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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생의 대부분을 기다림으로 채웁니다.

퇴근길의 버스, 멀기만 한 연휴, 오지 않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 필연적으로 찾아올 죽음.

예. 그 달콤한 죽음을 포함한 모든 것을, 우리는 오늘도 기다립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기다림 끝에 놓여있는 것은 늘 '별 것 아니었습니다'.

연신 시계를 쳐다보며 기다린 버스는 결국 우리를 뻔한 곳에 데려다 놓을 뿐이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면서까지 기다린 연휴는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애를 태워가며 기다린 사람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지요.

어쩌면 죽음 역시 그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이토록 하찮은 것들만이 있다는 깨달음은 우리를 끝없는 허무의 늪으로 인도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더 이상 무언가를 기다리려 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없다고 외치며 사치와 허영, 냉소와 나태의 화염으로 자신을 불태우는 마른 장작과 같은 자들과

그 불꽃에 환호하며 스스로 그 속으로 달려드는 불나방같은 이들을, 당장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지금 여러분의 기다림은 더욱 빛납니다.

온갖 의미들이 무의미로 환원되고 해체되어 한낱 조소의 대상이 되는 이 시대에

자신의 머리를 부숴가면서도 기다림의 고통을 애써 잊어보려 하는 이 시대에

그간 그 아픔을 참아가며 긴 시간을 인내해 온 여러분의 기다림은,

그 자리에서 여실히 빛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확신합니다.

당신이 그 기다림의 끝에서 진정으로 얻은 것은

그저 전역증 한 장이 아닌, 보다 성숙해진 자기 자신이라고.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그 길의 끝에서 나를 오래 기다려 왔을 누군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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