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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비데, 그리고 따뜻한 비뎃물


버튼을 누르고 비뎃물이 항문을 강타하기 직전, 그 찰나의 정적, 변기칸엔 오로지 나와 비데의 정적. 콜드플레이 밴드가 공연을 시작하기 전과 같은 그 조용하디 조용한 정적, 전자음이 울리고 물이 나오기 전 영겁의 기다림의 시간.


전문성, 공군의 핵심가치이다. 마치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각도를 맞추며 도킹하듯,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비데의 노즐과 항문을 정확히 일직선상에 위치시키는 것이 곧 공군인의 책무. 각도를 잘못 위치시킬 시에 항문에 들어오지 못하는 비뎃물들이 생기기에, 결코 미량의 오차라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마침내 나의 항문이 성수 같은 비뎃물에 의해 적셔질 때 자연스레 풀리는 괄약근과 동시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에비앙보다도 고급진 비뎃물, 어쩌면 에비앙 이름의 원작자도 비데의 ’비‘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닐까.


무거워지고 따뜻해진 아랫배는 마치 생명을 잉태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사탄이 유혹하듯 아랫배가 꿀렁거리기 시작하지만, 절대 지금 배출해서는 안된다. 관장약 주사 이후 나오려하는 쇠고기맛 카레를 애써 참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비데만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가 어디 있으랴.


입술로부터 경미한 통증이 전해져온다.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던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상봉한 이산가족이 서로의 품을 놓지 않듯,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도 서로를 놓지 않고 있는 이때, 드디어 때가 찾아왔다.


관제탑에 이륙 허가를 받는다.

TWR, Bidet 779. Request for take off

마침내 나의 뇌하수체 안에 있는 관제탑이 허가를 내린다. Bidet 779, TWR. Clear for take off.


이륙 전 파일럿들 계기판을 바쁘게 조작하듯, 나도 비데의 계기판을 부기장과 바쁘게 Double Check한다. Water Temperature, Clear. Hydraulic Pressure, Clear. Nozzle Power, Clear.


마침내 눈을 감고 괄약근에 온 힘을 보낸다.

쭈르륵 소리와 함께 항문에 들어왔던 갈색 똥국물이 그대로 변기에 내려꽂힌다. 일부는 병사식당 납품을 위해 일회용기에 담아갈까 하다가 빈손으로 이승에 와 빈손으로 돌아가는 공수레공수거의 정신처럼, 한 치의 욕심도 내지 않고 잠시동안 나의 일부였던 비뎃물을 돌려 보낸다. 어쩌면 인간세상의 이치도 비데로 깨우칠 수 있지 않을까.


변기 레버를 내리자 쏴아아 소리와 함께 삶의 애환이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 내려가는 비뎃물중 일부는 내 항문을 간지럽히며 잘 있으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비데로 인생을 배운 나는 다시금 한 차례 성장하며 힘차게 바지를 올리었다.


Me, the bidet, and the warm stream of water. My eternal companion, comforting the sorrows of my life - Travis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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