곡까지
말 그대로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감정이 끝까지 올라감.
엔딩곡도 너무 잘 골랐고, 라이브로 들으니 완전히 새롭게 들렸다.

그 이후

콘서트 끝나고 흥분과 아쉬움이 뒤섞여서
바로 도쿄에 사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진짜 개쩔었다”고 말함ㅋㅋ
“다음 묭콘 있으면 일본에서라도 꼭 같이 보자”고 얘기함.

와이프도 완전 입덕함.
예쁘고 귀엽고 엉뚱하고, 한국어도 잘하고, 무대도 잘하고…
유명한 곡 들으면 이제 흥얼거릴 정도ㅋㅋ

부산에 내려와서 낙곱새에 맥주 한잔하며 마무리.

지금도 갤주가 눈에 선하다.
다음엔 꼭 더 많은 곡 예습하고, 더 앞자리에서 보고 싶다.
이제는 갤주 전곡 정주행하면서 다음 콘서트를 기다리는 중.

이상, 원래 아이묭 몰랐던 사람의 입덕 & 내한콘 후기 끝!
(쓰다 보니 갤주 노래 마렵다… 24시간 코노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