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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Fonteinen - Zenne y Frontera (17|18) Blend #50


맥주는 편하게 마셔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주로 3분수 맥주들을 내 돈 내고 먹은 적이 없어서 사실 분석적으로 막 열심히 마셔본 적이 없어.

딱히 3분수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좀 부끄러운 게, 가장 기본적인 우드 괴즈도 먹어본 적 없는 초보자거든 나는.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오마쥬 바이오 프람부아즈가 참 맛있어서 비슷한 걸 다시 얻어먹으니 맛이 너무 변했길래 알아보니

블렌드나 빈티지 별로 다른 맥주라는걸 알아차리고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네.


다들 쉐리 배럴에 들어갔다 나온 위스키 좋아하지? 고도수 위스키에서 이리저리 쉐리의 힌트를 찾아나서다 보면 금방 피곤해져

오래된 올로로소와 PX 배럴에 넣어 놨었고, 솔레라 시스템을 통해 숙성한 람빅인데, 이런게 중요하겠어?

은은함 펑키함을 진한 꿀 같은 농축된 시러피한 포도 향이 받쳐주고 있어. 그리고 산미의 깔끔한 정리.

고급스럽게 다가오는 게 뭐냐면, 그 어떤 향과 맛도 자기가 주인공이라며 고개를 내밀지 않아.


사실 이 젠느 앤드 프론테라는 나에게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어. 예전 일 생각이 났거든.

10년도 넘었나? 미국에 교육 차 한 달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이때 친해진 교육생 동기들이랑 뒷풀이로 와인을 마시러 간 적이 있어

화이트나 스파클링은 남자답지 못하다 생각해서 레드에 포트에 잔뜩 먹어서 나중에는 내 코로 내 술냄새가 느껴질 정도였지


혼자 아시안인 내게 호기심이 동했던 건지, 이것저것 물어보던 여자애 하나가 있었어.

술 취한 내가 집에 들어가면서 와인 한병만 더 먹자고 졸라댔는데, 미국에선 한밤중에 술을 안팔더라.

만취한 한국인의 귀소본능 덕에 숙소로는 잘 찾아 왔는데, 문앞에서 잘 들어가라며 똘망똘망 날 쳐다보다

몸 챙기라고 꼭 안아주던 그 여자애 생각이 난다. 밤이 늦어 옅어진 향수 냄새에 와인 향, 그리고 기분나쁘지 않은 체취.


감각과 기억의 연결이란 건 참 신기해.


아마 이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지 않았더라면 4점을 줬을 거야. 막 따져가면서 이건 밸런스가 어떻네, 마우스필이 어떻네 하고싶지 않거든.

그렇게 먹었으면 분명 더 높은 점수를 받을 맥주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감사함에 0.5점 더해서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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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rooked stave - Sour Rose


편하게 먹기 참 좋은 맥주야. 그치만 얘는 좀 다른게, 편하게 먹을 때만 좋은 맥주일지도 몰라.

라즈베리랑 블루베리가 들어간, 오크 숙성 와일드에일.

짧은 사워 경험들에 비춰 보면, 미국 와일드 에일들은 상당히 두드러지는 산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거든.

그래서 라즈베리를 필두로 한 공격적이고 크리스피한 느낌이 날 줄 알았어.


그런데 웬걸, 벌컥벌컥 마시기엔 오히려 장점인데, 강렬한 맛이 아니라

오히려 뭉근하게 잘 익은 블루베리 느낌과 향긋한 라즈베리 향과 가벼운 산미가 혀를 톡 건드린 뒤

깔끔하고, 느껴질듯 말듯한 고소함이 비치다 끝나는 느낌의 맥주였어.


갓 취업한 친구가 한 턱 내는 자리에, 가볍게 시작하려고 이 친구를 골랐는데 나쁘지 않다 싶었지.

사실 권장하는 페어링은 우리나라에서 구현하거나 구하기 귀찮은 것들이던데,

프로슈토, 바질이 들어간 송아지 살팀보까라든지, 레몬이나 라임즙 잔뜩 쓴 고수 들어간 회나 새우 세비체 같은거 먹으라는데

그냥 친구 먹고싶다는 족발보쌈에 먹었어. 보쌈김치 단맛 씻어내는데 일품이더라.


읽다보면 느낄 수 있듯이 그냥 무난한 맥주인거 알겠지? 나쁘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될 수 없는 딱 그정도.

다들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인생에 한번쯤 있잖아.

쉽게 겪는 게 입시에 성공한다거나, 취업에 성공한다거나, 좀 더 큰 일이라면 결혼이라거나.


요즘 나이는 들고, 결혼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이리저리 주변에 이상한 소리도 많이 했었는데

좋은 자리에 괜찮은 맥주였다만 술자리를 정리하고 친구를 보내고 나니 뭔가 마음이 무거워져서

개인적인 평점은 4점에서 10%깎고 3.6 주고싶어.