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30분에 기상방송, 평소같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자거나 밍기적거리면서 일어났겠지만


오늘만큼은 이병마냥 빠르게 준비하고 실외점호하러 튀어나옴. 이때부터 막 흥분되고 기쁜 감정이 고조됨


체련화를 전부 버려서 슬리퍼 신고 점호나왔는데 당직사관도 전역자라서 봐줌


점호 끝나고 세면세치 후 머리도 감음. 마지막으로 남았던 물품들도 전부 폐기하니 관물함이 텅 비어버림


텅 비어버린 관물함을 바라면서 잠시 신병시절을 회상함


다 씻고 전역복 입어봄. 그동한 신었던 낡은 전투화를 버리고 훈련단에서 받은 새 전투화 신음


7시 25분쯤에 후임들이랑 같이 식당가서 아침식사. 메인메뉴는 닭찜. 마지막 짬밥이라고 생각하니 맛있음


여기저기 정신사납게 돌아다니는데 8시까지 전역식을 위해 모이라고 방송나옴


간부님이 휴대폰 보관함을 열고 전역자들은 휴대폰을 꺼냄


8시에 전역식 예행연습 후 8시 10분에 전역식 시작


대대장님께 경례하고 기념품도 받음


예비역 편입명령도 전달받고 마지막 소감도 말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모든 일정 마무리


후임들은 이제 일과 시작. 나는 떠나면서 말도 걸고 일하는 흉내도 내면서 장난침


전역식 끝나고 마지막으로 몇분동안 떠들다가 짐 싸들고 위병소 통과. 이때 감정이 최고조에 달함


카메라 프로파일 삭제 후 앱 삭제


위병소 옆 주차장에서 마지막으로 후임, 동기들과 기념사진 촬영. 안타깝게도 동기들 중 몇몇은 투폰으로 인해 전역이 미뤄짐


옆부대 전역자들도 많이 보임


동기들과 헤어지고 부모님이 오실때까지 기다리다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다른 동기와 함께 부대로 다시 들어감


오늘만큼은 군경들도 아무 검사 안하고 그냥 프리패스


30분정도 어슬렁거리면서 후임들이 일과하는거 구경하고 몇마디 더 나눔


진짜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부모님과 함께 기차역으로 출발. 멀어져가는 부대를 보니 감정도 가라앉음


이때부터는 막 기쁜감정은 사라지고 행복감 상쾌함 개운함 허탈감 안정감 그리움 울컥함 착잡함 등등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임


군생활이 안끝날 것 같았는데 허무하고 간단하고 가볍게 끝나버리니 뭔가 어이없다는 생각도 들음


기차타고 목적지 도착. 여기서 다시 차타고 집으로 감


텅 빈 방안, 1년 9개월 전과 비슷한 분위기의 방에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해짐


분명 군대에서는 생활관에 항상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 방은 나밖에 없고 고요함. 서로 반대되는 두 공간을 생각하니 기분이 오묘함


전역증 들고 은행 찾아가서 군적금도 해지하고 군대에서 가져온 짐도 정리함


그리고 23시 30분, 민간인이 되기 30분 전 이 글을 쓰고 있음.


지금 기분은 감정이 차분해지고 엄청 안정적인 상태임 막 기뻐서 날뛴다거나 그런건 없고 그냥 멍함


입대하기 1년 전의 내 모습이랑 다를게 없음ㅋㅋㅋ



전설의 '10초' 기수 공군 845기 병사 여러분의 전역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