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도 된대서 묭사카 후기를 약간 있어보이게 써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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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아이..뭐?? 누구라고 ??'
'아이묭이라고, 일본 가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이유인가보구만!'
나보다 최신 트렌드를 더 잘 아시는 과장님도 JPOP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신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트렌드라고 할 것도 없는, 결국 듣는 사람만 듣는 분야인 걸 잘 알기 때문에 익숙하게 넘기고 퇴근을 준비했다. 촌구석에 살고 있는 나는 내일 오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행 야행버스를 예매해뒀다. 계획이라고는 AIM 어플 안의 티켓 2장 뿐인 파워 P 인간이지만 그래도 용케 짐은 미리 싸두었네. 많이 성장했구나. 장하다 내 자신. 이제 버스 출발시간에 침대에서 눈떠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아리아케 때의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퇴근해 저녁을 먹고 일찍이 아노네를 들었다.
2.12
'....もしもし。朝ですけど-。起きる時間ですけど-...'
새벽 두 시, 익숙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맞춰놓은 10개의 알람 중 첫 번째의 목소리에 눈을 떴고, 채비를 해 집을 나섰다. 터미널에 도착해 짐을 싣고 버스에 올랐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다. 기타는 없지만 좋아하는 다섯가지 음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새 공항에 도착했다.
많구나 .. ! 다들 부자구나 !! 공항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뇌에서 떠오른 말이었다. 나도 현장의 일원이긴 하지만 풍족하고 여유넘치는 그들과는 달리 나는 연차 태워서 꾸역꾸역 온 거니까 비교도 할 수 없는 범인(凡人)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게 시간 맞춰 휴가 내서 여행가는 거 아니냐고 ?? 알빠노ㅋㅋ
성골 아메오토코인 나의 출현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이, 공항의 날씨는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멀쩡하던 하늘에 강설이 시작되고 적설이 지속되니, 쌓인 눈을 처리하기 위해 비행기 주변의 차량과 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콘서트 당일 출발인 나에게 어떤 시련을 주려는 것인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하던 찰나, 아메와 유키는 다른 것임을 하늘이 인지한 것인지 내리던 눈이 비로 바뀌어 쌓였던 눈을 걷어내주었다. 이것으로 당장 연착되는 일은 없겠구나. 감사해요 제주항공.
비행기는 예정대로 활주로를 뛰어 날아올랐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며 난기류 속에서 승객들을 계속 흔들어주었다. 위에서 보면 이토록 아름다운 구름인데 그 속내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거겠지. 알겠으니까 비좀 그만 와 제발 ..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갈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비행기를 한껏 즐긴 후, 오사카에 입성했다. 그래도 몇 번 온 경험이 있다고 공항에서 시내까지 들어오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난바쪽에 도착한 시간은 1시 정도, 처음 한 일은 바람피우기. 신사이바시에서 音食라고 하는, JPOP 아티스트들의 레시피로 운영되는 이벤트 식당이 진행중이었다. 개중에는 나의 차애 Axmi의 레시피도 들어가있었고,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뇨끼와 교자 ! 일본에서의 첫 식사로는 완벽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맛이 없네 ?? 많이 없네 ?? 이렇게 맛없는 교자는 내 인생 처음이었다. 그냥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비x고 왕만두를 냉동 째로 먹어도 이거보단 맛있을 것 같았다. Asxi의 레시피였던 뇨끼도 이레귤러한 맛없음을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이게 바람의 대가인 것인가 ?? 당일 콘서트 4시간 전의 바람은 역시 선을 세게 넘은 것인가 ?? 이것 외에도 두 가지의 메뉴를 더 시켜서 먹어보았지만 대학교 잡초파전이 그리워질 뿐이었다.(잡초파전 먹어본 적 없음) 이건 분명히 조리하는 직원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충격에 아픈 배를 움켜쥐고(실제로 저거 먹고 배탈남) 호텔로 향해 체크인 한 시간은 3시. 잠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짐 정리를 하니 30분 정도가 더 지나있었다. 공연 시작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바람을 피워 받은 벌을 씻어내고자 조금 이른 출발을 하기로 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일본의 AIM들(묭순이)에게 주려고 가져 온 한국 과자를 가방에 넣고 호텔을 나섰다. 텐마역과 오사카성역은 꽤 가까웠고, 머지 않아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전차 안에서부터 하나 둘 익숙한 굿즈가 보이기 시작했고, 뇨끼와 교자로 더럽혀졌던 내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걸 보려고 난 여기까지 온 거였지.
2일차 정리권을 신청한 나였지만 역시 라이브에 왔으면 굿즈는 봐야겠지 생각하며 굿즈 판매처로 발걸음을 돌렸다. 인기상품들은 당연지사 빨간색 품절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사람들의 구매 행렬은 지속되고 있었다.... 어? 아 !!!!!!!!! 내 눈 앞에서 빨간색 맨투맨 티가 품절됐다 .. ! 살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을 안하고 있던 나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 진정해 진정해 .. 냉정한 척을 하고 남아있는 굿즈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역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가, 묭셔츠 XL 사이즈가 용케 살아남아있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구매를 하고 무시무시한 가격의 보답으로 팔찌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승리다 !! 하늘도 나의 성공을 축하하는 듯 비를 한 껏 뿌려주었다. 남은 건 빨간 티와 고시엔묭 !! 기다려라 2일차 !!
굿즈와의 분투를 마치고 어느 덧 입장 시간, 신의 가호로 생애 첫 아레나석을 하사받았다. 아이묭의 손을 잡아 ?? 타올을 받아 ??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하나님석에서 바라만 보던 나에게 아이묭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에 겨운 일이었다. 이번 오사카 라이브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스케치 스티커를 받고 홀 안으로 들어왔다. 왼쪽 자리에는 친구끼리 온 묭순이, 오른쪽 자리에는 알콩달콩한 부부가 앉아계셨다. 내가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해온 ㅈ되는(ㅈ같은) 일본어로 간단하게 이야기하며 가지고 온 과자를 건네주었다. 역시 민도의 일본인 것인가, 웃는 얼굴로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그 옆의 다른 분들과도 과자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라면 분명히 집에 혼자 들고 가서 꾸역꾸역 다 쳐먹었을 터인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 후 머지 않아 대망의 암전.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분명 최애곡은 따로 있는데 나는 유독 会いに行くのに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 그 도입부 특유의 애절한 느낌이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슈퍼걸 억까하는 사람은 라이브로 못들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아니면 지독한 음알못이거나. 또, 우리 묭냥이 귀여운 거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 야옹 ! 이어지는 링딩, 뱅갈, 시네 3단콤보를 참을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있다고 ?? 시네 !! 이곡저곡을 지나 눈 깜짝할 새에 흘러나오는 아오이는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한 나에게 너무나도 서글프게만 들려왔다. 그래도 아직 괜찮다. 내일이 있으니까.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도 하늘은 다시 한 번 비를 뿌려 나에게 배웅을 해주었다. 나에게 첫눈에 반한 묭순이가 우산을 씌워주진 않을까 기대하며 잠시 기다렸지만ㅎㅎ 오사카성역으로 올라가는 우산들이 계단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호텔로 복귀해서 분노의 미타라시 당고. 넘나 맛있는 것 ! 단거 최고 ! 잘자 !!
2.13
'...起きる時間ですけど-。おきや-。ちゃんと....'
... 6시에 울린 알람에 잠에서 깼다. 회사 출근용 알람을 안 끄고 그대로 잠들어버린 탓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나는 아무 계획도 없으니까. 바로 다시 잠들어서 10시 경에 느즈막히 기상 ... 핫 ! 오늘은 중요한 콘서트가 있는 날 ! 정리권도 당선되었기 때문에 오늘은 좀 더 빨리 회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우메다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타워레코드라도 둘러보다가 가면 딱 맞을 듯한 시간대였다.
라고 생각했다. 우메다 미로+점심시간 러쉬를 생각하지 못한 채 ..
나는 지난 과오를 새까맣게 잊고 지하를 통해 우메다역으로 들어갔다. 왜 ?? 그냥 ㅋㅋㅋ 원래 발 가는대로 적당히 다니는 평소의 습관이 나를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땐 이미 동서남북 구분조차 할 수 없었으며, 사람들은 사방에서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급한대로 주위에 보이는 식당가를 향해보았지만 한국에서 온 이방인에게 자리를 내줄 정도로 점심시간의 우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정신을 집중하여 오사카 순환선의 은색 개찰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서둘러 전차에 타 텐마역으로 향했다. 바로 오사카성역으로 가도 괜찮았지만 짐을 모두 호텔에 두고 나왔기 때문에 가까운 텐마역에서 간단히 먹고 짐을 챙기기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다행히 텐마역의 식당은 비교적 한산했으며, 내가 좋아하는 시오라멘을 맛있게 먹고 늦지 않게 호텔 찍턴을 할 수 있었다.
텐마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몇분 지나지 않아 오사카성역에 도착했는데, 웬일인지 비가 아닌, 정말로 아름다운 장관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에게 하늘의 푸르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맑은 하늘이 지평선까지 뻗어있었다. 오늘은 좋은 날이구나. 정말로.
이미 광장에는 수많은 AIM분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내 정리권은 700번대. 1000번대에 비하면 분명 좋은 번호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빠르다고도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순서였다. 매가 필요한 건 빨강티, 고시엔묭, 재떨이, 벨트. 재떨이와 벨트는 걱정이 없었지만 어제의 속도로 미루어볼 때 파이널의 화력 또한 무시무시하리라. 기대 반 걱정 반의 기다림, 정리권 순서는 생각보다 신속하게 다가왔고 가장 중요한 빨간티부터 구매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헤어핀 3개, 벨트, 뚝배기 브레이커 .. 성공이다 .. ! 모두 구매 성공했어 !! 이제 남은 건 이 3개의 헤어핀 안에 고시엔묭이 있기만 하면 돼 .. !! 하나 .. 단 하나만 .. !! 간절하게 바라고 바라며 헤어핀를 하나씩 개봉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 베이지색 ..... ?? 아 .. 아쿠마쨩 .. 그래 .. ! 아직 첫번째니까 !! 아직 두개나 남았잖아 !! 이 기세를 몰아 바로 두 번째 !!! 아쿠마쨩 !!!!! 크아아아악!!!! 그 기세가 아니잖아 !!!!!! 마지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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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ㅇ0ㅇ !!!!!!!! 떴다 !!!!!!!!!!!!!! 고시엔묭 !!!!!!!!!!!!!!! 마지까요 !!!!!!!!!!!! 엏헣허ㅓ허허허헣ㅎㅎ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죽어도 좋아(사실 안좋음) ㅠㅠ 아리아케 죽음의 4츠카레의 저주를
파이널에 와서 푸는구나 ..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 난 못생겼지만 자랑스럽다 !!!!!! 야호 !!!!!!!!
..는 이거 뽑고 10분 뒤에 현지 팬분이 오츠카레 고시엔묭이랑 바꿔준다고 뒤늦게 연락이 와서 고시엔묭 2개 된 건 안비밀 ..
성공적인 굿즈 구매를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일본에 오면 빠질 수 없는 가라오케에 갔다. 기본 음료 무제한에 한산한 타임은 가격 또한 굉장히 착하니 아이묭 팬이라면 안 갈 수가 없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부를 수 없는 갤주의 곡을 위부터 아래까지 주욱 예약하고 감기걸린 목으로 열심히 따라불렀다. 전 곡이 다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인데 화면에 해당 곡의 MV까지 흘러나오니 아 .. 시아와세 .. 감동 .. 또 감동!
다시 돌아온 파이널 콘서트장. 어제와 같은 장소인데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어제는 아레나석에서 뜨겁게 놀았다면, 오늘은 스탠드석에서 차분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아레나석이 아니라 아쉽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전체적인 무대도 볼 수 있고 아이묭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파고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입장 전, 어쩐지 보이지 않던 돌핀아파크의 관리실?을 찾아서 간단하게 찰칵! 나는 외톨이니까 굳이 저기 들어가서까지 사진을 찍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ㅎ .. 그리고 줄을 따라 들어가고, 어제 그랬던 것처럼 신기한 요술도장으로 티켓을 확인받고, 스케치 스티커를 받고 입장했다. 설마 아직 스케치 스티커도 없는 흑우 없제 ??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N석의 계단쪽 자리였다. 나는 쓸데없이 움직임반경이 넓어서 중간 자리에 끼게되면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느끼는 타입인데 계단석은 공연 중 계단쪽 공간까지 어느 정도 쓸 수 있어서 비교적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 오늘은 오른쪽에 혼자 오신 묭순이, 왼쪽이 없으니까 뒷자리의 묭순이 분에게 과자를 나누어드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하지만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 암전.
설마설마의 마리골드 3연벙 ..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 + 하루노히까지 마치가에타 !? 아이묭 본인은, 그리고 다른 팬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마치가에타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은근히 실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바로 이 파이널에서 !! 그것도 마리골드를 !!!! 그것도 두 번이나 !!!!!!!!! 저절로 기립박수가 나오지 아니할 수 없었다. 행복에 겨워 키미록을 같이 부르고, 오늘은 포플러의 박수도 칠 수 있었다. 자라메를 들으며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되고, 아침이 싫어를 들으며 저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그녀의 호소력은 내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분명 같은 곡이다. 어제 들었던 것과 같은 곡들이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아오이가 흘러나왔다. 몇번 들어도 좋은 노래야. 언제나처럼 손을 들어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늘은 조금 울컥하네. 뭔가 시원섭섭하네.
.. 수고하셨습니다 !
라이브가 끝나고 돌아가려는 찰나, 생각해보니 바로 옆의 오사카 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모처럼 왔으니까 잠깐 구경이라도 해볼까, 발걸음을 옮겼다. 성 주변은 한산했고, 런닝하는 주민분들과 산책하는 커플들이 간간히 보였다. 저 사람들에게는 일상인 이 곳이 나에게는 정말 특별한 곳이 됐구나.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생겼구나. 이 기억으로 나는 일상에 돌아가서도 더 힘내서 살아갈 수 있겠지. 고마워요.
촌놈에게는 오사카 성도 예뻤지만 이런 평범한 도시의 전경도 참 예쁘게만 느껴진다.(술 안마심) 오늘 밤 이대로 끝나는 게 왠지 아쉬워 괜히 한 두바퀴 더 돌다가 숙소로 복귀.
당고 두 배로 !!!!!
아리아케의 저주 마침내 오사카에서 풀다.
2.14
계획없는 발렌타인이다. 한국이었다면 회사 식당에서라도 쵸콜릿 하나는 받았을텐데 여기는 일본이라서 내가 못받는구나 되도 않는 위로를 하며 천천히 핸드폰으로 할만한 것들을 찾아본다. '그 사이트'를 잠깐 둘러볼까 ?? .. 니시노미야 .. 헨젤 .. 대기 1시간 .. 2시간 .. 여긴 안되겠네 .. 작년에 먼저 와서 코로모코하고 카츠산도를 먹은 내가 승자네 ! 라고 생각하며 탐색을 이어간다. .. 고베 타워레코드? 그러고보니 고베까지는 가본 적이 없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가보겠어 !! 나는 망설임 없이 숙소를 나섰다.
고베까지 가는 길은 니시노미야 방면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곧이어 타워레코드에 들어섰고, 서너명의 사람들이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노트구나.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당연하다. 아이묭의 앨범과 블루레이들이 짐열돼있었고, 노트도 한 두권이 아니었다. 다른 팬분들이 진심모드로 적고 계셔서 딱히 사진이나 노트를 쓰거나 하진 못했고, 아쉬운대로 갤주의 노래를 천천히 청음해보았다.
아는 멜로디, 아는 가사인데 왜 이렇게 자꾸 듣고 싶어지는지, 왜 자꾸 들어도 좋기만 한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간단하게 감상을 마치고 돌아가려 하는데 고베 근처에서 누군가가 라이브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고베에서 라이브 ?? 누굴까 ?? 진짜 모르겠네. 한 번 가봐야지.
고베 월드 기념홀까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이미 사람들은 꽤 많이 모여 굿즈 구입과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입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흠.. 홀에서 공연하는 거면 인기가 좀 있는 가수인가 ?? 잘 모르겠네. 어떤 노래가 있으려나 ?? 뭐 기껏 고베까지 왔으니까 잠깐만 구경해볼까 ??
번..디 ?? 번다이 .. ?? 누구지 ?? 진짜 모르겠네 .. 그래도 원맨라이브를 하는 거 보면 일본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아이묭 콘서트에 비해 연령대도 굉장히 낮은 것 같은데, 뭐, 그냥 MZ들한테 좀 인기있는 놈인가보네 ~ 근데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다리를 저렇게 꼬고 있는 게 맞아 ?? 괘씸하네 ?? 넌 내가 누군지 이 두눈으로 확인한다.
ㅋㅋㅋ 좀 치네 ㅋㅋㅋㅋ아
오사카로 돌아가는 길, 고베 - 오사카 사이에는 니시노미야가 있다. 이번 여행은 술을 마실 생각도 그다지 없었는데, 그 킷친은 아직도 가본 적이 없구나. 생각이 들어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고시엔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사거리 너머에 불이 켜진 이자카야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와보는구나.
아무 생각도 없이 들어갔다. 헨젤의 로코모코는 제대로 기억하고 갔었는데, 여기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미 와버렸는 걸. 당당하게 들어갔다. 벌써 손님들이 꽤 들어서있었고, 그 중 비어있는 중간 즈음의 카운터석에 앉았다. 양 옆에서 나지막히 들리는 한국어. 그들이구나. 나는 프로 INFP지만 특수스킬을 발동해 옆자리의 한국 AIM분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한국분이세요 ??'
'아, 네 ! 한국분이셨구나 !'
'다들 여기서 처음...'
'콘서트는 당연히 양일 ....'
'오꼬노미야끼 ....'
만난 지 몇 분 되지도 않고, 많은 대화가 오간 것도 아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가 이렇게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는 전혀 이야기할 수 없었던 자기만의 비밀보따리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서로를 만난 것은 분명 크나큰 기쁨이겠지.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순수하게 이것저것 자랑하고, 왜곡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서로를 보며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설마 타국의 소도시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마련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킷친은 그 공간의 역할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장소. 아마 여기있는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킷친에서는 사장님도, 사모님도, 다른 손님들도 이 관심사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사장님 사모님은 내 ㅈ되는(ㅈ같은) 일본어로 되도 않는 대화를 이어가도 친절하게 받아주시고, 다른 손님들도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었다.
'니시노미야의 기무라 타쿠야...'
'나는 트와이스보다 JYP가 좋아 ....'
'강남은 전쟁 시 강북보다 안전해서 땅값이 비싸 ...'
술이 들어감에 따라 이런 저런 이야기가 꽃피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래도 상관없다. 아무 걱정없이 웃을 수 있고, 행복하니까. 아이묭이 꽃피워준 인연이 모두에게 빛나는 추억이 되었으면.
정신없이 웃고 떠들고 어느새 밤 11시경, 오사카로 돌아가는 열차 시간에 맞춰 한국인 AIM들은 킷친을 나섰다. 다들 꿈만 같은 시간을 뒤로한 채 각자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예상에도 없었던 술을 마셔버렸네. 괜찮아 ! 행복했으니까 ! 그래도 무리하면 안되니까 일찍이 잠자리에 들었다.
2.15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콘서트날 조공했던 한국 과자의 답례로 오사카 거주의 일본인 AIM분이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한정판 굿즈를 선물로 주고싶다고 하셨다! 내 숙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셔서 금방 와주셨고,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바로 라인을 교환하였고, 다음을 기약하며 짧은 만남을 뒤로했다.
그리고 뒤늦게 생각난, 어제 킷친에서 받았던 포토카드까지 !! 이번 여행은 대성공이야 정말.
그리고 다시 나온 텐마역 !
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ㅈㅅ;;ㅋㅋ;;
2.16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아침 일찍 간사이 공항으로 향하는 전차에 올랐다. 콘서트 하나만을 보고 온 여행이지만 뜻 밖의 일, 뜻 밖의 것들이 참으로 많았던 여행이었다. 하나하나 전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번 여행은 앞으로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언제 꺼내보더라도 빛나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한오환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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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천 후감상. 미리 감사합니다!
후기와 이벤트 참여를 동시에
36짤해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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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냥 탈락 이유는 너도 알거라 믿음
물론 장난임
야이 바람둥이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