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0년, 기훈단 입영 직후의 일이다.
그러니까 병생지가 도래하기 직전 1주일간 항공전대였던가, 이곳저곳을 뺑이치며 신체검사와 대기를 반복하던 시기

항시 휴지를 소지하라는 교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그날따라 대기가 너무나도 길었다.

대기실 한 켠의 정체 모를 약품 냉장고같은 물체에서 나는
삡삡거리는 소음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상황에서
아랫배까지 꾸륵거리니 세상이 노래지는 것이 아닌가.

장장 3시간에 달하는 무제한 대기 속에 미쳐갈 노릇이었다.
이내 달려간 화장실엔 휴지가 없었고, 수동식 비데만이 놓여있었으니
나는 고민끝에 일단 변기에 앉아 시원하게 싸지르고 봤다.

세상의 빛은 다시 돌아왔으나 이내 고민도 함께 끌고 왔으니
내 엉덩이에 묻은 물기와 잔변을 어찌하리까.

다행히 비데의 물줄기는 강력했기에
장고 끝에 물기만 마르면 깨끗할테니 나가도 되리라 판단했다.

나는 엉덩이를 부여잡고 마치 카디비가 트월킹하듯 찹찹 털기 시작했고 5분 넘게 그 짓거리를 한 결과
마침내 ROKAF 보급 팬티를 올렸을 때, 어느 물기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무려 군대에서 30분을 화장실에서 보냈음에도 내게 불이익이나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볼 때
군대의 대기는 참으로 좆같기 짝이 없구나 싶다.

이는 동원훈련에 참여할 때도 마찬가지인지라
입소후 3시간 동안 강당에 쳐박혀 아무것도 안하노라면 짜증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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